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휴대용 산소캔을 들고 넘었던 하늘길, 청장공로

찰라777 2011. 5. 27. 08:26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하늘 길 -청장공로

 

5180m 탕굴라 고개를 넘어서 라싸로...

 

 

 

▲고물 폭스바겐으로 넘었던 하늘길, 해발 5180m 탕굴라 고개

 

 

 

 

드디어 지구상 가장 높은 고도(高道), 골무드 - 라싸를 잇는 하늘 길에 들어섰다. 얼마나 열병처럼 앓아왔던 길이던가? 보이는 것은 설산과 황량한 들판뿐이다. 다섯 사람을 태운 폭스바겐 산타나는 설원이 펼쳐진 티베트 고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앞좌석 운전수 옆에 아내가 앉고, 뒷좌석에는 이스라엘 여행자 오거와 융, 그리고 내가 앉았다. 자동차는 무거운 배낭과 다섯 사람을 태워서인지 다소 버거워하는 것 같다. 과연 이 고물 자동차로 평균고도 4000m가 넘는 티베트 고원을 무사히 달려 갈 수 있을까? 더욱이나 탕굴라 고개는 5180m되는 고산이 아닌가?

 

 

▲평균고도 해발 4000m의 티베트 고원

 

 

자동차도 사람도 고산병에 걸려 쓰러지지나 않을까? 더욱이 아내는 성한 몸이 아니다. 그런데도 거의 열병을 앓을 만큼 티베트 여행을 갈망했던 아내다. 우리는 비상용 산소캔까지 휴대를 하고 티베트 여행길에 나섰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부터 윈난, 쓰촨, 간쑤, 칭하이를 거치며 고도적응을 해왔기 때문에 고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있기는 하다. 그러나 티베트는 한번 엘리베이션이 되면 해발평균 고도 4000m로 올라가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는 곳이다. 자칫 잘 못하면 고산병에 걸려 고원의 귀신이 되어 버릴 수 도 있다.

 

 

▲라싸로 가는 버스와 휴게서에 휴식을 취하는 트럭들

 

 

티베트 고원은 약 1억 년에서 8천만 년 전에는 바다 밑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원의 두 대륙, 즉 북쪽의 라우라시아Laurasia와 남쪽의 곤드와나Gondwana(지금의 인디아 근처)가 부딪쳐 해저가 융기하면서 높이 9km로 솟아올라 히말라야가 생성된 것이다.

 

그 후 조산작용에 의해서 남쪽으로는 히말라야, 서쪽으로는 카라코룸, 북쪽으로는 쿤룬산맥이 뻗어나간 광활한 티베트 고원이 형성되었다. 티베트 고원은 동서 길이가 3000km, 남북으로는 1200km, 넓이는 122만k㎡에 달하며, 평균고도는 약 4000m의 하늘과 맞닿은 세계의 지붕이다.

 

 

▲베이징 라싸를 잇는 칭장철도는 평균고도 4000m넘는 하늘길을 골무드 - 라사간 1118km나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베이징 라싸를 잇는 4062km의 하늘철도가 이곳을 달리고 있다. 48시간이 걸리는 하늘철도 중 골무드 라싸 구간 칭장철도는 총 1118km로 4000m가 넘는 구간이 960km나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길을 '하늘철도'라고 부른다. 티베트 고원 하늘에 걸려 있는 '하늘길'은 산소가 희박하다. 사계절 내내 얼음으로 쌓여있는 동토구간도 550km에 달한다.

 

1979년 칭하이성 시닝-골무드를 잇는 1기 공사를 시공하여 1984년 개통을 하고, 2006년 7월 1일 개통을 한 2기 공사는 총 330억 위안(한화 약 4조원)을 쏟아부은 엄청난 공사였다. 5072m  탕굴라 고개는 그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페루 철도 4817m  255m나 높다.

 

 

▲지하 얼음층이 녹아 침하현상이 일어나는 하늘철도는 위험경고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01년 몽상과 주저 끝에 공개한 이 프로젝트는 '과대망상적 광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터널 건설자들인 스위스인들도 얼음산 때문에 미친 짓이라는 결론을 내릴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운 난공사였다.

 

그러나 중국은 2001년 10만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해 골무드-라싸간의 칭장철도 2기공정에 들어갔고, 5년간의 대역사 끝에 2006년 7월 1일 개통을 해냈다. 밀어부치기식 공정과 인해전술이 해낸 대역사였다. 

