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부탄·다즐링·시킴

'히말라야의 여왕' 다르질링에 도착하다

찰라777 2012. 8. 3. 05:48

하늘 길을 가다

 

 

해발 고도가 낮은 바그도그라 공항에 도착해서는 찜통더위 때문에 머리가 지글지글 끓는 것 같더니, 산간 위로 올라 갈수록 점점 서늘해진다. 지프는 내려갈 줄은 모르고 자꾸만 올라간다. 강열한 햇볕에 머리카락이 타는 것만 같았는데, 산정에 올라갈수록 찬 안개가 점점 시원하게 몸을 감싸준다. 거기다가 운전사의 곡예운전으로 간담이 서늘해지기까지 한다.

 

“휴우~ 정말 간이 콩알만 해지네!”

“헬로, 다성, 플리스 슬로우리 드라이빙.”

“오케이, 노 프로블렘.”

 

 

 

 

운전사 다성은 말로는 오케이를 했지만 여전히 곡예운전을 한다.  ‘노 프로블렘’을 연발하며… 내가 옆에서 본 그는 분명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인도의 드라이버들은 거의 다 베테랑들이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좁은 벼랑 도로 위를 재빠른 손놀림으로 핸들을 돌려가며 커브를 유연하게 돌아가는 능숙함이란 우리나라 운전사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곡예운전이다. 앞에서 오는 차량을 도저히 비켜 갈 수 없을 것 같은데도 그들은 서로 교감이 통하는지 아슬아슬하게 비껴간다. 내 몸이 상대방의 차에 닿는 것 같아 몸을 안쪽으로 기울리며 안달을 하는데 정작 운전사는 태연하다.

 

 

 

 

 

 

노 프로블렘, 이건 참으로 편리한 말이다. 인도인들은 아무리 어려운 일도 일단은 노프로블렘하며 태연한 자세를 취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꽤 심각하게 보이는 일도 노 프로블렘을 연발하며 여유있는 태도를 보인다. 늘 많은 사고를 접해서일까? 이런 태평무사한 인도인들의 태도를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자세가 아닐까?

 

노 프로블렘, 노 프로블렘, 노 프로블렘...

그렇지 지나고보면 아무리 심각한 일이라도 별거 아니지 않던가?

 

 

▲위험천만인 길도 그들은 일단 '노 프로블렘'하며 긍정적이고 태평한 자세로 건너간다.

 

 

세상을 늘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 현재의 삶은 힘들지만 불평없이 받아드리고,  항상 더 좋은 내세를 기대하고 살아가는 희망적인 자세, 그래서 인도인들은 한 끼를 해결 할수 있는 1루피의 돈을 손에 쥐면 하늘을 보고 웃는 것일까? 그들은 현실에 취해진 삶을 절대적인 삶으로 받아 들인다. 사촌이 논사면 배가 아프다는 상대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불행은 상대적인 비교와 그로인한 빈곤감에서 온다.

 

 

▲찻잎을 따는 여인들. 땡볕에서 찻잎을 따는 일은 참으로 고된 노동이다. 그러나 그들은 불평이 별로 없어 보인다. 현재의 삶을 절대적으로 받아드리는 삶의 자세는 인도인들의 장점이다. 사촌이 논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내 삶과는 퍽 대조적인 삶이다.

 

 

지프차는 땅 위를 가는 것이 아니라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구름 위를 요술 자동차를 타고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이 땅보다 가까웠으며 솜사탕 같은 구름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하늘 아래서 여인들이 찻잎을 따고 있었다. 저마다 바구니를 등에 지고 찻잎을 따는 인도의 여인들은 매우 순박하게 보인다.

 

 

 

 

 

저 찻잎을 따면 얼마나 받을까? 분명 몇 푼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구름위에서 찻잎을 따는 인도의 여인들이 선녀처럼 보이기만 한다. 남과 비교하지않는 삶, 나만의 절대적인 길을 걸어 갈 때에 불행의 요소는 적다.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낄 대에 불행의 요소는 커진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행복은 결국 자신의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들만의 행복지도를 그려 봐?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부탄이다.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부탄! 국민행복을 국가의 최대 목표로 삼는 나라. 국왕이 친히 '국민행복지수;를 챙기시는 나라. 그  부탄으로 가는 길에 들러 가기로 한 다르질링과 시킴은 모두가 해발 2000m가 넘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다르질링은 인도 속의 또 다른 인도를 연상케 하는 전혀 낯선 풍경이다. 언제나 찜통 더위를 연상케 하는 인도에도 이렇게 서늘하고 매력적인 풍경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 바로 다르질링이다.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 인도의 아이들은 불평이 없어 보이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 보인다. 자가용을 타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더 행복한 모습들이다.

 

 

다른 나라에서 살면 인생이 달라 질까?

