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쉿! 코뿔소다!-치트완정글에서

찰라777 2011. 1. 8. 09:43

“쉿!”

 

적막강산. 살Sal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수풀이 우거진 치트완 정글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바스락 바스락” 코끼리 발자국 소리만 들리는 정글. 순간 코끼리 몰이꾼이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쉿” 소리를 낸다. 코끼리 등 네모난 상자에 앉은 일행은 모두 긴장을 한다. 혹시 호랑이? 네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가 가르치는 방향으로 쏠린다. 놀란 사슴 두 마리가 껑충껑충 뛰어 간다.

 

“휴우우우우우~”

 

 

 

일행 모두는 비로써 안도의 숨을 내쉰다. 뛰어가는 사슴을 카메라에 담아보려는 나는 실패를 하고 만다. 비디오와 카메라로 무장(?)을 하고 정글에 나타나는 야생동물을 촬영해보려고 했지만, 뒤뚱거리는 코끼리 등에서 야생동물을 찾기도 찍기도 쉽지가 않다. 설령 찾더라도 움직이는 코끼리 등에서 포커스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사슴을 보고, 멧돼지를 보았지만 제대로 찍지는 못했다. 살sal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코끼리들은 틈만 있으면 코끼리풀을 뜯어 먹는다. 정글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진짜 타잔이 된 기분이다. “아아아아아아~ 아아~” 모두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만다.

 

 

코뿔소는 뿔이 몇 개지?


그렇게 한 동안 숲을 헤집고 다니다가 너른 초원에 다다랐다. 엇! 코뿔소다! 초원에 한편에 거대한 코뿔소가 나타난 것이다. 코뿔소와 코끼리는 사촌지간일까? 성씨가 “코”자이다. 성도 같으니 녀석들은 사촌지간임이 틀림없다.초식동물인데 몸무게는 수 톤이 넘는다. 


“오!”

“아!”


다시 네모난 안장에 앉은 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벌리고 탄성을 지른다. 녀석은 코끼리를 보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녀석은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야생의 코뿔소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다. 갑옷을 입었나? 뿔은 몇 개이지?

 

 

 


녀석은 단단해 보이는 가죽을 둘러 입고 튼튼해 보이는 밧줄로 휘장을 두르고 있다. 녀석의 갑옷 두께는 2인치를 넘는다. 몸무게는 자그마치 3톤이 넘는다. 자세히 보니 뿔은 하나이다. 밧줄을 묶은 듯 갑옷 같은 등과 갈비에 줄이 쳐진 녀석은 참으로 못생겼다. 못생겨서 인기가 더 있나?


왜 코뿔소이지? 녀석은 주둥이 위 코언저리에 뿔이 나 있다. 저 뿔은 ‘무소의 뿔’이다. 코뿔소는 언제나 돌진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2인치의 갑옷을 입고, 저 육중한 몸무게로 돌진하여 무소의 뿔에 받힌 다면 아무도 당할 자가 없다. 

 

 

 


코뿔소가 나타나자 코끼리 사파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녀석은 갑자기 스타가 된다. 이럴 때 망원렌즈를 가져와야 하는데. 나는 녀석을 똑딱이 카메라로 잡고, 비디오로 감았다. 녀석은 스타처럼 군림을 하며 풀을 뜯어 먹더니 이내 인간들이 귀찮다는 듯 유유히 정글 속으로 사라져 가고 만다.


어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만 가나? 이 어리석은 중생도 좀 데리고 가지. 나는 유유히 정글로 사라져 가는 코뿔소가 부러웠다. 녀석에게는 걱정이라곤 없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풀을 뜯어먹고 졸리면 자고. 먹 거리와 잠자리는 정글이 해결해 주니 집이 걱정인가, 먹 거리가 걱정인가? 처자식이 걱정인가? 눈 뜨면 세상일로 걱정을 하는 인간세상이 아닌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흐음~ 나는 언제쯤 녀석처럼 무소의 뿔을 달고 홀로 유유히 정글로 들어 갈 수 있을까? 그러나 혼자 가기엔 이미 너무 많은 인연의 사슬에 매여 있다. 처자식이, 구차한 살림살이가, 여기저기 빚을 진 인간관계가, 반세기를 넘겨오며 지어온 카르마(업)의 사슬에 나는 억매여 있다.


붓다는 29세에 정글로 들어가 6년 고행 끝에 정각을 얻었다. 스코트 알렉산더(Scoott Alexander)는 21세 때 직장을 그만두고 세상의 정글로 뛰어 들었다. 그는 23세 때 <코뿔소의 성공(Rhinoceros Success)>란 시리즈를 세상에 펴냈다. 이 책은 지난 20년간 20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이 세상 감히 그 누구도 도전하지 않으려는 정글 깊숙한 곳 어딘가에 <성공>이라 불리는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 이 동물은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잡기를 원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정글로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의 비밀은 진짜 코뿔소가 되는 데 있다. 당신이 내일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 당신은 2인치 두께의 갑옷을 입고 3톤 무게의 코뿔소가 되어 세상 밖으로 진군을 해야 한다. 코뿔소가 되어 하루를 시작하는 첫 번째 일은 당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물로 돌진을 하는 것이다. 그 누가 돌진하는 3톤짜리 코뿔소가 가는 길을 막을 것인가?

