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칭하이 고원을 달리는 기차에서의 기막힌 라면 맛!

찰라777 2011. 5. 23. 10:47

 

칭하이 고원을 달리는 기차

 

 

오늘은 5월 16일이다. 지난달 4월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여행을 출발을 한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육로를 통해서 영혼의 도시 라싸로 입성하려던 계획을 두 차례나 실패를 하고 이제 마지막 육로인 골무드를 통해서 라싸로 진입하는 청장공로로의 입성에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 시도는 윈난성 샹그리라에서 메리설산을 넘으려다가 허가를 얻지 못해 실패를 했고, 두번째 시도는 청두에서 참도를 통해 라싸로 입성을 하려다가 역시 실패를 했다. 육로를 통해 라싸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도 험했다. 과연 골무드에서 육로를 통해 갈 수 있는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래도 도전을 한 번 해보는 것이다.

 

 

오후 5시 49분 란저우를 출발한 기차는 곧 칭하이(靑海) 성으로 진입했다. 기차는 시닝을 거쳐 골무드까지 가는데 약 20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중국에서 치차를 타고 하루를 달려가는 일은 보통 있는 일이다. 그만큼 중국 대륙은 광활하고 넓다.

 

 

칭하이(전에는 암도라고 불렀다)는 수세기 동안 티베트의 일부로 18세기 초까지는 중국제국에 통합되지 않았던 땅이다. 칭하이 동부는 해발 2500m에서 3000m 사이의 초원고원지대로 황허의 수원이 되는 지역이다. 서부는 산으로 둘러싸인 불모의 사막지대로 소금 끼 있는 습지와 염호가 흩어져 있다. 이 지역은 1949년 이래 중국의 시베리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일반 범죄자나 정치범들을 격리 시키는 아오지 탄광 같은 곳이다.

 

 

▲란저우에서 칭하이 고원을 달려 골무드로 가는 기차

 

 

남부 칭하이는 해발 3500m 위에 올라앉은 높은 고원으로 6500m의 탕굴라산에 의해 티베트와 구분된다. 라싸로 가려면 이 탕굴라 산을 넘어가야 한다. 창장(양쯔강)과 메콩강(란창강)이 모두 이 산에서 발원된다. 비록 베이징에서 라싸로 가는 하늘철도가 확장되었지만 칭하이는 여전히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성이다.

 

 

▲양쯔강과 메콩강의 발원지가 되는 칭하이 고원

 

 

 

칭하이의 수도는 시닝이다. 해발 2275m고원에 세워진 시닝은 칭하이-티베트로 가는 외국인들의 경유지역할을 하면서 사얼쓰, 멍다 자연보호지구, 칭하이후를 여행하는 기점이다. 칭하이후(청해호)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로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고 새들의 낙원이지만 우리는 그곳을 들릴 여유가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칭하이의 황량한 고원

 

 

오후 6시 40분, 우리는 중국라면을 뜨거운 물을 가져와 끓였다. 중국의 기차에는 뜨거운 물을 공급한다. 우리나라 컵라면과 같은 것의 일종으로 배가 고픈지라 열차 안에서 라면을 먹는 맛은 기가 막혔다.

 

 

라면을 먹고 나니 창밖의 풍경이 눈에 띠었다. 끝없이 펼쳐진 삭막한 사막과 산이 지나 갔다. 붉은 강이 흘러가기도 하고 염호를 지나기도 했다. 붉은 태양이 사막으로 떨어져 가는 풍경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해발 3000m가 넘는 사막의 고원에는 설사이 둘러싸여 있다.

 

 

 

나는 마치 고대 실크로드를 달리는 카라반처럼 사막을 건너고 산을 넘었다. 지구촌 어디를 가나 사람은 산다. 언어와 풍습은 다르지만 가슴 속에 담겨 있는 생각은 다 비슷하다.

 

 

19시 45분 기차는 하이시안(海石灣) 역에 15분간이나 정차를 했다. 어두워지자 우리는 2층 침대로 올라갔다. 1층 침대에는 대낮부터 중국인 젊은 남녀가 누워 있었다. 골무드까지 간다고 한다.

 

 

▲20시간이 넘게 달려가는 기차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열차의 매듭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침대칸은 3층으로 되어 있고 6개의 침대가 놓여 있다. 1층은 중국인 부부, 2층은 우리 부부, 그리고 3층은 비어 있다. 잠을 자다가 옆구리가 시려 눈을 떠 보니 아직 밖은 컴컴하다. 새벽 3시, 아마 9시간은 달려온 모양이다. 그동안 기차는 더 고지대로 올라온 모양이다. 침낭을 꺼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다시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고원 사이로 설산이 보인다. 암갈색의 고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가도 가도 끝없는 불모지의 고원이 펼쳐져 있다.

 

 

 

 

▲해발 3000m를 달리는 기차에서 보리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다음 여정을 체크했다.

 

 

5월 17일 아침 7시 뜨거운 물을 받아와 란저우에서 사온 빵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열차에서 걷기도 숨이 찬다. 지도를 펼쳐보니 주변은 모두 40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 싸여 있다. 골무드가 가거워지자 밀과 보리를 심은 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20분, 란저우를 출발한 기차는 드디어 골무드 역에 도착한 것이다.

 

 

▲염호와 불모지로 이루어진 황량한 칭하이 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