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머리에 짐을 지고 가는네팔 여인

찰라777 2010. 12. 29. 07:55

 

머리에 짐을 지고 가는 네팔 여인들

 

 

머리에 짐을 지고 가는 여인이여

그대 이 세상 번뇌를 모두 지고 가는가? 

 

그대 머리에 에베레스트가 있고

그대 머리에 히말라야 맑은 영혼 있네!


지구의 무게를 머리에 지고 가는 여인이여

그대 성스러운 맑은 영혼에 고개 숙여지네!


 

(치트원 정글에서 찰라)

 

 

 

 

▲머리에 짐을 지고 가는 네팔의 할머니. "나마스테" 낮은 소리로 합장을 하는 모습이 성스럽다.

 


세계의 지붕 네팔의 여인들은 머리에 짐을 지고 다닌다. 치트원 정글 입구에 도착하자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온다. 내가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하자 할머니는 오던 걸음을 멈추고 두 손을 천천히 합장을 하며  “나마스테“ 낮은 소리로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나마스테Namaste는 인도, 네팔, 티베트 등에서 나누는 성스러운 인사말이다. 산크리스트어로 ‘나마스테Namaste’의 나마스Namas'는 ‘경의’ 복종‘한다는 의미가 있고, 불교에서 귀의(歸依)한다는 의미인 ’나무아미타불‘의 ’나무‘가 ’나마스‘에서 왔다고도 한다. '테Te'는 ’당신에게‘라는 의미. 그래서 나마스테는 ’당신 안에 있는 신(세계)에게 경배를 드립니다‘라는 존경과 복종을 한다는 성스러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인이 다소곳이 낮게 읊조리는 “나마스테”는 하나의 성스러운 울림으로 다가 온다. 그 음성과 모습에서 평화로움이 밀려온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성스러운 모습이다. 그 어떤 설법도, 설교도 필요 없는, 합장을 한 그 겸손한 자세가 가장 큰 ‘가르침’이다. 나의 업경대가 “나마스테” 하는 순간에 할머니의 마음에 비추어지는 것 같다.


사진을 찍는 내가 어쩐지 외소해지고 부끄럽다. 엎디어 오체투지 삼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중생, 중생이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고, 그리고 여기에 또 글을 쓴다. 나의 좁은 중생살이는 어쩔 수가 없다. 언젠가는 맨손으로 여행을 하리라. 다 놓아 버리고…

 

▲풀짐을 온 몸에 가득 지고 오는 네팔의 여인. 노란끈을 너리에 묶어 두 손으로 잡고 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저 무거운 짐을 어떻게 머리에 지고 갈까?

 

▲무거운 풀짐 자루를 머리에 지고 있는 네팔의 농부


라프티 강 쪽에서 중년의 여인들이 머리에 가득 풀 짐을 지고 온다. 노란 띠 끈을 머리에 두른 여인의 등 뒤에는 엄청난 풀 짐이 지어져 있다. 여인은 두 손으로 머리의 끈을 잡고 있다. 그 뒤에 남자는 자루에 풀을 가득 채워 역시 머리끈으로 매달고 있다. 세계에 지붕 네팔, 머리에 짐을 지고 가는 여인의 모습은 마치 온 세상의 번뇌를 머리에 지고 가는 느낌을 준다. 그들은 왜 머리에 짐을 지고 가는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독특한 짐 지기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치트원 정글로 사라져 가고 있다. 정글에서 일을 마친 사람들이 집으로 가고 있다.

 

▲정글로 사라지는 태양

 

▲노을에 비친 구름


여인의 등 뒤로 태양이 이글거리며 정글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나는 여인들과 석양노을에 취해 있다가 일행들을 놓치고 말았다. 호텔 이름도 정확히 모르고 있어서 난감했다. 라프티 강을 끼고 있는 소우라하Sauraha는 제법 넓은 숙박지역이다.


아침에 일람에서 출발하여 석양이 질 무렵에 치트원국립공원 도착했다. 히말라야처럼 높은 산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던 네팔, 하루 종일 평야를 달려온 것이 믿기지 않는다.


버스가 치트원에 도착 하였을 때에는 붉은 태양이 막 정글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10시간 정도를 버스에 앉아 온지라 버스에서 내려 소우라하 입구에서부터 걸어가기로 했다. 소우라하는 치트원 정글과 라프티 강을 옆에 끼고 있는 여행자들의 숙소가 있는 지역이다.

