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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잡고 명상을 하는 사람들(인도 다르질링)

찰라777 2012. 9. 5. 07:22

코를 잡고 명상을 하는 다르질링 사람들

-다르질링의 종교적인 성소 옵저버터리 힐에서

 

 

인도 서북부에 위치한 다르질링은 해발 2134m의 산간지역이다. 다르질링에 도착하여 하루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일찍 초우라스타 광장으로 나갔다. 다르질링의 모든 길은 초우라스터 광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다운타운은 낮은 지역에 있기 마련인데 다르질링은 그 반대다.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초우라스터 광장이 다르질링의 다운타운이다. 다르질링 시내는 초우라스터 광장을 중심으로 산마루 경사면을 따라 경사가 급한 계단들과 도로가 언덕 아래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르질링 옵저버토리 힐에서 한 인도인이 칸첸중가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코를 잡고 명상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인지라 초우라스타 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밤새 북적거리던 광장은 옵저버토리 힐로 산책을 나가는 사람과 비둘기들이 한가롭게 구구 거리고 있을 뿐 한산하다. 광장 북서쪽 끝 중앙에는 황금빛 나는 동상이 하나 서 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네팔 시인 어챠르야 바누벅타(Bhanu Bhakta Acharya)의 동상이다.

 

▲초우라스타 광장에 서 있는 네팔의 국민시인 어차르야 바누벅타 동상

 

바누벅타는 네팔인 최초로 네팔어로 작품을 쓴 네팔의 시인이다. 그는 1814년 7월 13일 네팔 타나후(Tanahu)에서 태어나 1968년에 생애를 마친 네팔의 국민 시인이다. 그의 생일은 네팔 국경일로 지정될 만큼 네팔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1년 내내 만년설을 바라보고 사는 네팔인들은 시와 그림을 무척 사랑한다.

 

 

2년 전 서울의 조계사에서 열린 네팔인들의 시 낭송회에 참석을 한 적이 있었다. 히말라야 설산과 민화를 배경으로 하는 그림을 화면에 띠우고 열정적으로 시를 낭송하는 네팔의 시인들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절대 다수의 네팔인들이 살고 있는 이곳 다르질링에도 네팔의 국민시인 바누벅타를 사랑하고 추앙하는 사람들이 그의 동상을 세워 놓았으리라.

 

 

 

 

▲초우라스타 광장에 서 있는 삼나무

 

 

광장 왼쪽에는 하늘을 찌르는 삼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시인의 동상 뒤로는 옵저버토리 힐(Observatory Hill)이 우뚝 솟아 있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시인의 이름을 딴 바누벅타 싸라니 뷰포인트가 나온다.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 코라를 순례하듯 옵저버토리 힐을 돌고 있다.

 

 

▲옵저버터리 힐을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

 

 

삼나무 숲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벅타 싸라니 뷰포인트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해를 향하여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있는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오른손가락으로 한쪽 코를 잡고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향하여 명상을 하고 있다. 코를 잡고 태양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는 모습이 무척 독특하게 보인다. 하도 근엄하게 명상을 하고 있어 물어 볼 수도 없다.

 

 

 

 

 

 

 

▲칸첸중가에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 있는 사람들

 

 

안개 속에서 태양이 솟아오르자 칸첸중가(8598m) 봉우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칸첸중가는 ‘큰 봉오리 다섯이 있는 눈의 요새’라는 티베트어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내일 새벽에는 더욱 멋진 일출을 감상하기 위하여 타이거 힐에 오르기로 예약을 해두었다.

 

 

 

 

 

 

 

 

 

 

 

▲일출과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칸첸중가 설산

 

 

옵저버토리 힐로 가는 길에는 인도인들이 믿는 모든 신들을 벽화로 그려놓은 그림이 있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신전 앞에는 누군가가 축복의 카타를 걸어 놓았다. 인도인들은 모든 신을 다 수용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신을 모신 벽화 앞에서 가볍게 기도를 올리고 지나간다. 그들이 믿는 신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우호적이다.

 

 

▲ 인도인들은 모든 종교에 대해서 우호적이다. 여러종교와 다신을 모신 신전

 

 

옵저버토리 힐 꼭대기에 다다르니 룽다와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길가에는 원숭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재롱을 피운다. 이런 원숭이 들이 귀엽다고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된다. 녀석 들은 순간적으로 공격을 해서 가방을 채가거나 발톱으로 할퀴기도 한다.

 

 

 

▲타르초와 룽다가 뒤덮인 마하칼라 만디르. 이곳에서는 원숭이들을 조심해야 한다.

 

 

언덕의 꼭대기에는 본래 다르질링이란 지명의 어원이었던 도르지 링(Dorjie Ling)이란 사원이 있던 곳이다. 꼭대기 작은 동굴에는 마하칼라 만디르(Mahakala Mandir)사원이 있다. 이 사원은 불교도와 힌두교도 모두가 숭배를 하는 중요한 곳이다. 언덕에는 형형색색의 깃발로 덮여있다.

 

 

종교는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평화와 행복, 그리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도에서는 회교를 제외하고는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 등 무든 종교가 다 우호적이다.

 

 

옵저버토리 힐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초우라스타 광장 쪽으로 내려왔다. 삼나무 숲이 우거진 언덕에 축복의 카타가 목에 걸린 동상을 하나 발견했다. 동상 밑에 있는 설명서를 보니 그는 마아판디트 라훌 산크리티얀(Mahapandit Rahul Sankrityayana, 1893. 4. 9~1963. 4. 14)란 인도의 철학자이다. 그는 45년간 인도와 티베트 스리랑카, 러시아, 중국 등을 여행하며 수십 권의 기행문을 남겼다. 힌디 기행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존경을 받고 있는 그는 이곳 다르질링에서 생애를 마쳤다.

 

 

▲힌디 기행문학의 아버지 마아판디트 라훌 산크리티얀 동상

 

 

 

▲세이트 안드류스 교회

 

 

광장에 거의 다 다다랐을 즈음 언덕에 우뚝 솟아 있는 오래된 교회가 보인다. 안내판을 보니 ‘세인트 안드류스 교회’라고 되어 있다. 1843년 완성된 이교회는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교회 내부 벽에는 다르질링에서 가장 오래된 주민들을 추억하는 금으로 새긴 명판이 있다는데, 대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옵저버토리 힐은 다르질링 사람들이 숭배하는 신성한 장소다. 아침 산책을 하기에도 아주 좋은 코스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며 칸첸중가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어떤 영감이 솟아나는 기운을 느낀다. 다르질링에 여행을 가면 곡 한 번쯤은 이 코스를 산책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