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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네팔 민화 전시회

찰라777 2012. 8. 9. 11:23

 

3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네팔 민화 전시회

김치와 삼겹살을 좋아한다는 네팔 화가 천드라 쉬레스타 

 

 

네팔화가 천드라 쉬레스타(Chandra Shrestha)의 전시회가 지난 8월 1일부터 7일까지 광화문 지하 광화랑에서 열렸다. 기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 4일 광화랑을 찾아 그녀의 그림을 관람했다.

 

 

▲네팔 민화-천드라 쉬레스타

 

 

▲자신의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천드라 쉬레스타

 

주로 청홍의 원색을 써서 네팔에서 전해오는 민화를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몽환적으로 담은 그녀의 그림은 다분히 추상적이다.

 

▲네팔 북부 히말라야 산간지역에 살고 있는 아낙네들이 그린 민화

 

 

전시장에는 쉬레스타 그림 외에도 네팔 북부 산간지방에 살고 있는 여자들이 그린 민화가 걸려 있었다. 주로 꽃을 대상으로 원색을 써서 단순하게 그린 그림들이다.

 

또한 전시장에는 네팔 남부 자나크푸르 지역 아낙네 들이 그린 그림도 전시되어 있다. 이 그림들은 매우 우화적이면서도 동화 같은 느낌을 강열하게 받는다. 강과 숲, 그리고 그 속에 수많은 물고기와 코끼리, 나무, 꽃, 사람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자나크푸르 지방 아낙네들이 그린 네팔 민화(이근후 박사 소장)

 

네팔은 히말라야 설산을 배경으로 고인돌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지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북쪽 히말라야 산간지역에는 대개 몽고 계통의 소수 종족이 살고 있고, 남쪽 탈라이 평원에는 아리안 계통의 소수 종족들이 살고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민화도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히말라야 산간지역에는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불화의 일종인 탱화나 만다라 등 세밀화가 중심이고, 남쪽은 자나크푸르를 중심으로 자나크푸르 그림(Janakpur) 또는 미틸라 그림(Mithila)이 유명하다.

 

 

▲자나크푸르 지방 아낙네들이 그린 네팔 민화(이근후 박사 소장)

 

 

네팔 자나크푸르 민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의료봉사를 위해 네팔을 드나들며 네팔문화와 그림을 수집해온 이근후 박사(가족아카데미아 이사장, 네팔캠프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나크푸르 지방 아낙네들이 그린 네팔 민화(이근후 박사 소장)

 

 

여행을 하면서 자나크푸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대답을 한다. “시집오기 전에 어머니로부터 배웠어요.” 어머니는 누구로부터 배웠는가를 재차 물으면,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배웠을 거란 대답니다. 이해가 간다. 이 그림은 여자들만이 그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수 방법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자나크푸르 지방 아낙네들이 그린 네팔 민화(이근후 박사 소장)

 

 

아무도 언제부터 그려왔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옛날부터 그려왔단다. 기록에 의하면 자나크푸르는 한때 미틸라 왕국(Kingdom of Mithila)의 수도였다. 미틸라 왕국은 기원전 10세기부터 존재했다고 하니 자나크푸르 민화의 유래는 약 3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샘이다.

 

 

▲자나크푸르 지방 아낙네들이 그린 네팔 민화(이근후 박사 소장)

 

 

처음 시초는 종교적인 의례 등에 의례 등에 사용되었던 벽화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모든 여성들이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림의 주제도 자연히 종교적인 것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변해 왔으며 벽화에서 종이나 토기 등에도 그리기 시작했다.

 

탈라이 지방에 사는 많은 여성들은 자기가 사는 가정 집 황토벽에 이 전통적인 민화를 그린다. 대개 악령을 막거나 집안의 융성을 기원하는 등의 이유들도 있지만 각별히 치장을 하는 것은 새해와 결혼 때 새롭게 단장을 한다.

 

신랑 신부가 결혼을 하고 첫날밤을 보내는 방을 코바르(Kohbar)라고 하는데, 아주 정성들여 벽화를 그린다. 벽화의 내용은 일상 결혼식의 모습을 담기도 하지만 대나무(남성의 상징인 링가)와 연꽃잎(여성의 상징인 요니)을 그려 신의 은총을 빌고 다산을 기원한다.

  

 ▲자나크푸르 지방 아낙네들이 그린 네팔 민화(이근후 박사 소장)

 

아주 화려한 색깔로 치장을 하는데 물감은 대개 쌀을 갈아 만든 물에 천연색소를 섞어 그린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그렸지만 지금은 붓으로 많이 그린다. 자나크푸르란 도시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남서쪽으로 약 128km 떨어진 탈라이 지방인 인도와 국경지대에 있다.

 

 

▲네팔 민화-천드라 쉬레스타

 

현재 네팔 한국문화센터 부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한 쉬레스타는 네팔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인물이다. 그녀는 2007년 고양창작스튜디오에서 시행한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MASKS"를 주제로 한 광화랑 전시회(2007), 예띠 갤러리 전시회(2008)를 비롯하여 그 동안 여러 차례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은바 있다.

 

 

▲광화랑 전시장. 천드라 쉬레스타(중앙), 이근후 박사, 카만 싱 라마 네팔대사, 케이피 시토울나 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장

 

지난 6일 오후 6시, 광화랑에서 쉬레스타가 참여한 가운데 조촐한 클로징 세리머니가 있었다. 이 세리머니에는 카만 싱 라마(Kaman Singh Lama) 주한 네파대사, 이근후 가족아카데미아 이사장, 케이피 시토울나 주한 네팔관광청한국사무소장을 비롯하여 네팔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춘원 시인에게 축복의 카타를 걸러주고 있는 네팔 대사

 

▲네팔 대사에게 네팔문화와 그림을 수집하여 발간한 <네팔문화시리즈 5권>을 증정하고 있는 이근후 박사

 

▲천드라 쉬레스타, 이근후 박사, 카만 상 라마 네팔대사, 케이피 시토울나

 

라마 네팔대사는 참여한 사람들에게 축복의 의미로 일일이 흰 천으로 된 카타를 목에 걸어주었다. 또한 이근후 박사는 지난 30년 동안 네팔을 드나들며 수집하여 출간한 작품집 <네팔문화시리즈 1권~5권>을 네팔 대사에게 전달했다.

 

 

▲몽골리언을 닮은 천드라 쉬레스타는 김치와 삼겹살을 좋아 한다고..

 

네팔 원주민인 네아르 족 출신인 쉬레스타는 몽골리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 김치와 삼겹살을 유난히도 좋아 한다는 그녀는 어쩐지 낯설지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네팔의 민화는 한국의 풍속도와 같은 민화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 천드라 쉬레스터 네팔 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