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어? 내 집앞 눈 누가 다 치웠지?

찰라777 2012. 2. 4. 00:22

지난 1월 31일 오후 경기도 연천에 폭설이 내렸다. 눈은 오후 내내 끊이지를 않고 내렸다. 문산기상대는 경기도 연천을 비롯하여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북부 4개 시군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문산기상대는 어제 오후 5시 현재 연천에 6.5cm의 적설량이 내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마을은 약 10cm 가량의 눈이 내려 발목이 빠질 정도로 많이 내렸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지속적인 한파에 갑자기 눈이 내리자 마을입구에서부터 우리 집으로 오는 좁은 도로는 자동차가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두껍게 쌓였다. 체인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나는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어 버렸다.

  

내집앞  눈은 당연히 내가 쓸어야 한다. 그런데 아침 일어나 빗자루를 들고 대문 밖의 눈을 쓸어 나갔다. 그런데 누군가 우리집에 이르는 농로에 눈을 말끔히 치워놓았지 않은가! 이렇게 이른 아침에 누가 저 많은 눈을 제거했을까? 바퀴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제설기로 작업을 한 듯하다.

 

 

 

 

이런 오지의 좁은 길까지 눈을 치우다니! 우리 집은 동이리 부락에서도 약 2km 떨어진 금굴산 밑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제설작업은 2km에 달하는 농로뿐만 아니라, 주상절리 앞에 있는 <평화누리길>까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누가 이른 아침에 이 많은 눈을 누가 치웠을까?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나는 제설작업을 한 사람이 누군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너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여야겠기에  아랫집에 사는 동이리 이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장님, 이른 아침에 누가 이렇게 눈을 치웠지요?"

"아, 그거요. 제가 치웠어요."

"이장님이요? 참 부지런하시기도 하네요.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뭘요. 우리 마을에 제설기가 하나 보급되어 농기계에 부착을 하여 작업을 쉽게 할 수 있었어요."

"아무리 제설기로 작업을 했다고 해도 그 많은 눈길을 치우다니. 이장님 너무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사실 우리 집 대문 앞 10m정도의 눈을 치우는데도 무척 힘이 든다. 눈삽으로 떠내고 빗자루로 쓸고 나면 등에 땀이 날 지경이다. 내일 아침에는 수은주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진다는데, 눈이 얼기전에 제설작업를 해준 이장님이 너무 고맙다. 더욱이 응급환자가 있는 우리 집은 눈 길이 뚫리지 않으면  영 곤란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