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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하던 집안일 해보니 허리가 휘어지네!

찰라777 2012. 8. 11. 09:16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

 

 

아침 5시부터 텃밭에서 시작한 콩잎 자르기는 7시에 끝났다. 작업을 마치고 거실에 들어오니 아내가 좁은 부엌공간에서 휠체어를 이리저리 밀고 다니며 음식을 만들고 있다.

 

토스트를 굽고, 블루베리와 토마토를 믹서로 갈아 주스를 만들고, 오이와 토마토를 썰어놓고, 달걀도 하나씩 삶아 놓았다. 발뒤꿈치 골절상을 입은 아내는 수술직후에는 한발도 움직이지 못했는데, 세월이 가니 점점 상처가 아물고 상태가 호전되어 가고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들이 있다. 아내의 골절상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요즈음 아내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아침을 준비하는 아내의 정성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진다.

 

냉장고에서 오디 쨈을 꺼내서 토스트에 발라 토마토와 함께 먹으니 맛이 그만이다. 새벽부터 두 시간 동안이나 일을 했으니 배도 고프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지 않던가. 더구나 이 음식들은 모두 내가 손수 텃밭에서 가꾸어 올린 무공해 채소들이다!

 

 

 

 

"토스트 맛이 꿀맛인데!"

"시장이 반찬 아니겠어요?"

"하하, 하긴…"

 

커피를 끓이는 것은 내 몫이다. 조식 후에 마시는 커피 향기는 그 어떤 차도 따를 수 없는 맛이다. 커피 향에 젖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설거지를 시작했다. 조금만 늘어져도 하기 싫어지는 것이 설거지다. 아내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에 요즈음 청소와 설거지, 세탁기 돌리는 일 등 집안일을 거의 해내고 있다.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리고, 마루와 방을 쓸고, 닦고, 화장실 청소까지 끝내고나니 10시 30분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 세탁기를 돌려야 한다.

 

도대체 부엌일과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휴전선 부근 오지에 살다보니 누가 도와 줄 사람도 없다. 애들도 서울에 멀리 떨어져 있고… 아내는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으니 꼼짝없이 모든 일을 내가 해내야만 한다.

 

그런데 남자가 해보지 않은 부엌일을 해보니 이건 정말 어렵다. 그 중에서 음식 만들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가까운데 사 먹을 음식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툴지만 만들어 먹어야 한다. 요리를 한답시고 조금 꾸무럭거리다 보면 금방 한식경이 지나가고 만다.

 

반찬 한 가지를 만들어 보려고 해도 할 일이 태산같이 많다. 야채를 몇 번을 씻어내고, 마늘을 까고, 풋고추를 자르고, 소금이나 간장을 적당히 넣고, 요리저리 버무리고… 쌀을 미리 담가 놓았다가 밥을 짓고, 몇 가지나 되는 재료를 넣어서 간을 맞춰 국을 끓여야 하고… 어휴~ 끝이 없다.

 

 

먹고 나면 어디 일이 끝나는가? 먹던 반찬을 잘 담아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냄새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서 치워야 하고(쉰내 나는 음식물 쓰레기 치우기는 가장 하기 싫은 일이다), 퐁퐁을 풀어서 그릇과 싱크대 하수구를 씻어내고, 집안을 쓸고 닦고 나면 한나절이 다 지나가고 만다. 이걸 하루에 세 번씩 해보니 정말 보통 고역이 아니다.

 

설거지 중에서도 삼겹살이나 기름진 음식을 튀겨서 먹은 냄비나 그릇을 씻는 일은 참으로 징글맞다. 몇 번을 닦아내도 기름이 여전히 남아 있다. 처음엔 싱크대에 몽땅 쓸어 넣고 설거지를 했는데 그릇 전체가 기름바다가 되고 만다. 보다 못한 아내가 잔소리를 한다.

 

“기름진 그릇과 기름 끼 없는 그릇을 따로 따로 분리해서 설거지를 해야지요.”

 

핀잔을 받아도 싸다. 아내의 핀잔을 받은 다음부터는 기름 묻은 그릇을 분리해서 설거지를 하니 물도 절약이 되고 훨씬 쉽다. 설거지 때문에도 웬만하면 기름진 동물성 음식보다도 담백한 식물성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내가 하던 일 해보니 어렵네...

반찬 투정하던 게 미안해져

어디 그뿐인가? 장마철에는 행주도 자주 삶아서 말려주어야 하고, 빨래도 더 자주 해야 한다. 화장실 청소도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는 하이타이나 세제를 풀어서 자주 닦아주어야 한다. 국을 끓이다가 흘러내린 가스레인지도 뜯어내서 음식물 찌꺼기를 닦아주어야 한다. 요즈음처럼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러우면 냄새는 물론이고 어디선가 파리, 모기, 하루살이 같은 벌레들이 벌떼처럼 모여든다. 그러니 특히 부엌과 화장실은 깨끗해야 한다.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가 하다 보니 맛이 없다고 반찬투정을 했던 일, 청소기를 좀 돌려달라고 부탁했던 것을 들은 채 만 채했던 일들이 반성의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니 여자들이 힘들게 만든 요리를 맛이 없다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남자는 깊이 반성을 해야 한다. 반찬이 맛이 없다면 한번쯤 자신이 직접 만들어 먹어볼 일이다.

