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사는이야기

금실도 짱인 까치부부의 집짓기

찰라777 2011. 4. 28. 19:18

 

금실도 짱인 까치부부의 집짓기

 

 

엄동설한에 희망의 집을 짓는 까치부부

 

▲흠~ 이 가지에다 집을 지어야 겠군...(2011.1.5 올림픽공원)

 

▲맞아야 아곳이 좋겠어요! (2011.1.5 올림픽공원)

 

▲드디어 가죽나무 위에 집을 짓기 시작하는 까치부부(2011.1.5 올림픽공원)

 

▲완성된 까치집(2011.4.26 올림픽공원)

 

 

 

그 추운 엄동설한에 앙상한 가지위에 집짓기 공사를 하던 까치 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집은 다 지어 졌을까? 아이들은 생겼을까? 섬진강을 출발하여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녀석들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드디어 서울에 도착하여 아내가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나는 서둘러 올림픽공원으로 갔다. 성내천 뚝방길을 따라 올림픽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끝물을 이루며 시들어 가고 있었다.

 

올림픽공원 곰말다리를 건너 토성 쪽으로 가는데 몽촌해자 호수 변에는 조팝나무 꽃들이 흰떡을 이루고 있고, 호수중앙에는 분수가 시원스럽게 흰 포말을 뿌려대고 있었다. 도심 속의 올림픽공원은 보석과 같은 존재다. 가파른 토성언덕을 올라서니 넓은 잔디 공원이 나온다.  ‘나홀로’ 나무가 잔디광장 중앙에 외로이 서 있고, 좌측에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는 여전히 침묵하며 토성을 지키고 있다.

 

 

▲몽촌 토성의 '나홀로나무'

 

 

▲몽촌 해자 호수의 시원한 분수

 

 

‘토성의 길’은 올림픽공원 다섯 개의 산책코스 중 가장 인기 있는 산책코스이다. ‘토성의 길’은 몽촌토성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굽이굽이 이어진 2340m의 멋진 산책코스다. 그 산책길 1600m 지점에 가죽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이곳은 가을이 오면 억새풀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년 1월 5일 나는 토성의 길을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가죽나무 가지 위에 앉아있는 두 마리의 까치를 발견하였다. 폭설이 내린 뒤라서 사방은 하얀 눈으로 덮여있고 날씨는 영하 10도를 밑돌아 매우 추웠다.

 

“까악 까악.”

“까~악.”

 

그 추운 겨울 날 까치부부는 자기들의 언어로 한동안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무언가 사이좋게 의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화를 마친 까치들은 가죽나무에서 비행을 하여 소나무 밑으로 날아가더니 잔가지를 물어 날라 가죽나무 가지위에 집짓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추운 날씨에 집을 짓다니! 까치부부는 봄을 위한 희망의 집을 짓고 있었다. 계속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는 까치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녀석들은 비교적 길고 단단한 나뭇가지를 골라 나륵 있었다. 녀석들은 공중에서 빙 원을 그리다가 사픈이 내려앉아 삭정이를 고른다. 그 높은 곳에서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정확히 나뭇가지의 좋고 나쁨을 식별하는 까치의 능력이 놀랍기 만하다.

 

 

▲추운 겨울 잔가지를 물어 나르며 희망의 집을 짓는 까치부부(2011.1.5)

 

 

인간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데, 하늘에서 양질을 건축자재를 선별하는 까치의 지혜는 인간보자 낫다는 생각이 든다. 까치의 둥지는 모양도 크기도 거의 같다. 까치들은 딱 필요한 넓이만큼만 집을 짓는다. 더 큰 집을 짓고, 더 큰 아파트를 사려고 안간 힘을 쓰며 자연을 파괴하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인간에 비하면 까치는 자연에 동화를 하며 살아가는 욕심이 없는 동물이다.

 

까치들은 집을 짓기 위해 주택청약부금도 적금도 넣을 필요가 없다. 자연이 주는 건축자재를 필요한 만큼난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재 값이 올라가는 것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들만의 영감으로 북풍이 부는 방향을 예측하고 딱 필요한 만큼의 자재를 이용하여 집을 짓는다. 이에 비해 갖은 수단으로 치부를 하려는 인간은 저 까치 앞에서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까치부부는 집을 짓다가 가죽나무 위에 앉아서 잠시 숨을 고르며 서로 입을 맞추기도 하며 다정히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보였다. 나는 한동안 집짓기를 하고 있는 까치부부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참으로 저 까치부부는 금실도 짱이군!”

 

 

새끼를 낳아 가족을 이룬 까치부부

 

그 후 3개월이 지난 오늘(4월 26일) 다시 그 가죽나무가 있는 자리를 찾아가니 까치집이 멋지게 완성되어 있다. 탄탄한 까치집이 가죽나무 위에 아담하게 들어 서 있다. 까치집은 나무에 저절로 붙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인다. 얼핏 보기엔 엉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찬 바람에도 끄떡없다. 자연의 원리에 따라 풍수지리를 척척 예견하여 짓는 영특한 까치들의 건축공사는 참으로 기가 막히다. 마치 나무의 일부인양 전혀 부담이 없고 자연스럽다.

 

 

▲아담하게 완성된 까치집(2011.4.26)

 

▲까치집의 크기는 거의 같고, 드나드는 구멍이 뚫려있다.

