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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책을 읽는 사람은 행복하다!

찰라777 2011. 2. 10. 06:54

 

▲몽골초원에서 책을 읽는 프랑스 여행자(2006년 함께 몽골초원을 여행하며)

 

 

 

책을 읽는 사람은 행복하다!

 

 

책을 읽으며 산책을 하는 사람

 

능동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산책하다가 책을 읽으면서 걸어오는 한 남자를 만났다. 호젓한 숲길을 산책하며 어떤 중년남자가 책을 손에 들고 천천히 걸어오면서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잠시 멈추어 서서 책을 보며 비시시 웃다가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독서삼매에 젖은 그는 누가 옆에 있다는 의식을 전혀 하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걸어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행복하게 보이던지…! 나는 한동안 독서삼매에 든 중년 남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얼이 빠진 채 바라보았다.

 

사라져가는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중고등학교 시절 기차통학을 하며 책을 읽던 때가 생각 났다. 우리 마을에서 기차를 타려면 역전까지 6km 정도를 걸어가야만 했다. 왕복 12km, 삼십 리가 넘는 길이다. 그 당시 선배 한분이 함께 기차통학을 했는데, 그 선배의 손에서는 항상 책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걸으면서 책을 읽거나 영어 단어를 외우곤 했다. 그는 후에 지방대 법대를 수석으로 합격을 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고급 관료의 길을 걸어갔다.

 

나도 그 선배의 영향을 받아 걸으면서 책을 읽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다. 그 선배는 나에게 무언중에 값진 교훈을 남겨준 고마운 분이었다. 하루는 도서관에서 빌린 헤밍웨이의 작품 '바다와 노인'을 읽게 되었다. 책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역전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서울대공원의 중년남자처럼 걸으면서 책을 읽었다. 철길 옆에 난 조그마한 샛길을 가자면 시내가 흐르는 다리가 간간히 있다. 나는 다리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나는 책을 읽으며 걸어갔다.

 

그런데… 한 발을 딛고 다른 한 발을 딛는 순간 왠지 발이 땅이 닿지 않았다. 나는 허공에 발을 내딛은 그대로 난간 밑으로 떨어져 나뒹굴고 말았다. 다리 높이는 약 3미터 정도였다. 신기한 것은 상당한 높이인데도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언가 삼매에 젖어 있는 상태에서는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다더니 그게 정말인 모양이다. 나는 그 선배 덕분에 책을 읽는 습관이 들어 중고등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시골 벽촌에서 사회로 진출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고마운 선배이다.

 

 

독서삼매에 젖은 사람은 폭격도 피해간다

 

 

▲공원에서 책을 읽는 러시아 노인(By Mararet Bourke, 1941년)

 

 

 

러시아인의 책읽기에 대한 한 가지 일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집중포격과 총공세로 초토화가 된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극적으로 살아나온 소녀가 있었다. 살아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소녀는 대답했다.

 

"책을 읽었어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등을 읽고 또 읽었어요. 아마도 백번은 읽었을 거예요."

 

나치의 폭격도 독서삼매에 젖어있는 소녀를 피해나간 것이다.

 

러시아를 여행할 때 버스와 기차를 탄 노인들은 거의가 손에 책을 들고 읽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과연 대문호가 나온 나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이나 거리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나 노인이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한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엔 책이나 잡지를 들고 읽고 있었다.

 

거리에는 톨스토이, 토스토에프스키, 푸슈킨 등 문학가들의 동상을 어디에서나 볼 수가 있고, 푸슈킨 박물관 등 대문호에 대한 박물관도 곳곳에 있다. 1999년 러시아은행은 푸슈킨 탄생 200년을 맞아 3루블 짜리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은화에는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슈킨이 왼손엔 책을 들고 독서를 하면서, 오른 손으로는 펜을 잡고 메모를 하는 옆모습이 새겨져 있다. 1988년에는 톨스토이 탄생 160년 기념주화도 발행했다. 대문호를 존경하는 러시아인의 긍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범국가적으로 문학과 독서의 열정을 키우고 있다. 문학가들이 존경을 받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가방에 책을 한 두 권쯤 넣고 다니다가 지하철이나, 버스, 공원 등 어디서든 책을 손쉽게 꺼내 읽는다. 2005년 러시아에서 발행된 신간도서는 8만9066종으로 세계 최대 독서 강국답게 출판도 많다. 러시아 여론 조사기관에 의하면 국민의 47%가 취미생활을 독서라고 답할 정도다.