 

 

정말이지 아내가 하는 일을 손수 해보니 허리가 휘어질 것만 같다. 해도 해도 끝없이 잔손이 가야 한다. 그런데 여자가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일은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여자가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일은 남자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들 것 같다. 그러니 여자가 한 아이를 낳아서 장성 할 때까지 기르는 일은 한 우주를 창조해 내는 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한 아이를 낳을 때마다 서 말 서 되나 되는 엉킨 피를 흘리며 자식에게 여덟 섬 너 말이나 되는 흰 젖을 먹여야 한다. 그런 까닭으로 죽은 여자의 뼈가 검고 가벼우니라…… 만일 오역죄를 범할 자식이면 어머니의 아기집을 찢어 놓고, 손으로는 어머니의 심장이나 간을 움켜쥐며, 다리로는 어머니의 엉덩이뼈를 밟아서 어머니로 하여금 1천개의 칼로 쑤시며 1만개의 송곳으로 심장을 쑤시는 것처럼 고통을 주게 된다.”<부모은중경 2~3장>

 

부처는 일찍이 ‘부모은중경’에서 어머니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고통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설파 해 놓았다. 그렇게 큰 고통을 안고 낳은 자식들이 불효를 할 때는 얼마나 더 큰 고통이 따르겠는가?

 

그래서 혹자는 자식이 원수라고 한다. 마치 빚을 받으러 온 사람처럼 애를 먹이는 자식을 보면 참으로 무자식 상팔자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온 몸으로 자식을 낳아 기르는 여자의 고통은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여자가 아이를 낳고 기르며, 집안 살림을 하는 일은 마치 한 우주를 창조해 내는 일처럼 위대하지 않은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여자가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아내와 가정주부님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은 남자 들이 하는 일과 여자들이 하는 일이 구분이 되는 모양이다.

 

 

등골까지 빠지게 하는 남자들의 일

 

남자들이 가정을 위해서 논밭에서 일을 하고, 직장에 나가 돈을 벌고, 바깥일을 하는 일 역시 쉽지만은 않다. 무거운 것을 들어 나르고, 상사와 부하들의 눈치를 살펴보아야 하고, 때로는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하고…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갖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야 하는 남자들의 일은 뼈골까지 쑤시고 머리가 지근거리는 고통스런 일들이 많다.

 

남자로서 내가 하는 집안 일을 하나 예로 들어 보겠다. 이곳 동이리로 이사를 온 후 농사를 짓고, 집 안팎 수리를 하는 것은 남자인 내 몫이다. 보일러실에 물이 새는 수도 이음새를 교체를 하고, 노후화된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를 수리하느라 일주일 내내 끙끙거려야 했다. 수리공을 불러도 오지 않는 오지에 살다보니 서투른 맥가이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남자가 해내야 할 일이다. 진종일 쪼그리고 앉아 렌치와 몽키, 스패너를 들고 노후화된 부품을 빼내고 새 부품으로 갈아 끼우다 보나 등골까지 진땀이 난다. 물론 여자들도 이런 일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지만 이건 정말 여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화장실 변기는 바킹을 교체를 했는데도 변기와 바닥 사이에 붙여놓은 시멘트에서 조금씩 물이 샜다.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며 퀴퀴한 냄새가 난다. 철물점에 가서 물어 보았더니 가장 좋은 방법은 변기를 뜯어서 막힌 데가 없는지 살펴보고 다시 고정시켜 시멘트를 바르라고 하는데, 혼자서 이 일을 해내기에는 일이 너무 버겁다.

 

“크린멘트 반 봉지를 풀어서 종이컵으로 반만 물을 담아서 조금씩 부으면서 반죽을 잘 하세요. 그리고 그 반죽으로 사이사이에 발라주면 됩니다.”

 

차선책은 방수접착제를 바른 다음 그 위에 크린멘트를 발라보라고 한다. 해서 철물점 주인이 추천하는 <토끼코크>라는 방수제와 <크린멘트>라는 백색 시멘트를 사왔다. 마른 걸레와 휴지로 물 끼를 깨끗이 닦아냈다. 접착제를 바르려면 그 부위가 완전히 말라야 한다.