 

▲지렁이를 잡는 까치

 

 

▲지렁이를 물고 까치집으로 들어가는 어미까치

 

 

마침 가죽 나무 밑에서 까치 한 마리가 지렁이를 쪼아 물고 있었다. 날개의 색깔이 곱고 아름다운 것으로 보아 수컷인 모양이다. 지렁이와 한참 실랑이를 하던 까치는 마침내 지렁이를 입에 물고 가죽나무 위에 있는 까치집으로 날아갔다. 겉으로 보기에 까치집은 전부 가지로 둘러 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자신들만 들락거릴 수 있는 구멍이 있었다.

 

“녀석들이 새끼를 낳았을까?”

 

지렁이를 물고 집으로 가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새끼를 낳은 모양이었다. 까치는 보통 3월 상순에서 중순 아이에 산란을 해서 일주일 사이에 5~6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17~18일간 알을 품어서 부화를 시킨다. 새끼는 처음에는 10g정도이지만 30일정도 지나면 200g 정도로 커져 딴 자리로 이소(異所)를 한다고 한다.

 

또 다른 까치가 어디선가 날아와 까치집으로 들어갔다. 저 까지는 엄마까치인 모양이다. 둘 다 집으로 들어간 까치는 한동안 조용하다. 사랑을 나누는 것일까? 아이들하고 놀아 주는 것일까?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의리를 지키는 길조(吉鳥)

 

까치는 흔히 길조(吉鳥)라고 부른다. 아침에 까치가 와서 노래를 하면 그날 반가운 소식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가을 추수 끝에 감을 따면서 몇 개의 감을 까치밥으로 남겨 놓는다. 까치들은 늦 가을이나 겨울에 날아와서 까치밥을 쪼아 먹고 노래를 불어준다. 까치와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정겨운 풍경이다.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까치는 의리가 깊은 새로 알려져 있다. 치악산 전설은 이 같은 까치의 보은과 의리를 잘 전해주고 있다.

 

옛날 어느 선비가 길을 떠나던 중 어디에서 신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살펴보니 큰 뱀이 까치둥지 안을 막 덮치려하고 있었다. 선비는 활을 쏘아 뱀을 죽여 까치들을 구해주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날이 어두워 선비는 마을을 찾지 못해, 산속에서 잘 곳을 찾던 중 여인 혼자 사는 집에 묵게 되었다. 미녀 여인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선비는 잠을 자다가 숨이 막히는 고통을 느꼈다. 깨어보니 큰 뱀이 온몸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여인은 낮에 선비가 쏘아죽인 남편 뱀의 부인이었다. 여인 뱀은 낮에 서비가 죽인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고 한다 했다. 선비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자 여인 뱀은 “절 뒤에 있는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 주겠다”고 했다. 선비가 “이젠 죽었구나”하고 체념을 할 찰나 갑자기 종이 세 번 울렸다. 종소리를 들은 뱀은 선비를 풀어주더니 하늘로 승천을 하였다.

 

누군가 울려준 종소리 덕분에 선비는 가까스로 살아난 것이다. 날이 밝아 선비가 종소리가 울린 곳으로 가보니 까치 세 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까치들이 선비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머리로 종을 울리고 죽었던 것이다.

 

 

▲의리의 길조인 까치부부

 

 

이 전설은 인간의 이기적인 삶을 꾸짖기 위해 지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많은 동물 중에서 유독 까치가 소재가 된 것은 까치가 인간에게 신뢰감을 주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의리의 길조로서 여겨졌기 때문이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이 노래가 말해주듯 까치는 전통적으로 새해 복을 비는길조로 우리 곁에 늘 존재하고 있다. 

 

가죽나무 까치둥지에서 까치부부가 나오더니 다정하게 날아와 내가 서 있는 곳에 내려앉는다. 아마 다시 아기까치들의 먹이를 구하러 나온 모양이다. 까치를 찍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나 까치는 도망갈 생각을 아니 하고 그저 종종걸음을 몇 번 칠뿐이다.

 

 

▲인간과 까치는 공존을 해야 한다. 올림픽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

 

 

올림픽공원에는 유난히 까치와 까치집이 많다. 까치들은 본래 사람들이 사는 집 가까이에 둥지를 튼다. 그러나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아파트와 빌딩 등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이 들어서자 까치들이 삶의 터전을 찾아 공원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환경 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까치들은 전신주나 빌딩의 베란다에 둥지를 틀고 살림을 차리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들은 정전사고니 불결을 이유로 들어 까치집을 허물어 버리고 있다. 과연 인간에게 그런 권리가 있을까? 까치밥을 남겨주던 온정을 베풀지는 못하더라도 까치들의 삶의 터전인 둥지까지 헐어버리는 인간의 비정한 이기주의는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의리의 길조인 까치들이 뱀이 되어 선비에게 복수를 하듯 무엇이 되어 인간에게 원한을 갚을 지 모른다. 까치집을 허무는 대신 베란다에 까치들이 집을 지을 수 있는 작은 나무라도 한그루 씩 길러 까치와 인간이 함께 공존을 모색해 보는 것이 의리의 길조에게 보은을 하는 도리가 아닐까?

 

 

(2011.4.26 서울 올림픽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