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사는이야기

꿀꿀한 날, 따끈한 짜이 한잔에 란이나 북북 찢어 먹어볼끼?

찰라777 2012. 7. 15. 07:17

연일 비가 내리는 장마철,

모처럼 만에 오는 서울 나들이다.

아내는 실내 자전거가 필요하단다.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동이리를 출발했다.

서울에 두고 온 실내자전거를 싣고 오기 위해서였다.

 

이제 겨우 목발을 짚고 걸음마를 시작한 아내.

두 달 동안 거의 휠체어 신세만 지고 있다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오랫동안 쓰지 못한 다리가 무척 약해져있다.

약해진 다리를 운동시키는 가장 좋은 기구가 실내자전거란다.

 

 

 

 

동이리를 출발하여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삼화교를 지나는데 전화가 왔다.

삼청동 옴 레스토랑의 시토울라씨로부터 온 전화였다.

 

"오늘 1시에 모임 있는 거 알지요? 지금 어디쯤이세요?"

"네? 1시에? 무슨 모임?"

"자비공덕회 3팀 점심하는 날이에요. 오시느거죠?"

"물론 가야지요. 그럼 삼청동에서 뵈요."

 

 

 

 

아내의 자비공덕회 팀 모임이 삼청동 옴 레스토랑에서 있다고 했다.

 

"거, 잘 되었네."

"그러게 말이에요. 나도 뜨거운 짜이 한잔에 란이 먹고 싶었는데."

"이런 꿀꿀한 날은 따끈한 짜이 한잔에 뜨거운 란을 북북 찢어 먹는 맛이 그만일거야."

 

 

 

 

삼청동에 도착하니 사람 사는 동네 같다.

청춘남녀, 가족, 연인, 나홀로 걷는 사람들이

고풍스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드디어 옴레스토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합장을 한 네팔여인과

<옴>자를 든 여인이 다소곳이 우리를 반긴다.

네팔의 향기가 가득찬 실내 장식이 돋보인다.

 창가에 앉아 란을 찢어 먹는 남녀가 낭만스럽게 보인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시토울라 씨가 합장을 하며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주문한 란과 커리가 나왔다.

 

화덕에서 갓 구어낸 뜨거운 란을 북북 찢어서

질퍽한 커리를 듬뿍 묻혀 한 입 먹는 맛이란....

먹어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

 

 

 

 

더욱이 비가 내리는 삼청동 풍경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독특한 향이 가미된 네팔 커리를 발라 먹는 맛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별미다. 

 

거기에 기름을 쪽 뺀 탄두리,

풀풀 날아가는 네팔 쌀로 만든 라이스,

짭짤한 서모사....

 

 

 

 

아, 그리고 감질맛 나는 라씨,

마지막엔 따끈한 찌아 한잔으로

오늘 점심을 깔끔하게 마감한다.

 

 

 

 

"하하. 당신 덕분에 네팔 요리한 번 잘 먹었네!"

"호호, 그러니 저만 딸아 다니세요."

 

 

 

이렇게 비가 오는 날

꿀꿀한 날씨에

따끈한 짜이 한잔에

화덕에서 갓 구어낸

뜨거운 란을

북북 찢어 맛은 별미중의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