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찰라의 영농일지] 돌탑을 쌓아올리며...

찰라777 2012. 3. 21. 06:42

 

 

 

3월 16일 금요일 흐리고 비

 

 

돌탑을 쌓아올리며…

 

 

▲밭 두렁에서 돌을 주어 하나하나 쌓아 올려 4일간의 작업을 마무리했다. 누구나 이 밭에 오면

돌을 몇 개씩 주어서 공든탑을 쌓아올리도록... 탑이 높게 쌓이면 밭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응규가 밖에서 쇠스랑을 들고 땅을 파고 있었다. 친구는 참으로 부지런 하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7시가 넘도록 세상없이 잠을 잤는데, 벌써 새벽같이 밖에 나가 채마밭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우리에게 채마밭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과연 농군다운 모습이다.

 

벌써 야채를 심을 채마밭을 두 두렁이나 만들어 놓고 있었다. 윗밭에다는 상치 등 야채를 심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아래 둔덕에 세 두렁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고추, 가지, 토마토 등을 심기로 했다. 퇴비를 흙에 섞어서 흙을 골고루 골라냈다. 아래 밭에는 비닐을 씌워 놓았다.

 

"친구야, 참 부지런도 하구나."

"원래 새벽잠이 없어서."

"난 너무 피곤해서 꼬박 졸도하고 말았는데."

"형, 나는 잠만 자고 나면 기운이 생기는 체질이야."

"허허, 그 체질 한번 타고 났구먼." 

 

▲나무심기를 완성한 밭에 쌓아올린 돌탑이 그런대로 어울린다. 공든탑이 무너지랴!

 

 

오늘은 두포리 밭을 마무리를 해야 한다. 비가 내린다고 해쓴데 서둘러야 한다. 두포리에 도착하여 나머지 밭에 나무를 부지런히 심었다. 그리고 비가 올지라도 나무마다 물을 주었다. 다행히 밭 옆에 도랑이 있어서 물을 주기가 수월했다.

 

오갈피나무는 물을 좋아한다. 나무를 식재하는 방법을 보니 심은 다음에 꼭 물을 주라고 했다. "물을 안주면 안 됩니다. 죽어도 책임을 지지 못합니다. 비가 오더라도 꼭 물을 주세요." 양재동 나무시장 주인이 일러주는 말이다. 오후가 되니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기예보는 고작 5m 안팎의 비가 올 거라고 했다.

 

 

▲옆 도랑에서 물을 퍼 날라 나무마다 정성들여 주었다. 부지런한 응규. 앞으로도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도랑을 돌로 막아서 양동이로 물을 퍼 날라 큰 플라스틱 통해 담았다. 1000그루나 되는 오갈피나무는 물을 한 참을 주어야 했다. 삽 한 자루 간격으로 500구덩이를 파서 한 구덩이에 오갈피나무 2구루씩을 식재를 했다. 한그루는 크고 한그루는 작은 것을 합쳐서 심었는데 둘 중에 하나는 살아날 것이다.

 

물을 주고는 구덩이를 흙으로 덮어주어야 완벽하다고 응규는 말했다. 구덩이를 덮어주지 않으면 구덩이 겉흙이 굳어서 나무가 자라기 힘들다는 것이 응규의 지론이다. 어쨌든 오늘까지 4일간에 걸쳐 나무를 심는 작업을 완성을 했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밭에서 골라낸 돌을 주어 밭 입구에 둥그런 돌탑을 쌓았다.

 

"누구나 이 밭에 오면 돌을 주어서 탑을 쌓도록 이 돌탑을 만든 거야."

"그것참 좋은 생각이네."

" 이 돌탑이 높이 쌓아지는 날 밭두렁에 돌이 없어지고 흙만 남겠지."

"공든 돌탑을 보면 저절로 나무에 공을 들이고 싶어지겠네."

 

 

▲돌미나리를 심기로 한 질척한 땅. 미나리 종근을 어디서 구하지?

 

 

돌탑은 미완성이다. 누구나 이 밭에 와서 돌탑을 쌓으면 공을 쌓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돌탑을 바라보니 나흘간 일을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왼쪽 물고랑과 아래쪽 논 때지기에는 돌미나리를 심기로 했다. 돌미나리는 건강에 매우 좋은 유익한 식물이다. 돌미나리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질척한 땅에는 돌미나리가 잘 자라날 것도 같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있는 자투리 땅. 이곳에도 가능하다면 미나리를 심어볼 생각이지만 쉽게 될까?

 

 

"정말 그동안 수고들 했어요. 덕분에 즐겁게 일을 했어요."

"저희들도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일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그러지요. 자 그럼 또 인연이 있으면 만납시다. 집사람의 건강을 기원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며칠간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들었다. 꼬박 4일간 함께 집에서 투숙을 하며 일을 해준 친구 응규가 너무나 고마웠다. 친구가 아니면 나 혼자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아이디어와 지도로 이번 일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우정이 두터운 그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응규를 문산역까지 바래다 주었다.

 

"친구야, 덕분에 농장 하나 만들었네."

"형, 나도 즐거웠어. 오랜만에 몸을 풀었는데."

"서울에 가면 내가 한턱 쏠게."

"그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

 

친구이지만 나보다 두 살 아래인 응규는 나를 형이라고 부른다. 그는 항상 쾌활하고 명랑하다. 부담이 없는  벗이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우리들의 정성을 알았는지 완전히 작업을 마치고 나니 비가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작업을 완성하고 나니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도 우리들의정성을 알아주는 듯 ^^

 

 

나는 임진강변을 홀로 달려오며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감사를 드렸다. 일을 할 수 있는 땅을 준 하은 아빠, 함께 일을 해준 친구 응규와 캡틴 서그리고 우리 일을 도와준 곽 씨와 박 씨는 그 동안 손발이 잘 맞아 지루하지않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밭을 갈다가 쟁기를 부러뜨린 농부, 포클레인과 트랙터 작업을 수소문 해준 여울식당 이장님, 그리고 나흘 동안 좋은 날씨를 베풀어준 하늘에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일터로 가다가 생각지도 못한 서리꽃을 피워준 임진강 물안개까지도... 물론 일터에서 돌아오면 따뜻한 밥과 반찬을 준비해 놓고 나를 기다려준 아내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금치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