 

"하늘철도" 개통으로 시장자치구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거의 외부세계와 접촉이 없이 티베트불교를 믿으며 은둔생활을 해온 270만 티베트인들은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과 한족의 이주 행렬과 마주치게 되어 혼돈과 변화를 겪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칭장철도 개통으로 티베트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를 가속화 하고 티베트 문화를 한족 문화에 희석시키는 도구로 이용할 것이다. 아울러 철도가 국경 지대인 야동가지 이어질 계획이어서 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칭장철도 개통의 부작용도 크다. 칭장철도는 티베트 고원의 생태계 피괴가 우려된다. 해발 4000~ 5000m  토양층이 희박해서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회복하기 어렵다. 또한 고원의 얼음층이 녹으면서 침하현상이 일어나 위험하다는 경고까지 받고 있다.

 

 

▲하늘 땅이 맞닿은 티베트 고원

 

 

휴대용 산소캔까지 들고 갔던 하늘길

 

따라서 티베트를 여행하려면 고산병에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고산병은 저지대에서 비행기를 타고 갑자기 4000m 고지에 착륙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고산병 증세가 있으면 샤워를 하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한다. 그래도 고산병 증세가 가라앉지 않으면 빨리 비행기를 타고 저지대가 있는 도시로 이동하여 병원으로 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한 달 동안이나 서서히 고도를 적응하여 왔기 때문에 적응이 비교적 잘 되는 편이었다. 티베트에 오기 전 이미 안데스 산맥과 페루 쿠스코, 볼리비아를 여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했다.

  

그래도 간간히 어지럼 증세가 나타났다. 자동차는 황량한 들판을 달리다가 오후 5시 경 어느 광막한 휴게소에 잠시 정차를 했다. 자동차도 사람도 쉬어야 했다. 운전수는 주유를 하고 우리는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주변을 산책을 했다.

 

이스라엘 여행자 융과 오거는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들고 만세를 불렀다. 마치 히말라야의 어느 정상에 오른 산악인처럼 그들은 흥분을 가추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아내와 나도 그들을 따라 좀 걸으려고 하는데 중심이 잘 잡히질 않았다. 뒤뚱거리며 겨우 발길을 옮겼다. 역시 20대의 젊음과 중년의 간격은 컸다.

 

 

▲이스라엘 여행자 융과 함께 V자를 그으며...

 

 

나는 융과 함께 설산을 배경으로 'V'자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아내는 어지럽다고 휴게소로 들어갔다. 주유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다시 라싸를 향해 출발했다. 어두워지는 고원은 들판과 하늘이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지구의 숨통처럼 구멍이 뚫린 하늘과 땅 눈비가 내리고 우박도 내렸다.

 

 

어느 곳이 땅이고 하늘인지 맞닿아 있어 경계선이 없다. 다만 구름과 지평선 사이에 하늘로 통하는 구멍이 지구의 숨통처럼 간간히 뚫려 있을 뿐이다.

 

밤이 되자 곳곳에 결빙구간이 나타났다. 도로의 여기저기에 트럭들이 시동이 꺼져 꼼짝 못하고 서있다. 짐을 가뜩 실은 트럭들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빙판길에 그대로 서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어쩐지 뒷골이 점점 무거워 졌다. 휴대용산소캔을 꺼낼까 생각을 하다가 좀 더 두고 보기고 했다. 큰 배낭에 휴대용 산소캔을 비상용으로 넣어두고 있었다. 그런데 걱정을 했던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는 모양이다.

 

"히어, 탕굴라, 탕굴라."

"탕굴라?"

"예, 탕굴라."

