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청개구리가 높이 올라갈수록 큰비가 내린다?

찰라777 2010. 8. 18. 06:43

청개구리가 높이 올라갈수록 큰비가 내린다

  

▲유리창을 타고 천장까지 높이 기어 올라가는 청개구리들. 청개구리가 높이 올라갈수록 큰 비가 내렸다.

 

 

청개구리가 유리창에 높이 붙어 있을수록 큰 비가 내릴 확률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제 밤에도 두 마리가 거실 유리창 가장 높은 곳에 필사적으로 올라가 밤을 새더니 엄청난 집중폭우가 내렸습니다.

 

청개구리는 부모 무덤이 떠내려 갈까봐 걱정을 하며 울어대기도 하지만, 큰 비가 올 것을 미리 예측을 하고 높은 곳으로 몸을 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청개구리의 예지는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물인 청개구리도 기후를 예측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도(道)를 닦는다면 그 예지는 더욱 뛰어 나겠지요. 옛 도인들이 과학적인 도구 없이도 하늘과 땅, 미물의 움직임을 보고 천기를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이 됩니다. 

 

허지만 청개구리가 부모 청개구리의 말씀을 잘 들었더라면 저렇게 애처롭게 매달려 있지는 않을 텐데… 그러기에 미물이나 인간이나 부모말씀 잘 듣고 효도를 한다면 그 장래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청개구리처럼 애처롭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히 물에 잠겨버린 구문척교 

 

▲물에 잠긴 구문척교와 섬진강. 멀리 지리산 노고단이 운해에 쌓여 있다.

 

 

지리산 자락에 내리는 비는 감당하기가 어려울정도로 엄청나군요. 사방이 고요한 적막 속에 잠겨 있다가도 갑자기 일진광풍이 휘몰아치며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폭우는 무섭기만 합니다.

 

저희 집은 다행히 섬진강에서 약 3km 떨어진 계족산 근처에 있어 큰 피해는 없습니다. 그러나 백운산 줄기에서 흘러내는 집 앞의 개울물이 엄청나게 불어나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 그 소리가 마치 제트기가 날아가는 소리처럼 요란하게 들려옵니다.

 

섬진강으로 나가보니 강 수위가 도로변과 거의 수평을 이룰 정도로 불어나 있습니다. 하류로 흘러가는 속도도 매우 빨라지고 있습니다. 구례와 문척면을 잇는 도로가 잠기고, 구례 곡성 지역의 낮은 곳과 하동 하류지역에는 일부 섬진강이 범람을 하여 주민들이 대피를 하는 소동이 일어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강 수위가 크게 올라간 하동 남도대교

 

▲하동대교에서 바라본 지리산 왕시루봉 

 

 ▲하동대교에서 바라본 화개장터. 일부 침수가 되어 주민들이 대피하고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지리산 인근에 내린 게릴라성 집중폭우로 섬진강 댐 물을 16일 오후 4시부터 초당 760톤을 방류한데다가 지리산 골골에서 흘러내려온 큰물들이 섬진강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섬진강 수위가 이렇게 높이 올라가는 것은 처음 본다며 놀란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주암댐물까지 방류를 할 경우 그 피해는 더욱 클것으로 예상됩니다.

 

괜히 걱정이 되어 861번 도로를 타고 하동 남도대교와 화개장터를 둘러보고, 여기저기 섬진강 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구례읍에 볼일도 있고 하여 문척교를 지나가는데 지붕이 통째로 물에 떠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섬진강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떠 내려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섬진강에 떠내려 오는 온갖 쓰레기들. 쓰레기는 그 나라 문화의 척도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우리자신들에고 고스란히 그 피해를 줄것이다.   

 

 

집중 폭우와 온갖 쓰레기로 몸살을 않고 있는 섬진강

 

휴지조각은 물론, 스티로폼, 비닐, 개집, 막걸리병 등 인간이 버린 엄청난 각종 오물이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대문 앞의 쓰레기는 그 집의 문화수준을 말해주고, 강과 산, 바다의 오물은 그 나라의 문화척도를 나타내 준다고 합니다.

 

저 엄청난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며 몸살을 앓을 강과 바다를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업보는 고스란히 다시 우리 인간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저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며 우리나라가 문화 선진국으로 가려면 아직도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할 때는 전시 효과를 노리기 위해 자신들의 쓰레기를 잘도 치웁니다.

 

그러나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쓰레기와 오물을 마구 버리는 습성이 있다면 어찌 문화국민이라고 하겠습니까? 서울의 전철역 근처에는 시민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즐비합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문화 선진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섬진강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는 구호가 무색하기만 하다.

 

 

문척교 입구에는 "섬진강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각자가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자연의 섭리와 진리에 순응하지 않을 때, 큰 비가 내릴 때마다 우리는 청개구리처럼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애처로운 신세가 되고 말 것입니다.

 

(2010.8.17 섬진강에 큰 비가 내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