 

 

 

 

<성공>이라는 보석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게으른 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저 그럭저럭 편한 길을 택하여 하루를 보내는 게으른 소는 성공의 보석을 먹을 수 없다. 성공은 쉬운 것이 아니다. 성공은 모험이다.

 

나는 30년 동안이나 한 직장에서 편하게 지내는 게으른 소로 지나왔기 때문에 결과는 늙은 소로 전락을 하게 된 것이다. 좀 더 일직 코뿔소의 정신을 가지고 정글로 돌진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그것이 내가 택한 길이었기에…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했고,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려고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글 여행에서 만족을 느끼려면 따라야 할 몇 가지 규칙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그 규칙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목에 캠코더를 걸고 있다. 사실 정글 여행에 이것이 무에 필요하단 말인가? 정글여행에도 규칙이 있다.

 

 

 


첫째,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름들은 전 생애에 걸쳐 ‘불필요한 짐’을 어깨에 메고 다닌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조차도 버려 하는데 사람들은 강을 건너고 나서도 여전히 무거운 뗏목을 등에 메고 다닌다.


코뿔소는 단 하나의 뿔과 튼튼한 2인치의 갑옷이 전부다. 그는 언제나 돌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번 돌진을 하면 속도를 늦추지 않고 돌진한다. 즉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두 번째, 코뿔소와 함께하라는 것이다. <성공>은 힘든 사냥이기 때문에 당신은 코뿔소를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 성공은 혼자서 이룰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협조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돕는 것보다 더 많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은 물질적인 부, 잔고가 많은 은행계좌,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공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이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 소프트웨어>라는 사람들이 원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앉아서도 세상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왔다. 당신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수록 성공도 더욱 커진다.


이것은 고우스톱 게임과도 같다. 당신이 게임 막판에 3점으로 나기 위해 광(光)을 먹었는데 결과는 설사를 하여 피바가지를 쓰는 원리와 같다. 광(光)을 먹지 않고 다른 화투장을 내 놓았으면 상대방이 피바가지를 썼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세 번째 규칙은 정글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무엇보다도 강임함이 필요하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총이나 칼, 돈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용기>이다. 총이나 칼보다도 타잔 같은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정글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네 번째는 길이 없는 정글에서는 <나침반>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은 분명히 미개척 된 정글에 있다. 남이 100% 다 알고, 남이 다 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100% 실패할 확률이 많다. 때문에 미개척 정글에서 때로는 방향을 제시해줄 목표가 있어야 한다. 무작정 정글을 헤매는 것은 다시 길을 잃기 쉽다. 탐험가에게 나침반이 필수이듯, 매일매일 미지의 정글을 헤쳐 가는 당신에게는 방향을 제시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나는 30년 동안 금융기관에서 일을 하며 남이 잘 된다고 하니까 무작정 뛰어 들었다가 실패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의 공통점은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데 있다. 이미 경쟁이 하늘을 찔러 실패의 확률이 높은 사업에 올 인을 한다. 자신의 담보는 물론 부모 형제자매의 재산까지 담보를 하여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다.

 

그러나 경기가 변하면 이자라는 무거운 짐이 그를 짓누른다. 그는 재산의 부도는 물론 인생의 부도까지 내고 만다.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돌진하였다면 <신용>까지는 허물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의 부도는 내도 인생의 부도는 내지 말아야 한다.


젊은이여, 당신의 뿔을 시험해 보라! 늙은 뿔은 날이 무디고 힘이 없다. 그리고 짊어진 짐도, 업의 사슬도 너무 많다. 피부도 늙어서 엷어지고 탄탄하지가 못하다.


그러나 젊은이에게는 활력이 넘치는 에너지가 있고,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으며, 잃어버릴 것도 없다. 설령 무엇을 잃어버리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는 유연성과 시간이 있다. 젊은 당신은 2인치나 되는 튼튼한 가죽과 3톤이나 되는 몸무게를 가진 힘이 넘치고 있다.

 

 

 


“무소”는 코뿔소를 뜻하는 말이다. 코뿔소는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습성이 있는데, 고대의 수도승들도 걸식을 하면서 홀로 수행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처럼 깨달음의 길은 혼자서 가는 길이기에 무소의 뿔이 한곳을 향하듯이 혼자서 가라고 한 것이다.


如獅子聲不驚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如風不繫於網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如蓮花不染塵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如犀角獨步行 무소의 뿔처럼 혼자 걸어가라

- <수타니파타(Sutta_nipāta)> 중에서

 

 

 


젊은이여, 항상 정글로 돌진하라. 그렇지 않으면 산 채로 잡아먹힌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리고 당신의 뿔을 시험하라!


“쉿!”


코끼리 몰이꾼이 다시 입에 손을 댄다.

그러나 이제 일행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새들이 파닥거리며 날아간다.

원숭이가 타잔처럼 넝쿨을 타고 실 나무 사리를 건너간다.


“바스락!”

“바스락!”


치트완 정글은 다시 적막강산으로 변한다.

 

(네팔 치트완 정글에서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