 

 

"여행=독서"? 몽골초원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자나 깨나 책을 읽는 여행자들은 "여행=독서"(2006년 함께 몽골초원을 여행하며)

 

 

 

몇 년 전에는 자전거 여행을 하는 프랑스인과 중국인과 함께 지프차를 타고 몽골 초원을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틈만 나면 초원에서도, 게르(텐트의 일종)에서도 책을 읽었다. 두 프랑스인들은 농부출신들이고, 마초는 미국의 실리콘 벨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북경대학 출신이었다. 도대체 독서를 하러 왔는지 여행을 왔는지 분간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여행=독서이다"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일 정도였다.

 

프랑스인 돈은 보르도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68세의 노인인데 초원에서 잠시 휴식을 하는 중에도 지프차에 기대 앉아 책을 읽었다. 마초의 독서열도 대단했다.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초원의 게르에서 침식을 했는데 마초는 아침 일직 일어나 게르 밖의 탁자에 앉아 독서삼매에 젖어들곤 했다. 초원에서 책을 읽는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남미나 인도를 여행할 때 만난 유럽의 배낭여행자들은 기본적으로 배낭에 읽을 책 2~3세권은 항상 챙기고 다녔다. 그리고 책을 다 읽으면 게스트 하우스에 선물을 하기도 하고, 여행자들끼리 바꾸어 보기도 했다. 그래도 읽을거리가 떨어지면 도시의 헌 책방에 들려 책을 사서 읽었다.

 

 

"독서=꼴찌", 세계에서 가장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책을 가장 읽지 않는 나라 중의 하나다. 2005년 미국의 다국적 여론조사기관인 "NOP월드"는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주당 독서 시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인은 책과 신문 등 인쇄매체에 접촉하는 시간이 주당 3.1시간으로 가장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책 읽는 노과학자, By Jean-Paul Laurens)

 

NOP의 조사에 의하면 러시아인의 일주일 독서 시간은 7.1시간으로 세게 7위였다. 미국 5.7시간, 영국 5.3시간, 일본 4.1시간 등이며 30개국 평균은 6.5시간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의 성인들은 한 달에 1권정도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동안 단 한권의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로 나타났다. 독서 대신에 TV․인터넷․게임․휴대폰․영화 보기 등에 시간을 크게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가 발전하면서 한국은 "독서=꼴찌"의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책, 책, 책… 책을 읽자!

책을 읽는 사람은 아름답고 행복하다

 

 

▲자작나무 숲에서 책을 읽는 여인((By Reid_Robert_Lewis_Reverie)

 

 

 

언젠가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있었던 소설가 김 훈 씨의 "독자와의 만남"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신작 소설 "공무도하" 출판을 기념하는 저자와의 만남시간이기도 했다. 강당을 꽉 메운 독자들의 손에는 모두가 김훈 씨의 책 한 두 권이 들려 있었다. 대화가 끝난 뒤에는 행복한 마음으로 저자의 사인을 받았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런 모임은 자주 있어야 한다. 출판사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에서 지역별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여 해야 할 모임이다.

 

우리나라도 말로만 책을 읽자고 떠들지 말고 실제적인 정책이나 구체적인 방법으로 장려를 할 필요가 있다.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공공기관에서 구민회관이나 공공장소에서 주선하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지방 자치제 실시 이후 각 구청과 시마다 도서관을 근사하게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안과 지원책은 눈에 별로 띠지 않는다. 지역 도서관을 좀 더 많이 활용하는 방안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한다.

 

도서 대출을 많이 하는 가정에 쿠폰을 발행하여 책을 살 때 할인을 해주는 작은 인센티브를 실시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양적으로만 책을 구입하지 말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하여 점자 책도 많이 구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이름을 딴 거리(예컨대 김소월의 거리, 이광수의 거리, 박경리의 거리 등)와 동상을 세우고, 기념주화도 발행하여 작가들은 존경하고 가까이 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의 의사의 말이 생각난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어둡다. 독서의 계절은 따로 없다. 가을에만 독서의 계절 운운하며 반짝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이제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행복해 하는 중년남자의 표정이 떠오른다. 책을 읽는 사람은 행복하다. 성인들부터 책을 읽는 모범을 보여 주어야 청소년들이 따라서 읽을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여,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다. 책 책 책… 책을 읽자! 책을 읽는 사람은 아름답고, 지성적이며,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