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운조루의 봄[1]-바람이 머무는 곳

찰라777 2011. 3. 31. 22:21

운조루의 봄①

 

바람이 머무는 곳, 운조루(雲鳥樓)

 

 

봄비가 내리니 대지가 춤을 춘다.

추운 겨울 동안 건조하고 메말랐던 대지에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빗소리다.

대지는 밤새 봄비에 촉촉이 젖어 열아홉 가시내의 입술처럼 부드러워진다.

드디어...

이곳 지리산 자락 섬진강에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하얀 운해가 지리산 노고단을 휘감아 돌며 선경을 이루고 있다.

운해는 섬진강 자락을 적실 듯 춤을 추며 백운산으로 계족산으로 자유자재하며

여인의 길고 흰 저고리처럼 치렁치렁 너울너울 춤을 춘다.

아름답다!

 

 

 

이럴 때는 집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밤새 내린 비는

황사도 방사능도 거두어 내 버린 듯 하늘과 산천이 말끔하다.

카메라 한 대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선다.

 

섬진강변에는 매화며,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여기가 천국이 아니고 아디가 천국이더냐? 가슴 가득 풋풋하게 밀려오는 꽃 냄새, 푸른 섬진강을 날아가는 새들, 들 섶에 겨우내 웅크렸던 풀들은 봄비에 젖에 용수철처럼 고개를 디밀어 내고 있다.

봄비는 만물에게 축복을 내려준다.

 

 

 

 

산수유 물결 위로 지리산 왕시루봉과 노고단으로 흘러 내려가는 운해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빗물을 머금은 산수유의 샛노란 입술이 터질 것만 같다.

곧 떨어져 내릴 듯 물방울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과연 자연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 낸다.

서울의 수많은 편리한 것들을 버리고 왔지만, 그 편리한 것들이 어디 자연이 주는 혜택에 비기랴.

 

 

 

 

노고단의 운해는 왕시봉을 타고 내려와 토지면으로 내려온다.

마치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운해는 토지면 오미리 마을 쪽으로 흘러 내려와 섬진강으로 깔린다.

그곳은 남한의 3대명당의 하나인 운조루가 있는 곳이다.

나는 섬진강을 가로질러 곧발 운조루로 차를 몰았다.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운조루(雲鳥樓)는 ‘구름속의 새’란 뜻으로 ‘숨어사는 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토지면'이라는 이름은 어쩐지 매력이 넘친다. '오미리'라는 이름도 아름답다.

현재의 토지면(土旨面)의 지명은 본래 금가락지를 토해냈다는 토지면(吐指面)이었다고 한다.

 

 

 

 

 

오미리(五美里)는 월명산, 방방산, 오봉산, 계족산, 섬진강의 다섯 가지 아름다움을 이르는 것으로 내죽(內竹), 하죽(下竹), 오미(五美)의 세 마을을 아우른 이름이다.

 

오미리 마을 앞에 당도하니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멀리 노고단을 두르고 있는 운해가 신비롭게 보인다. 노고단은 베일에 가린 듯 오락가락 숨바꼭질을 한다.

 

 

 

 

운조루 앞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니 담 너머로 노란 산수유 꽃이 수줍은 듯 쭈뼛쭈뼛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운조루 개울가에도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행랑채 앞에 뜰에는 노란 복수초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오, 아름다운 꽃이여!

운조루에 봄이 온 것이다.

 

 

 

산동면의 산수유마을이 온통 노란 물감을 칠해 놓은 것 같은 한 폭의 산수화라면 운조루의 산수유는 뒤꼍에 다소곳이 숨은 아름다운 규수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