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1)-운조루와 오미리 마을

찰라777 2011. 4. 15. 08:23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 운조루

 

 

 

 

▲운조루 연못

 

 

방화수 역할을 하는 운조루 연못

 

운조루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직사각형의 긴 연못이다. 연못 가운데는 둥근 섬이 놓여 있고 인공 섬에는 수려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연못의 맑은 물에 비친 소나무의 반영이 그윽하고 아름답다.

 

운조루에는 왜 이런 연못이 있을까? 이는 백운산 자락이 불꽃같은 형상이어서 풍수지리상으로 불이 자주 날 수 있으므로 화기를 막기 위하여 물이 있는 연못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화재진압용 방화수인 샘이다. 연못은 가로 40미터, 세로 10미터로 길게 드리워져 있고 둥근 인공섬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파수병처럼 외로이 서 있다.

 

 

▲방화수역할을 하는 운조루 연못

 

 

연못과 운조루 입구 사이에는 맑은 개울물이 철철 흐르고 있다. 풍수학자들은 이 개울을 내당수(內堂水)라고 부른다. 대문 앞을 흐르는 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당수에 반대되는 물은 외당수(外堂水)라고 한다. 운조루의 외당수는 섬진강이다. 섬진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운조루 앞 개울물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서로 반대되는 물줄기가 양쪽에서 교차되는 곳에 있는 집은 늘 생기가 있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한다. 맑은 피가 흐르는 것처럼 생동감이 절로 느껴진다.

 

 

▲운조루를 향해 읍소를 하고 있는 형상의 오봉산

 

 

운조루 앞에는 넓은 구만들 가로 질러있고, 그 앞으로 섬진강이 흐른다. 섬진강의 오른쪽에는 오봉산이 엽전처럼 둥그렇게 보인다.

 

"저 앞에 오봉산은 운조루를 향해서 읍을 하고 있는 모습이지요."

 

운조루 9대 종부인 이길순 할머니의 설명이다. 그 말씀을 듣고 다시 오봉산을 바라보니 정말 운조루를 향해 읍소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오봉산 오른쪽으로는 오산이 있다. 오산은 사성암 명찰이 있는 곳이다. 사성암은 원효․의상․도선․진각 등 네 명의 고승들이 수도를 한 유서 깊은 암자다. 남쪽으로는 계족산이 성처럼 서있고, 왼쪽 먼 곳에는 백운산 자락의 문필봉이 삼각형으로 보인다. 이 지세는 돈이 따르고 학문이 높은 인물이 나올 이상적인 형국이라는 것.

 

 

▲노고단에서 형제봉을 타고 내려온 배산임수의 명당터.

동출서류 냇물과 서출동류 섬진강이 태극마크를 그리고 있다.

 

 

1990년 10월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는 ≪한국민속종합조사 보고서≫ 제21책으로 도읍과 신앙 및 생활풍수의 관행과 사고를 엮어냈다. 이 보고서 중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이강오(李康吾)씨가 조사해 정리한 <구례 운조루> 편(195쪽)을 간추려 보기로 한다.

 

 

<이 터의 조산(祖山)은 노고단(老姑壇)이고 형제봉은 주산이다. 노고단은 길상봉, 문수봉이라고도 하여 지리산의 주봉이다. 지리산에는 노고단보다 높은 천왕봉이나 반야봉이 있으나 노고단이 가장 신령스러운 봉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 남악사(南岳祠)를 지어 지리산 산신을 제사했다.

 

노고단의 노고(老姑)는 우리 민간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는 '늙은 할멈'이다. 이 신령스러운 노고단에서 한가닥의 용(龍)이 갑묘(甲卯)로 벗어나 자계(子癸)방향으로 머리를 돌려 구례군 토지면과 마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형제봉이 된다. 그래서 운조루터는 노고단이 조산이고 형제봉이 주산이 된다. 이 형제봉에서 건해(乾亥)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다가 다시 축간(丑艮)방으로 돌려 월령봉(月嶺峯)을 만들고 천황치(天皇峙)를 지나 천행치(天行峙)에서 자계방향으로 벗겨져 내리면서 건해 청룡, 축간 백호를 지어 운조루를 감싸고 있다.

 

 

▲운조루가 있는 오미리 안내도. 지리산에서 흘러내려온 냇물이

마을앞을 가로지르고 있고,구만들이 넓고 풍성하게 펼쳐져 있다.

 

 

운조루는 계입수 계좌(癸入首癸坐)로 자리하고 있으며 득수(得水)는 곤득사파(坤得巳破)형국이다. 운조루가 있는 오미리는 배산임수의 동네로 앞에는 섬진강변 충적토로 기름진 들이 너비 2킬로미터, 길이 4킬로미터로 펼쳐져 있다. 섬진강이 서쪽에서 나와 동쪽으로 흐르되 들을 안고 흐르니 좋은 물길이다.

 

동네 동쪽을 흐르는 시냇물도 마을앞 정방(丁方)에서 서로 만나며 서북쪽 저수지물은 동남으로 흐르고 동북쪽 시냇물은 서남쪽으로 들을 감싸고 흐른다. 정방에 있는 안산인 오봉산(五峯山)은 세 개의 필봉으로 솟아올랐고 병방(丙方)에 멀리 계족산이 필봉형국으로 솟아 있다.

 

국을 둘러싼 청룡과 백호는 내청룡이 짧고 외청룡이 길며 내백호가 길되 외백호는 짧다. 내청룡이 짧아 수구가 허하다고 여겼던지 수구 가까이에 조탑(造塔)을 만들어 비보(裨補)했다.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계족산(鷄足山)은 주작(朱雀)이 되고 북쪽의 형제봉은 현무(玄武)가 되며 동쪽의 왕시루봉(王甑峯?1,212m)이 청룡, 서쪽의 천황봉(1,695m)이 백호가 된다.>

-운조루 홈페이지 인용-

 

 

 ▲오미제

 

▲오미리에 새로 들어선 한옥마을

 

 

운조루의 풍수지리에 대한 그림은 마을 입구 안내 간판에 잘 정리되어 있다. 오미리의 중심 운조루를 지리산에서 흘러오 물길이 태극마크를 그리며 섬진강으로 흘러내린다. 풍수를 모르는 사람의 눈에도 사람이 살기에 편안하고 아늑한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이 마을에는 고래등 같은 한옥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