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평사리의 가을

찰라777 2010. 11. 1. 08:37

 서희와 길상, "부부송"만이 들판을 지키고 있는 평사리

 추수가 끝난 평사리의 가을 길은 쓸쓸하다

 

 

▲수확을 거둔 평사리의 가을길을 쓸쓸하다. 서희와 갈상의 부부송만이 평사리 들판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농부들의 마음은 따듯해 보인다.

 

섬진강으로 이살  온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이렇다할 지리산 둘레길 한번 걷지도 못했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아내의 친구가 둘레길을 걷고 싶다고 찾아와 오랜만에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무리를 하면 아니되어 걷기에 쉽다는 평사리 <토지길>을 걷기로 하고 하동으로 향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라남도에서 경상남도로 들어가는 19번 도로에 하동이라는 마스코트가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위와 같은 푯말이 세워져 있군요. 푯말 앞에는  피라칸사스 붉은 열매가 푸른 섬진강에 선홍빛으로 드리워져 사람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오, 너무 아름다워요!" 두 여인은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섬진강에 어리는 피라칸사스의 요염한 자태

 

하동 대봉마을에 자동차를 세우고 평사리 벌판을 걸었습니다. 토지길이 있다는 표지판을 따라 가다가 그냥 무작정 걸었어요. 요즈음은 올레길, 둘레길, 무슨무슨 길 등이 하도 많이도 생겨 길이 넘쳐나고 있것 같습니다. 그러나 길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지요.

 

 

          

  

추수가 끝난 평사리 벌판은 쓸쓸하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쓸쓸함 뒤에는 수확을 거둔 농가의 굴뚝에서 연기가 무럭무럭 나오고 있습니다. 하하 보이지 않는다고요?  요즈음은 가스로 대부분은 부억을 개조를 하여 연기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벌판을 둘러싼 마을마다 가을햇빛을 받아 수확을 거둔 농부들의 따뜻함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악양은 국제 슬로시티로도 이름이 난 지리산의 길지라고 하지요. 대봉마을엔 아기들 머리통만한 대봉이 붉은 홍조를 뛰며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대봉은 단감에 비하여 서리를 덜 타는지 잎새도 더 싱싱하게 보입니다. 지나가던 농부가 봉고를 타고 가다가 "대봉 하나 자셔 보시소." 하며 건네주는데 맛이 그만이군요.

 

           

  

대봉마을에서 축지교를 지나 뚝방길을 따라서 섬진강이 흐르는 평사리 공원으로 걸어갔어요. 벼짚을 쌓은 하얀 사료들이 점점이 벌판에 도열하고 있고, 벼를 베어낸 자리에 무엇인가를 심으려고 거름을 주는 농부들의 손길이 제법 분주해 보입니다. 멀리 형제봉 줄기를 따라 고소산성이 보입니다.

 

평사리 벌판 가운데 서있는 부부송은 그 어디에서 바라보더라도 뚜렷이 보입니다. 서희와 길상이 공개적으로 사랑를 하는 것일까요? ㅎㅎㅎ 평사리 공원에 다다르니 정말 바다가의 해변보다 더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집니다. 무래 둔치에 억새풀이 햇빛에 반작러비며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평사리 공원 둔치에는 잔디사잇길이 푹신한 양탄자처럼 깔려 있어 걷기에 아주 좋군요. 잔디길을 따라 무작정 걷다가 장승도 만나고, 소나무 숲도 만나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걷고. 햇빛에 부서지는 섬진강릐 물빛과 모래톱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평라리 공원을 벗어나와 다시 평사리 벌판길을 걸었습니다.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니 부부송이 서 있는 자리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부부송은 말없이 지나가는 나그네를 바라다 봅니다. 논으로 들어가 부부송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추수가 끝난 가을에는 부부송이 있는 둘레를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과일수(아마 배나무 인듯) 가운데 서 있는 서희와 길상을 상징 한다는 부부송이 바람에 하늘 거립니다. 부부송을 돌아나와 다시 둑방을 걷는데 아내가 다리에 쥐가 났다며 그냥 철퍼덕~ 논두렁에 주저 앉고 마는 군요. 아내의 다리를 주무르다가 나는 부부 허수아비가 있은 곳에 아내를 기다리게 하고 대봉마을에 세워놓은 자동차로 황급히 뛰어가 자동차를 몰고 왔습니다.

 

차를 몰고와 보니 아내는 여전히 다리에 쥐가 풀리지 않아 주저 앉아 있군요. 에궁~ 멍석위에 아내의 다리를 펴게 하고 한참을 주무르니 이윽고 좀 나아지는군요. 참 나는 바보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논두렁에 서 있는 허수아비같은 인생. 그래 나는 허수아비입니다.  내일이면 11월이내요 . 세월 참 빠르군요.ㅎㅎㅎ

 

(평사리 들판에서 201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