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절구통에 수련을 심으며...

찰라777 2010. 8. 4. 20:33

절구통에 수련을 심다

  

 

 ▲절구통에 심은 수련

 

뒤뜰을 돌아보니 한쪽에 절구통과 돌 항아리 두 개가 있다. 그리고 돌로 깎은 거북이 두 마리가 있다. 요리조리 살펴보니 제법 모양이 괜찮은 것들이다. 이 절구통과 돌 항아리를 이용하여 정원을 꾸미면 운치가 있는 것 같아 지난번 이사를 할 때에 함께 온 친구들의 힘을 빌려 마당 현관에 옮겨 놓았다.

 

지난달 서울 수유리에 있는 향운사에 들렸더니 비슷한 절구통에 수련을 심어 꽃을 피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우리도 이곳에 수련을 심기로 했다. 마침 순천에 있는 원 여사 집에 점심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는데, 가는 길에 수련을 사와 심기로 했다.

 

우리는 계족산을 넘어 순천 원 여사 집으로 갔다. 원 여사는 아내의 친구의 친구로 지난달에 소개를 받은 분인데, 그녀는 무공해 보이차와 한국의 전통 김치를 만드는 음식 솜씨가 뛰어난 여성이다. 원여사의 아파트에 도착을 하니 12시다.

 

그녀의 집은 마치 작은 인형의 밀랍처럼 아주 예쁘게 가꾸어 놓고 있었다. 베란다는 온갖 꽃나무와 화초로 가득 차 있고, 거실과 안방에는 고(古) 가구들이 맵시 있게 진열되어 있다. 이 가구들은 남이 쓰다가 버리려고 하는 것들을 주어모아 놓은 것들이란다. 버려지는 가구도 쓰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멋지게 변하는 것이다.

  

나무와 화초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화분 받침에 물이 넘치는 자국이 없으며, 나무 색깔이 낙엽으로 변해 있는 잎이 전혀 없다. 그녀는 물이 넘치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물을 준다고 한다. 홀로 사는 원여사의 취미는 화초와 나무를 가꾸는 것과 집안을 꾸미는 것, 그리고 음식과 보이차를 만드는 것, 친구들과 지인들을 초대하여 손수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며 여행을 다닌 것이라고 한다.

 

그것 참… 하여간 원 여사를 가까이 하면 음식 하나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낯선 외지에 와서 이런 좋은 분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 횡재나 다름없다. 간전면 우리 집에서 원 여사의 집까지는 20~30분내의 차로 거리다. 더구나 계족산을 넘어가는 풍경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지난달 6월 19일 날 이삿짐을 옮길 때 그녀는 계족산을 넘어 우리 집을 방문했었다. 붙임성이 뛰어난 여사는 사귀면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따뜻한 인상이었다.

우리는 그녀가 만든 수제비를 맛있게 먹었다. 수제비는 피아골에서 잡아 온 다슬기를 넣어서 끌린 것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원료가 몇 가지나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다. 맛은 물론이려니와 영양이 풍부하다.

(사진:원여사네 아파트 정원)

  

원 여사의 솜씨 중에서도 단연 김치 맛은 으뜸이다. 이건 단순한 김치가 아니라 영양소의 집합이다. 스물 몇 가지가 들어갔다는 김치는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는다. 그녀는 롯데에서 개최한 김치 만들기 대회에 참가를 하여 우수상을 받고 일본까지 건너가 일본인들에게 김치 담그기 강의를 6개월 동안이나 전수해 주었다고 한다. 또한 샐러드에는 블루베리, 오디, 사과를 비롯하여 각종 과일과 야채가 풍부하게 들어있었다.

 

내일은 정읍으로 블루베리와 오디를 사러 간다고 한다. 블루베리와 오디는 심장에 아주 좋은 과일이다. 언젠가 '위대한 밥상'이라는 TV프로에 산악인 엄홍길 씨의 밥상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그 밥상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블루베리라고 한다. 심장을 튼튼히 하여 고산병에 좋다는 것. 각하는 내일 원 여사를 따라 정읍을 가겠다고 한다. 그건 나도 함께 가야 한다는 명령이나 다름없다. 하여튼 우리는 그 맛깔스러운 김치와 샐러드에 수제비를 맛있게 먹고 아지안탐인가 뭔가 하는 나무까지 한 그루 보듬고 원여사의 집을 나왔다.

 

 

 

▲절구통과 돌항아리에 심은 수련과 물옥잡화 

 

그리고 오는 길에 화원에 들려 수련과 물옥잠화, 물양귀비를 샀다. 순천에서 간전으로 넘어오는 계족산 길은 매우 운치가 있는 길이다. 2차선 지방도는 차가 거의 없다. 계족산은 인도에도 있는 산이다. 닭의 벼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부처님의 수제자인 마하가섭존자가 입적을 한 산이라고 한다.

 

좌우간 그 계족산을 그 계족산을 넘어와 절구통에 수련을 띄어 놓으니 제법 볼만하다. 수련이 한송이 피어 있는 모습도 보기에 좋다. 돌항아리에는 물옥잠화와 물양귀비를 띄어 놓으니 운치가 한층 더한다. 거기에 원 여사의 집에 보듬고 온 아지안탐을 거실에 놓으니 그 흐드러진 가지가 거실의 분위기를 온통 바뀌어 놓고 있다. 나무 한 그루 화초 한 송이가 이렇게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어 주고 있는 것이다.

 

 

▲순천 원여사 집에서 가져온 아지안탐의 흐드러진 자태

 

문제는 식구가 자꾸 는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물론이고, 화초, 화분… 우리가 집에 머물고 있을 때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무슨 일이 있어 장기간 집을 비울 때에는 누가 이 들을 돌보아 줄 것인가. 문득 법정스님의 무소유 내용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나 우리는 스님이 아니다. 이성의 부부끼리 살면서 사바세계와 소통을 하고 있는 중생계의 인간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스님 네들처럼 모두 버리고 살 수 없는 것이 아내의 내가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중생 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