 

 

▲ 눈이 내리고 있는 하늘 길

 

 

 

5180m 탕굴라 고개에서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다

 

탕굴라는 하늘 길에서 가장 높은 구간이다, 5180m를 넘어가야 한다. 결빙으로 서 있는 자동차들이 점점 많아졌다. 앞길에 막혀 있는 자동차들 때문에 고물 폭스바겐은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5000m를 넘는 고지에서 때 아닌 교통체증이 일어난 것이다. 히터를 틀었지만 밤이 깊어지자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 두꺼비 인민해방군 외투를 사두는 건데……"

 

골무드 버스터미널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들이 입었던 고물 외투를 50위안 정도에 팔고 있었다. 탕굴라 고개를 넘을 때 뒤집어쓰는 이불이다. 하늘 길을 가는 여행자라면 라싸에서 누군가에게 주어버리더라도 하나쯤 사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물 폭스바겐을 살살 달래며 운전하고 있는 돌마

 

▲해발 5180m 탕굴라 고개에서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탕굴라 고개는 눈이 내렸다가 우박이 내리기도 했다. 날씨는 점점 영하로 내려가 몹시 추웠다. 탕굴라 고개를 넘어가던 폭스바겐이 갑자기 헐떡거리다가 그만 멈춰 서 버렸다. 

 

달 표면처럼 생긴 얼굴을 가진 티베트인 '돌마'는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데, 끌끌 혀를 차며 운전석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내렸다. 본 네트를 열고 엔진을 살펴보고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시동이 통 걸리지 않았다. 이러다가 정말 고원의 독수리 밥이 되지나 않을까? 순간 그런 불안감이 몰려왔다. 이곳에서 얼어 죽으면 독수리에게 육신을 공양하는 천장이 자연스럽게 치러질 것이다.

 

 

▲사방은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칠흑같은 어두움 뿐이다

 

 

 

돌마는 본 네트 위에 올라가 엔진을 살피다가, 시동을 거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일 파이프를 입으로 빨아대며 시동을 걸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폭스바겐은 움직일 줄을 모른다.

 

"융, 우리 내려서 차를 한 번 밀어 보자.'

"오케이."

 

 

드디어 영혼의 도시 라싸에 도착하다!

 

나의 제안으로 돌마만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우리는 모두 차에서 내려 폭스바겐을 밀었다. 컴컴한 밤중에 5000m가 넘는 빙판에서 차를 밀자 숨이 헐떡거리며 더욱 가파졌다. 그래도 우리는 기를 쓰고 차를 밀었다.

 

"부응! 부응!"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

 

"와아!"

 

우리는 기쁨에 넘쳐 모두 함성을 질렀다. 히말라야의 신이 우리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시동이 걸린 폭스바겐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동이 다시 꺼지기 전에 쉬지 않고 자동차가 달려야 한다. 우리가 재빨리 자동차에 오르자 돌마는 엑셀을 밟고 자동차를 서서히 몰기 시작했다.

 

 

▲점점 여명이 밝아오는 티베트 고원

 

▲햇빛을 받은 설산이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다.

 

 

탕굴라 고개를 무사히 넘자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이제 내리막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밝아오는 여명 속에 설산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설산은 아침 햇살을 받아 점점 황금빛으로 변해 갔다. 칭장철도를 잇는 철로와 전봇대도 나타났다. 우리는 마치 지옥에서 빠져 나온 기분이었다.

 

"씨~ 데어 라싸(See, there Lhasa)!"

"오 마이 갓!"

"와~ 라싸다!"

 

 

▲골무드를 출발한지 21시간만에 드디어... 영혼의 도시 라싸에 발을 내 딛었다.

 

 

우리는 저마다 한마디 씩 탄성을 지르며 눈앞에 나타난 라싸의 정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도 그리던 영혼의 도시 라싸에 무사히 도착을 한 것이다.

 

"돌마, 그동안 너무 수고가 많았어요. 고맙소."

"천만에요. 무사히 오게되어 기쁩니다."

"융, 오거. 우린 야크 호텔로 가는 데 당신들은 어디로 가지?"

"야크호텔은 너무 비싸요. 우린 더 싼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볼겁니다."

"그래요. 그럼 좋은 여행 되시길. 잘 가시오."

"살롬, 살롬. 초이도 좋은 여행 되시길."

 

우리는 돌마와 이스라엘 여행자 융, 오거와 악수를 하고 헤어져 야크 호텔로 향했다.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하늘길 여행이 무사히 끝난 것이다. 역시 용기와 모험은 위험도 하지만 그만큼 얻는 보람도 크다.

 

5월 18일 오전 11시, 골무드를 출발한지 21시간만에 우리는 영혼의 땅 라싸에 무사히 도착을 하게 해준 히말라야의 신과 우리를 무시히 태워다 준 폭스바겐 산타나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라싸의 거리를 걸어 야크 호텔에 도착했다.

 

 

▲라싸로 가는 하늘길에서 화이팅을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