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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순례자들-쪼이거로 가는 길

찰라777 2010. 6. 30. 18:57

길 위의 순례자들-쪼이거로 가는 길

 

 

▲중국 쓰촨성 쪼이거로 가는 길위의 순례자들

 

다음날 아침 7시 우리는 위그루인 베라가 충고를 해 주었던 길을 따라 쪼이거로 가는 버스를 탔다. 서양인 두 명이 자기키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버스에 올랐다. 이어서 70대 노인으로 보이는 서양인이 콧수염을 만지며 버스에 올랐다. 아내와 나의 좌석이 15번 16번인데 그 노인은 14번 좌석에 앉으며 싱긋 웃었다.

 

버스는 요동을 치며 비포장도로를 달려갔다. 흙탕길이 계속해서 이어지는가 하면, 끝없는 초원과 계곡이 이어지기도 했다. 쓰촨의 북서쪽 끝 위험한 길은 많은 여행자들에게 간쑤성으로 들어가는 인기 있는 길이다. 이 지역은 한적한 티베트 마을과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지대(해발 4000m)

 

 

그러나 해발 3500m~ 4000m에 달하는 초원 습지대를 지나는 것은 일정이 급한 사람들에게는 권할만한 길이 아니다. 도로가 자주 끊기고 수운주도 평범한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마구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쑹판에서 쪼이거로 가는 길은 168km에 달하는 험한 길이다. 버스는 위태위태한 길을 덜덜거리며 2시간을 달려가더니 진흙탕 길에 그만 멈추고 만다.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트럭 한 대가 도랑에 빠져 있고, 승용차 한 대가 고장으로 길을 막고 서 있다.

 

버스에 탄 승객 전원이 내려 돌을 주어다가 바퀴에 박고 길을 내 보았지만 진흙탕에 빠진 트럭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승객들이 승용차를 들어 올려 길을 냈다. 아마 그 승용차 운전사가 잘못하여 트럭이 도랑에 바진 모양이었다. 중국인들이 승용차 운전사에게 험한 말을 하며 몰매를 할 기세였다가 겨우 진정되었다.

 

 

▲진흙탕 속에 빠진 트럭때문에 멈춰 선 자동차들

 

 

호주에서 왔다는 삼손처럼 생긴 젊은 여행자는 온 몸에 차를 들어 올리다가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독일에서 온 여행자는 그 장면을 비디오와 카메라에 계속 담아냈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포클레인이 도착하여 트럭을 들어 올린 후 겨우 출발을 할 수가 있었다.

 

버스는 눈이 덮인 끝없는 초원을 달려갔다. 5월인데도 초원에는 눈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야크 떼와 양떼가 설경과 어울려 기가 막힌 풍경을 보여 주었다. 하얀 티베트의 초르텐이 초원에서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그 눈 덮인 길을 오체투지를 하며 길을 가는 순례자들이 보였다.

 

 

▲오체투지를 하며 라사로 가는 길위의 순례자들-중국 쓰촨성 쪼이거

 

 

"세상에나! 이런 길을 오체투지를 하고 가다니……"

 

아내는 감탄과 경이로움으로, 그리고 안쓰러움으로 혀를 끌끌 차며 순례자들을 바라보았다. 쪼이거에 다가갈수록 순례자들은 점점 더 많아 졌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나 보아왔던 광경이었다. 그들은 이 길을 따라 라사까지 가는 순례자들도 있다고 한다.

 

그들이 오체투지로 가는 의미는 무엇일까? 저들은 왜 이리도 고생스런 길을 걸어가는가? 눈 속을 온몸을 땅에 엎드려 절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을 바라보자니 버스를 타고 가는 우리는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버스가 덜덜 거린다고, 흙탕길에 멈춰 선다고, 느리게 간다고, 자리가 불편하다고…… 갖은 불평을 늘어놓고 있지 않은가? 끝없는 화두를 던져주는 동안 버스는 쪼이거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