 

 

터라이(Terai)평원에 위치한 치트원 국립공원은 동서로 80km, 남북으로 23km에 이르는 광활한 정글이다. 서쪽에는 나라여니 강, 북쪽에는 라프티 강, 동쪽은 퍼르사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있고, 남쪽 일부에는 인도국경과 접해 있다.


터라이 평원 일대에는 아열대 식물이 빽빽하게 정글을 이루고 있어 야행 코끼리, 멸종 직전에 있는 벵골 호랑이, 코뿔소 등 야생동물의 낙원을 이루고 있다. 치트원 정글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살Sal 나무와 키가 5m가 넘는 코끼리풀Elephantgrass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초원과 강에는 악어와 물새, 담수 돌고래 등 55종의 포유류, 525여종의 새가 서식을 하고 있다.


노란 벼가 익어가고 있는 평원에는 석양을 등지고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 달구지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저녁 한 때의 느긋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터라이 평원은 보통 벼를 2~3모작을 하고 있다.

 

▲들에서 이을 하고 있는 네팔의 소녀. 우리나라 시골풍경과 흡사하다

 

▲광주리를 옆에 기고 맨발로 걸어오는 네팔의 소녀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사람들


볏단이 쌓아진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풍경은 꼭 우리나라 어느 시골풍경과 흡사하다. 바구니를 옆에 끼고 맨발로 걸어오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머리에 띠를 두른 끈에 광주리를 매달고 천천히 걸어오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정글 속으로 이글거리며 사라지는 태양이 환상적이다. 붉은 태양 위에는 흰 뭉게구름이 솜사탕처럼 걸려 있다. 석양 노을을 등지고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 마차를 타고 오는 사람, 걸어서 오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일터에서 돌아오는 성스러운 풍경이다. 나는 마치 말레의 만종을 보는 느낌이 든다.

 

 

▲호텔 정글로지 풍경


정명거사와 함께 사진을 찍느라 일행들을 놓치고 말았다. 무슨 정글 로지라고 했는데… 정글로지란 이름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애를 먹었다. 1시간 도 넘게 헤매다가 어느 여행사에 들렀더니 마침 나를 찾아 나선 포터와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거리 구경은 잘했다. 라프티 강가에는 서양에서 온 여행자들이 맥주나 차를 마시며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치트원은 코끼리 사파리, 버드와칭, 카누 등을 타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포터를 타고 숙소에 도착을 하니 아내가 뿔이 나 있다. 도대체 뭘 하고 왜 이제 오느냐는 것. 이럴 땐 그저 웃는 것이 상책이다. 남을 애타게 만든 사람이 할 말이 없지 않는가? 네팔에 도착을 하여 모기와 냄새만 풍기는 숙소에서만 머물다가 오랜만에 깨끗한 호텔에 머물게 되자 일행들은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네팔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잘 갖추어진 레스토랑에서 폼을 잡고 식사를 하는 일행들의 모습이 매우 활기차게 보인다. 역시 익숙한 문화 길들여진 중생은 도리가 없다. 익숙하고 편한 환경에 길들여진 중생은 그만큼 불편함을 감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거기에 포도주까지 한 잔 곁들이니 모두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다.

 

▲맨발로 민속춤을 추는 원주민 타루족

 

▲민속춤을 설명하는 타루족

 

▲우리나라 춤과 흡사한 면이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나서는 타루족의 춤을 구경했다. 잔디밭에서 공연을 하는 타루족의 춤은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의 피로를 어루만져 주었다. 타루족은 치트원을 비롯해서 터라이 평원 전역에서 동서로 길게, 그리고 국경을 넘어 인도까지 분포해 있다. 타루족은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장구와 비슷한 마덜Madal을 연주하며 막대기를 휘두르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타루족의 춤은 퍽이나 인상적이다. 하얀 치마를 입고 그 위에 밤색 재킷을 걸친 타루 족들은 정말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마지막에는 그들과 하나가 되어 원을 그리며 함께 춤을 추었다. 모처럼 흥겨운 밤이었다. 여행은 만남이다. 원주민과의 만남은 문화는 다르지만 흥에 겨워지면 저절로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게 되는 것이다.


흥에 겨워진 여행자들은 이제 자기네들의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네팔의 민요 레섬피리리를 따라 불렀고, 그들은 우리의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마치 원주민과 노래자랑이라도 하듯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밤이 깊어 가는 줄 몰랐다. 노래와 춤은 가장 원시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다. 여행자들과 원주민모두 “너”와 “내”가 없는 하나가 되었다.

 

(네팔 치트원 정글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