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난초잎 사이로 떠오르는 임진강 일출

찰라777 2012. 1. 3. 08:53

그것은 절묘한 조화였다. 나는 2011년 12월 31일 날 임진강 이사  첫날밤을 맞이했다. 그리고 2012년 1월 1일 임진년 새해 아침을 임진강에서 맞이했다. 해가 뜨기를 기다렸지만 9시가 넘도록 구름이 잔뜩 끼어 태양은 얼굴을 내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거이 포기를 한 찰나 아내가 소리쳤다. "여보, 저기 해가 떴어요!" 거실에서 바라보니 태양은 난초 잎 사이로 가까스로 떠오르고 있었다.

 

 

난초 잎 사이로 뜨는 해는 난생 처음 본다. 태양이 구름사이에서 가물가물하다가 숨어버렸다. 그러다가 다시 나타나곤 했다. 흑룡이 태양을 가리고 있을까? 금년은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라고 하는데.... 그러나 어쨌던 난초 잎 사이로 태양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10시가 넘자 태양은 아예 다시 나타나지앉았다.

 

 

▲난초잎 사이로 떠오르는 임진강 일출

 

1번 국도의 시발점인 목포에서 올라온 나는 12월 31일  밤 7시에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마을 임진강 변 금가락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임진강에서 주상절리 절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데다가 강추위로 눈이 얼어 붙어 자동차가 자꾸만 미끄러지려고 했다. 인적이 드문 좁은 길을 더듬거리며 지나가 금가락지 마지막 입구 10m를 올라가는데 무려 5번이나 후진을 한 끝에 겨우 집에 도착했다. 어디 세상에 그리 쉬운 일이 있던가? 임진강은 보금자리를 틀려고 하는 나에게 마지막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고생을 한 보람이 있었다. 새해 일출을 바라보면서 나는 임진강 시대의 서막을 보고 있었다. 남북을 가르고 있는 임진강은 슬픈 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다. 분단의 상징이 되어버린 한민족의 한이 서린 곳이 임진강이다. 한반도에서 8번째로 긴 강인 임진강은 북한 지역인 강원도 법돈군 용포리 마식령 부근 두류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북에서 남으로 길게 흐르고 있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강은 흔하지가 않다. 분단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임진강은 휴전선을 지나 한탄강과 합류를 하여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강은 경계를 두지않고 흐르며 태양은 온 누리를 고루 비추이고 있다. 사람만이 분단의 비극을 만들고 있다.

 

 

임진강은 아름다운 강이다. 조선시대 대학자인 율곡의 본향과 명재상 황희 정승의 자취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에 가면 율곡 선생이 시를 짓고 학문과 명상을 하던 <화석정> 있고, 문산읍 사목리에 가면 황희정승이 노년에 갈매기를 벗삼아 보냈던 <반구정>이 있다.

 

▲겸재 정선이 임진강에서 뱃놀이를 하며 그렸다는 '우화등선'

 

 

조선시대 대화가인 겸재 정선은 연강(임진강)에 배를 띠우고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며 '우화등선'과 '웅연계람'이란 명작을 남기기도 했다. 영조 18년 경기도 관찰사 홍경보는 겸재를 우화정(북한지역)으로 불러 들여 뱃놀이를 했다. 이날 겸재는 ‘우화등선’(羽化登船:우화정에서 배를 타다) ‘웅연계람’(熊淵繫纜:웅연나루에 정박하다) 이란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만약 겸재가 지금 난초 잎 사이로 뜬 태양을 바라본다면 어떤 그림을 남겼을까? 아마도 우화정과 웅연나루를 갈수 없는 임진강의 슬픔을 수묵화로 담지 않았을까? 아아, 나는 난초 잎 사이로 뜨는 해를 바라보며 분단의 비극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기원해 본다.

 

(2012.1.1 임진년 새해아침 임진강에서 찰라 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