 

 

화장실 사용을 중지시키고 수도 밸브를 잠근 다음 다시 마른 걸레로 깨끗이 닦아놓고 선풍기를 한나절 틀어 놓으니 물 끼가 완전히 말랐다. 금이 간곳에 <토끼코크> 접착제를 바른 후 어느 정도 마르자 <크린멘트>를 바르고 선풍기를 계속 틀어 놓았다.

 

“작품이 말이 아니군. 접착제를 바르는 솜씨가 영 아니 올 시다네.”

 

접착제가 마르고 나니 물이 새어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다음에는 세면대 호스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세면대를 분리하지 않으면 나사를 풀기가 어렵다. 작은 스패너와 몽키가 필요했다. 다시 철물점에 가서 작은 스패너와 몽키를 사왔다.

 

 

 

화장실 바닥에 거꾸로 누워 스패너로 세면대를 뜯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겨우 나사를 풀어 세면대를 뜯어내는 데 엄청 무겁다. 아차, 잘못하다가는 엎어져 깨질 염려가 있다. 젖 먹는 힘까지 내서 겨우 뜯어내 바닥에 조심스럽게 누였다.

 

세면대를 뜯어내고 보니 때가 여기저기 디룩디룩 끼어 있다. 하이타이를 수세미에 묻혀서 깨끗이 닦아내니 내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낡은 고무호스를 교체를 하고 새로 사온 호스로 갈아 끼우니 세면대가 마치 새것처럼 반짝거린다.

 

 

세면대를 다시 고정을 시켜놓고 다음에는 바닥사이에 시멘트를 바르는 작업을 시작했다. 철물점 주인이 가르쳐 준대로 시멘트 반 포대를 질그릇에 부어서 물을 조금씩 부어 넣으며 반죽을 했다. 얇은 위생장갑을 끼고 반죽을 하다 보니 마치 밀가루 반죽을 하는 느낌이 든다.

 

반죽을 한 시멘트를 바닥과 세면대 사이에 살살 붙여내고 물을 묻혀 모양을 내 보았다. 어설프지만 그런대로 완성이다. 반죽을 한 시멘트가 조금 남기에 내친 김에 변기 사이에도 반죽을 발라 주었다.

 

저녁까지 화장실 사용을 금지시키고 선풍기를 틀어 놓았더니 시멘트가 잘 말라 주었다. 화장실을 가동시키니 일단은 물리 새어나오지 않는다.

 

“음, 일단은 성공이군.”

“여보, 이제 화장실 사용해도 되요?”

“그럼, 되고말고.”

 

 

 

아내는 미루었던 목욕을 하겠다고 했다. 새로 고친 화장실에서 마음 놓고 목욕을 하는 아내를 생각하니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남자가 수리한 화장실을 여자가 편하게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이다. 마치 여자가 힘들게 요리한 음식을 남자가 맛있게 먹듯이…….

 

이건 그래도 내 집을 고치는 단순노동이다. 이글이글 타는 용광로에서 일을 하는 사람, 열사의 사막에서 건설을 하는 노동자, 목숨 걸고 파도치는 대양에서 원양어선을 타는 어부들, 이른 새벽에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들…

 

남자들의 힘든 일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이게 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남자의 목숨을 내 놓고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남자들이 하는 일은 등골까지 빠지고 머리가 지근거리는 일들이 많다. 그걸 남자들은 여자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해내고 있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은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그러니 남편이 벌어온 돈이 적다고 투정을 부리는 여자들은 깊이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런 여자가 있다면 자신이 직접 산업전선에 나가 돈을 벌어보아야 한다. 돈이란 얼마나 많이 벌어 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짜임새 있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결국, 남자들이 하는 일이나, 여자들이 하는 일을 놓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서로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고 감사할 줄 알 때에 그 가정은 평화가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더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 말고 그럴 때에는 한 번쯤 역할을 바꾸어서 해보는 것도 서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우스갯말이 있다. 신혼부부가 싸움을 하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결혼식 날에 주례 선생님의 말씀이 <남편은 하늘이고 아내는 땅>이라고 하신 말씀을 그새 잊어버렸어?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남편에게 맞받아 대꾸의 말을 했다. 요즘은 땅 값이 하늘 위로 치솟는 것도 자기는 아직 몰라! 그러니 남자나 여자나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남녀를 따지기 전에 서로 상대방을 존경하고 인정을 해 주어야 한다.

 

내가 실제로 이 무더운 한여름에 아내가 하는 일까지 해내다 보니 이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남자가 여자가 하는 일까지 한꺼번에 해내기란 너무 힘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여자가 남자 일까지 해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남녀 간에 우열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쯤 깊이 성찰을 해 보아야 한다. 요즈음 여자 수상이 통치하는 나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국은 아직도 여왕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남자와 여자는 서로 평등하다. 연리지처럼 수많은 스킨십 끝에 한데 합쳐지더라도 서로의 인격을 인정해주고 사랑할 때에 가정에 평화가 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