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엉큼한 너구리 이놈!

찰라777 2012. 8. 30. 15:52

 

엉큼한 너구리가 땅콩 다 파먹네!

 

 

우리 집 텃밭에는 20여 평 정도의 땅콩을 심어 놓았습니다. 모레 밭을 일구어 퇴비를 주고 심어 놓은 땅콩은 의외로 잘 자라주었습니다. 땅콩은 배수가 잘 되고 박토에서도 잘 자라난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땅콩이 노란 꽃을 피워주자 복토를 해 주었더니 땅콩 알이 튼실하게 여물어 갔습니다. 이 정도로 잘 익어 준다면 상당한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아침에 텃밭에 나가 땅콩 밭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땅콩 밭 가장자리에 있는 땅콩 몇 그루가 파헤쳐져 있고, 그 옆에는 땅콩껍질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습니다.

 

 

누구의 소행일까? 윗집 장 씨네 집과 아랫집 김 씨네 집에는 고라니가 나타나 채소와 고구마 순을 서리해 간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고, 또 가서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 텃밭은 아직까지 고라니나 너구리, 멧돼지의 손을 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집 텃밭이라고 해서 너구리나 고라니로부터 자유로운 성역이 될 수는 없겠지요.

 

 

 

 

허지만 지금까지 별탈이 없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땅콩을 파먹기 시작하다니 큰일입니다. 현희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 보았더니 “틀림없이 엉큼한 너구리 녀석의 소행이에요. 방비를 하지 않으면 땅콩이 남아돌지 않을 겁니다.”

 

 

현희 할머니의 예언대로 그 다음날도 딱 전날만큼 땅콩이 피 헤쳐지고 그 옆에는 어김없이 땅콩 껍질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습니다. 너구리 녀석의 소행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녀석은 야행성 동물이라 밤에만 슬금슬금 나타나 도둑질을 해먹고 있습니다.

 

 

 

 

 

“엉큼한 너구리 이놈! 땀 흘려 농사를 지은 쥔장도 아직 땅콩 맛을 보지 못했는데, 네 놈이 감히 이 귀한 땅콩을 다 파먹다니. 어디 두고 보자 이대로 둘 수는 없어.”

 

 

나는 그길로 철물점에 가서 펜스를 칠 단단한 망사를 거금 2만원이나 주고 사왔습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정말로 땅콩 씨를 말릴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2~3m 간격으로 땅콩 밭 둘레에 말뚝을 박고, 1m가 족히 넘어 보이는 망사를 사방으로 둘러쳤습니다. 그리고 망사 밑에는 너구리가 파들어 오지 못하게 흙으로 두껍게 눌러 두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땅콩 밭에 가보았더니 너구리가 망사 밑을 발로 파헤친 자국이 보였지만 뚫고 들어가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저녁에 가끔 순시를 돌고 매일 아침 펜스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은 너구리란 녀석은 망사를 뚫고 들어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너구리는 여우보다는 작으나 낮에는 굴속에 느긋하게 숨어 있다가 밤이 오면 슬슬 돌아다니며 먹이를 챙겨먹는 야행성 동물입니다. 녀석은 들쥐·뱀·개구리·과일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죽은 고기도 마다 않고 먹는 잡식성 동물입니다.

 

 

 

 

너구리란 놈의 꾀는 여우를 능가하고, 무지함은 곰을 능가하며, 음흉함은 늑대를 능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탈을 쓰고 엉큼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을 보고 ‘너구리’라는 별명을 지어주곤 하지요. 한 마디로 능글능글하고 음흉스러우며 도저히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런 사람을 ‘너구리같은 놈’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너구리는 어찌나 음흉스럽던지 총 소리가 나면 놀라서 죽은 체를 하다가 사냥꾼이 방심을 하면 역습하거나 재빨리 도망을 간다합니다. 또 ‘너구리굴에서 여우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실제로 너구리가 여우나 오소리가 만든 굴에서 함께 살며 여우를 능가하는 음흉스런 재주를 부린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능청스러운 녀석의 낯짝을 한번 만나보기 위해 며칠 밤 땅콩 밭을 바라보며 보초를 서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애써 길러온 땅콩이 수확을 할 때까지 너구리 녀석으로부터 무사하기를 바랄뿐입니다.

 

요즈음 에상에는 겉다르고 속다른 너구리 같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고 말텐데도 시침이를 뚝 때고 딴청을 부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꼭 우리 집 텃밭에 밤에만 슬그머니 내려와 음흉스럽게 땅콩을 파 먹는 너구리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 참고로 너구리를 물리치는 방법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 게재해 봅니다.

그러나 보다 확실한 것은 저의 경험으로는 너구리가 들어오지 못하게 펜스를 단단히 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너구리 격퇴 무기는 빈 개집

개 냄새가 묻은 빈 집을 밭 이곳저곳에 놓아두기만 하면 개 냄새 때문에 오지 않는다. 반년이 지나도 너구리는 오지 않는다. 이렇다면 개집을 여러 개 사오던가 만들어 개가 얼마동안 살게 하다가 밭 주위에 갖다 놓기만 하면 된다.

 

 

* 헌 장화나 신발 냄새가 너구리를 쫓는다.

벗어 버린 장화나 신발(헝겊으로 된)로 사람의 냄새가 밴 것을 너구리가 싫어한다. 비에 젖으면 냄새가 없어지므로 반대로 막대에 꽂아 놓으면 좋다. 냄새가 강 할수록 좋다. 너구리 피해도 문제이지만 버려야만 되는 헌 잡화나 신발도 써 먹을 수가 있다.

 

 

* 흰 비닐봉지로 너구리를 쫓다

물건을 사올 때에 얻어 오는 비닐봉지 안에 모래를 반 정도 넣고 입구를 묶되 토기 귀모 양으로 쭈빛하게 서게 묵어 300평의 옥수수 밭 주위에 2m정도의 간격으로 스물 댓 개 놓아두는 것뿐이다. 그러면 너구리를 토끼인지를 분간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오지 않는다.

 

 

* 헌 신문지로 짐승을 쫓다

거짓말 같이 뚝 쪽에 헌 신문지를 펴 놓으면 효과가 있다. 잉크냄새 때문인지 어떻든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