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동파된 수도파이프를 수리하다

찰라777 2012. 1. 7. 18:49

동파된 수도 파이프를 수리하다

 

 

 

▲상수도 파이프가 동파되어 얼음이 두껍게 얼어 붙어 길 매우 미끄럽고 위험하다.

수도사업소에 신고를 했더니 다행히 당일날로 출동을 하여 굴착을 하고 있다.

 

 

1월 3일. 점심을 먹고 나니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만다라처럼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니 하염없는 상상의 나래가 하늘로 퍼져 나갔다. 임진강의 눈은 서울의 눈과 달라보였다. 서울의 눈송이는 빌딩과 자동차의 소음에 막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곳 임진강은 사방이 툭 터져 있어 눈송이들의 군무를 끝까지 지켜 볼 수 있다.

 

"여보, 수도 사업소에 전화를 해야겠어. 동파 된 수도가 더 얼기 전에."

"빨리 하세요. 더 얼기 전에. 그대로두면 자동차도 다니기도 힘들겠어요."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비포장도로에 수도관이 동파되었는지 얼음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었다. 얼어붙는 부위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얼음길이 미끄러워 사람도 자동차도 다니기에 무척 위험했다. 그러나 이 길을 매일 사용하는 사람은 우리 집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주말에나 가끔 들리니 신고할 사람도 없다.

 

 

매서운 한파가 계속되는 경기북부지역은 수도계량기와 물탱크, 수도파이프 동파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보온재로 계량기나 배관을 덮어도 매서운 추위로 동파가 속촐하고 있다고 한다. 대문 앞에 있는 계량기를 확인해보니 다행히 우리집 계량기는 아직 안전하다. 그런데 길에 묻은 수도배관 동선이 동파가 되어 물이 새고 있었다.

 

연천 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다. 그런데 신고를 한 후 무려 전화가 세 번이나 걸려왔다. 한결 같이 위치가 어디며 상태가 어떠냐는 질문이다. 아마 수도사업소 접수부서에서 는 해당 수리부서에 전화를 하고, 수리부서는 공사업자에게 전화를 하고, 공사업자는 청부업자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이나 공기업은 서비스 질이 아직 멀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LG전자에 전화를 하면 원 스톱으로 단 한 통화에 서비스가 해결되는데, 수도사업소는 무려 세 번이나 번갈아가며 같은 질문을 해오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분명히 수도가 동파된 장소와 상태를 정확히 전했는데 전화를 걸어온 사람마다 같은 질문을 하는 걸 보면 아마 그 내용을 정확히 전달해주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서비스를 일류기업이나 은행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오늘 공사를 안 하면 동파된 수도가 얼음산을 만들고 말겁니다. 사람도 자동차도 다니기가 위험해요! 그러니 긴급출동을 해서 바로 수리를 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곡에서 출발을 하니까요. 1시간 후에는 도착할겁니다."

 

마지막 통화를 하고나서야 1시간 후에 출동을 한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위급하게 긴급출동을 요청해야 움직인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동파된 상태가 위급했다. 그들은 다행히 약속한데로 1시간 내에 왔다. 굴착기 기사 1명, 파이프 수리공 1명이 신고한 지점을 파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들이 이런 오지까지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날 인부들이 출동하여 동파된 수도파이프 길을 굴착기로 파내고 있다.

이렇게 추운날 출동을 해준 것만도 고마웠다.

 

 

"이렇게 추운 날 와 주셔서 고맙소."

"뭘요.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인데요."

"아마 동파가 되었겠지요?"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어느 곳이 터졌는지 감이 잘 안 잡히네요."

"추운데 저희 집에 가서 커피라도 한잔하시고 작업을 하시지요."

"아닙니다. 눈이 쌓일 것 같으니 빨리 끝내고 가야겠어요."

 

그들은 얼음이 언 아래쪽부터 파 내려가기 시작했다. 보리밭 밑 길에 얼음이 언 부위는 약 10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수도관이 동파된 부위를 두더지처럼 파내려가며 동파된 부위를 찾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1시간이 넘게 작업을 히고 있었다. 나는 종이컵에 커피 두 잔을 타서 들고 갔다.

 

"자, 추운데 이 커피 한 잔 하시지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동파된 부위는 찾았나요?"

"네, 길에서 이 아랫집으로 가는 이음새에서 터져 있네요."

"거참, 빨리 발견하길 다행입니다."

 

▲그대로 두면 자동차도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로 얼음이 두껍게 얼고 있다.

 

눈이 점점 더 세차게 내렸다. 그들은 파이프를 교체하고 흙을 덮은 뒤 서둘러 떠나갔다. 눈이 쌓이면 이런 오지 좁은 길은 운전을 하기가 힘들다. 수도가 동파되어 얼어붙은 길은 더우 위험하다. 수도사업소의 서비스체계야 어찌되었던 공사를 하는 인부들의 수고는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그들은 직업지시대로 가장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동파된 수도는 잘 고쳤나요?"

"응, 저 아랫집으로 가는 수도관이 터졌대.'

"수압이 엄청 세던데. 큰일 날 뻔했네요. 그런데 우리 집 수압은 조절을 할 수 없나요?"

"수압은 조절이 안 된다는 군. 계량기 밸브를 조정해서 물을 적게 나오게 할 수는 있어도. 그나저나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면 비상식량을 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설마 계속 내리겠어요? 며칠 먹을 쌀은 좀 있어요."

 

▲눈이 얼어붙기전에 대문 앞 언덕과 마당에 길위에 쌓인 눈을 쓸었다. 

 

이런 오지는 눈이 쌓이면 오도 가도 못할 곳이다. 나는 빗자루를 들고 대문 밖 눈을 쓸었다. 만약에 눈이 얼어붙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짧은 언덕이지만 워낙 미끄러워서 자동차도 다니기가 어렵다. 눈 덮인 임진강은 고요하다. 간간히 기러기들이 끼룩끼룩 우는 소리만 들려올 뿐, 사방은 절간처럼 적막에 싸여있다.

 

(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