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찰라777 2011. 7. 5. 21:51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자연만은 그대를 속이지 않는다.

  

 

▲세평 작은 텃밭에서 거두어 들인 블루베리, 가지, 토마토, 고추...

 

 

 

 

 

 

 

아내는 이제 겨우 세살이다.

심장이식을 한 2008년 7월 1일 날 아내는 다시 태어났다.

그러니 2011년 7월 1일은 아내가 다시 태어난지 세돌을 맞는 날이다. 

 

인간의 병은 살아가면서 속고, 상처받으며

희로애락속에 탐욕과 화,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아  

그 슬픔으로 마음에 앙금이 생겨서 일어난 것들이다.

 

그것은 꼭 금생에만 생긴 것이 아니다.

몇 생을 두고 지어 온 업의 결과이다.

우리가 꿈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들을 보여주는 것도

결국 전생의 어벵서 온 갓이 아닐까?

 

3년 검사를 위해 서울에 일주일간 머물다가 

섬진강 집으로 돌아오니  텃밭엔 먹거리가 풍성하다.

검사결과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자연의 섭리대로 늘 감사하며 살아가는 생활에서 온 것이리라.

 

텃밭에는 블루베리가 보랏빛으로 싱싱하게 익어가고 있고,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19홉 아가씨 볼처럼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린아이 팔뚝만한 가지들이 쑥쑥 자라나 있다.

 

"날 좀 먹어줘요."

 

녀석들을 저마다 자기를 키워준 주인을 위하여 기꺼히 목숨을 바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인간은 인간을 속이고, 자연을 속이며, 환경을 파괴하지만

자연은 뿌린대로 거두어 들이게 한다.

도라지꽃과 채송화도 아주 예쁘게 피어 있다.

나비가 춤을 추며 유희를 한다.

 

 

▲세평 텃밭에서 수확의 기쁨을 듬뿍 맛보는 아내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호호, 당신도 이제 맛을 들였군요."

 

우리는 그동안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를 뽑아주고

우리는 필요한 만큼 녀석들을 따다가 밥상에 올려 놓았다.

거기에다가 오늘은 특식으로 냇물에서 건저낸 다슬기 국까지 곁들여 졌다.

 

"블루베리 50알, 토마토 두 알, 고추 두개, 막 따온 가지나물..."

"야, 이거 밥상 한번 화려 하네!"

"밥상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여보,우리  농사일 때문에 집을 비우면 안돼겠지요?"

"허허허 농사 열평 지으면 영 집 떠나지 못하겠네..."

 

 

▲ 방금 텃밭에서 따온 싱싱한 과일들

 

 

 

 

 

 

 

 

 

다시 푸슈킨의 시가 떠오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그렇다!

슬픈 날에 참고 견디지 말고

무엇인가 남에게 보람있는 일을 하자

어차피 아무것도 없는 "無"로 태어난 인생이니

당초엔 슬픔도 없었다.

슬픔은 인간들에게 속고 속이며 생긴 것이니

참고 견디며 남을 위해 기도를 한다면

언젠가는 즐거운 날이 오지않겠는가!

 

 

 

▲텃밭에 핀 도라지와 채송화...

인간은 그대를 속일지라도 꽃들과 자연은 뿌린대로 그대게에 기쁨을 준다

 

 

 

 

 

 

 

꽃들의 미소와

기꺼이 목숨을 내 놓는 열매들의 희생처럼

어렵고 슬플수록 남을 위해 작은 일 한 가지라도 실행을 해보자.

아주 아주 작은 일부터.... 늘 감사를 드리는 것을 습관화 하자.

 

"오늘 우리들 밥상에 오른 블루베리, 토마토, 가지, 고추, 다슬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어여쁘게 피어준 꽃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땀흘려 쌀농사를 지어준 농부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우리를 숨쉬게 해주는 공기,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물,

만물의 성장시키는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햇빛,

어머니의 대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오! 오늘 우리를 존재케 해주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곧 터질것만 같은 도라지꽃 망울

 

 

(2011. 7. 1 서울에서 일주일만에 돌아온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