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행운'의 고구마 꽃이 피다니... 금가락지에 경사 났네!

찰라777 2012. 7. 21. 09:42

금가락지에 '행운'의 상징

고구마꽃이 피어났어요!

 

 

"오메, 여기 고구마 꽃이 피었네!"

"뭐, 고구마 꽃이? 정말?"

 

 

7월 18일 오전 10시, 서울에서 온 친구가 고구마 순을 따다가 우연히 고구마 꽃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고구마 밭으로 달려가 보니 보기 어려운 고구마 꽃이 피어 있었다.

 

"고구마 꽃이 피면 행운이 온다는데 우리나라에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봐."

"하하, 그러게 말이야. 행운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거 아닌가!"

 

 

 

 

 

사실 행운은 언제나 우리 곁에 와 있다. <지금 여기에> 건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행운을 아주 특별한 일이 찾아오는 것만을 기대를 한다. 복권이 당첨이 된다던지, 횡재를 한다든지, 상을 탄다든지 등등. 허지만 행운이란 잘 먹고, 배설을 잘 하고, 건강하게 살아 숨 쉬며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침에 피어났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고구마 꽃의 짧은 생명....

 

 

고구마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무성한 줄기와 잎겨드랑이에 숨어있는 것처럼 피어 있다. 줄기에서 잎겨드랑이에 가지를 치듯 짧게 뻗어 나온 고구마 꽃대는 연약하기 그지없다. 꽃은 이파리 줄기보다 훨씬 가늘고 짧은 꽃대에 고깔처럼 생긴 꽃잎이 맺힌다.

 

 

 

 

 

나팔꽃처럼 아침에 활짝 피어난 고구마 꽃은 오후 2시 가 되자 점차 아물기 시작하더니 5시에는 돌돌 말려 완전히 아물고, 저녁이 되자 이내 지고 말았다. 이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단 하루 만에 지고 마는 고구마 꽃의 생명은 매우 짧다.

 

 

▲오전 10:29

 

 

▲오후 14:28

 

 

▲오후 17:13

 

 

▲밤 시간에 떨어져 내린 고구마 꽃의 생명은 단 하루다!

 

 

우리 집 텃밭에 100그루의 고구마를 심었는데 그 중 단 한그루에서 고구마 꽃이 피어났다. 그 한그루에서만 고구마 꽃은 피고 있고, 다른 고구마에서는 꽃이 피지 않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귀한 꽃인가!

 

 

 

 

 

100년 만에 한 번 불 수 있다는 귀한 꽃이

104년만에 찾아 온 극심한 가뭄을 딛고 피어나다니...

 

100년 만에 한 번 피어난다는 고구마 꽃은 피는 것도 매우 드물지만 발견하기도 어렵다. 고구마 꽃이 100년 만에 한 번 피어난다는 말은 어디서 유래한 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춘원 이광수의 회고록에는 "고구마 꽃을 백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꽃"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거기서 유래된 말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귀하게 피어나는 고구마 꽃은 1945년 해방 당시, 1953년 휴전, 1970년 남북공동성명발표 직전에 고구마 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연합뉴스 2012.7.16자 보도).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보기 힘든 고구마 꽃을 오래전부터 길조(吉兆)로 여겨 왔다.

 

 

 

 

허지만 기상학자 반기성(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구마 꽃이 피어나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고구마 꽃이 피면 천재(天災)가 일어난다고 믿었다는 것. 고구마 꽃이 노지에서 피어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인데, 만일 노지에 꽃이 피면 그 해는 어김없이 가뭄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구마는 열대성 식물로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에서는 꽃을 피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나라에 고구마 꽃이 피었다면 이상 기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실제로 2010년과 2011년에는 연속해서 중부지방 노지에서 고구마 꽃이 피어났는데, 2년 동안 연속 기록적인 한파, 강남 물난리, 우면산 산사태 등 기상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이 반기성 예보관의 설명이다.

 

 

또 금년 여름에는 104년 만에 찾아왔다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곳 연천군 동이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30도를 웃도는 혹서의 한여름에 소나기가 내리다가 주먹 같은 우박이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 집에 심은 다섯 평 남짓 고구마 밭도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5월 13일 날 모종을 한 고구마는 극심한 가뭄 때문에 매일 물을 주지 않았더라면 거의 살아날 가망성이 없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고구마 순은 타들어가는 듯 신음을 하며 반은 죽고 반은 살아남았다.

 

 

▲5월 13일 가뭄 속에 모종

 

▲6월 19일 우박을 맞은 모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 19일 날에는 난데없이 쏟아진 우박으로 고구마 순은 갈기갈기 찢겨지며 거의 생장 한계상태에 이르렀다. 가뭄과 우박으로 만신창이가 된 그런 고구마를 바라보며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물을 정성스럽게 주었다. 소나기 빗물을 받아주기도 하고 수돗물을 날라 주기도 했다. 그런 혹독한 시련을 함께 견디면서 고구마는 이렇게 성장을 하여 꽃을 피워주고 있다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반도의 중심 휴전선에 피어난 행운의 꽃

이 당에 평화와 통일을 불어들였으면.....

 

 

어찌 보면 고구마는 가뭄과 우박 등 이상기온이 주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고자 꽃이 피워냈는지도 모른다. 식물은 난처럼 번식이 극도로 어려워 질 때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고구마(sweet potato)는 메꽃과의 일부로 아메리카 대륙 열대지역이 원산지이다. 열대성 식물인 고구마 꽃이 최전방 휴전선 인근에 피어났다. 이곳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동이리는 동경 38도, 북위 127도로 한반도의 중심기점이 되는 중부원점지역이다. '행운'의 상징인 고구마 꽃이 한반도 중심에 피어나는 것은 길조가 아닐까?

 

 

 

 

이 땅에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듯 고구마 꽃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활짝 피어 하루 종일 웃어주다가 해가 지자 미련 없이 톡 떨어져 생명을 다하고 만다. 시련을 딛고 한반도의 중심에 온 몸으로 피어난 고구마 꽃이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을 불러들였으면 좋겠다.

 

(201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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