1년의 시간,

10개의 나라,

수만 킬로미터의 거리,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단 하나의 나라!

 

"어차피 불행한데 밑질 것 없잖아?"

 

우울한 투덜이 에릭 와이너는 이렇게 투덜거리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단 하나의 나라를 찾아가는 기발한 세계 일주 위해 튄다. 그러면서 그가 찾아간 나라중의 하나가 바로 부탄이라는 나라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신만의 <행복지도> 하나 쯤을 가슴에 간직한다면 그 인새은 지루하지가 않을 것이다.

 

 

부탄은 국왕이 국민행복지수를 직접 챙기는 나라가 아닌가? 부탄과 가까운 이곳 다르질링도 그런 행복 냄새가 풍긴다. 아무도 소식을 전한적이 없는 행복한 나라를 찾아 여행을 떠나 본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내와 나는 이곳 부탄으로 가는 길에 우리들만의 <행복지도>를 그려 보기로 했다. 인생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지도> 하나 쯤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그 인생은 지루하지가 않을 것이다. 

 

 

다르질링은 '벼락 치는 곳'

 

하늘이 갑자기 컴컴해 지더니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져 내렸다. 멀리 성냥갑 같은 집들이 점점이 나타난다. 드디어… ‘벼락 치는 도시’ 다르질링에 도착 한 것이다! 인도의 살인적인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인도인들은 해발 2000m 보다 높은 벼락치는 동네로 피서를 떠난다.

 

 

 

 

영국인들이 여름 휴양지로 개발한 다르질링은 ‘히말라야의 여왕’이란 애칭을 가지고 있다. 영국 여왕이 좋아하는 맛 좋은 홍차를 생산해서 ‘히말라야의 여왕’이란 애칭이 붙었을까? 영국인들은 인도 평야의 살인적인 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19세기 초부터 서늘한 다르질링으로 왔다.

 

 

 

 

다르질링(Darjeeling)이란 이름은 이곳에 있던 고대 불교 사원인 도르지 링(Dorje Ling)에서 유래된 말이다. 티베트어로 ‘Dorje'는 천둥을 의미하고,’Ling'은 장소를 뜻한다. 그러므로 ‘Dorje Ling’이 ‘Darjeeling’으로 변화 된 그 뜻은 천둥치는 곳, 벼락 치는 곳, 우뢰가 떨어지는 곳이란 뜻이다. 우리말로 다즐링, 다질링, 다르질링으로 발음하는 다르질링에 3일간 머무는 동안 매일 수시로 천둥번개가 치고,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렸다.

 

 

 

 

다르질링하면 인도영화 <다즐링 주식회사>가 생각난다. 이 영화는 다르질링을 다즐링으로 번역하고 있다. 원제는 ‘The Darjeeling Limited'인데, 인도기차 다즐링 주식회사를 탄 세 형제가 사고만발 인도여행을 하는 코미디 영화다. 다즐링 주식회사란 인도 철도청 ‘IRCTC’의 열차 이름이다. 허지만 열차이름에 ‘주식회사’란 해석은 어울리지가 않는 것 같다. 차라리 ‘다즐링 특별열차’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limited'는 영어사전에 보면 ’특별 급행열차‘란 뜻도 있으니까.

 

 

 

 

동화 속에 나오는 '미니어처' 같은 마을 

 

아무튼 다르질링은 기차와 연관이 깊다. 원래 시킴왕국의 영토였던 다르질링을 1833년 영국인들이 시킴으로부터 사들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당초 영국 군대 병영으로 시작한 다르질링은 차 산업이 발전하면서부터 세계 최고의 차 생산지로 번창하기 시작한다.

 

 

 

 

영국인들은 고산지대에 차를 운반하기 위하여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 철도의 일부가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그 유명한 ‘토이 트레인(Toy Train)'이다. 이 웃지 못 할 장난감 기차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언급을 하겠다.

 

 

 

 

“초이, 여기가 다르질링입니다.”

 

운전사 다성은 턱으로 앞에 전개된 마을을 가리키며 다르질링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2000m 산정에 펼쳐진 다르질링은 꼭 어디 동화 속에나 나오는 미니어처 마을처럼 보인다. 언덕에 삼나무 숲이 도열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성냥갑 같은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안개 속에 사라졌다간 나타나는 풍경은 뭐랄까 난쟁이들이 사는  마을처럼 신비하게 보인다. ‘토이 트레인’이 다니는 협궤 철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미니어처 ‘마두로담’의 협궤처럼 귀엽고 앙증맞다.

 

 

 

 

 

 

 

 

 

 

다르질링 중심가에 가까워질수록 협궤는 마을 돌담길을 돌아가고, 혹은 도로 밑 언덕을 밑에 삼나무와 나란히 있기도 하며, 도로를 가로질러 가기도 한다. 그 좁은 철로를 장난감 같은 증기기관차가 검은 연기를 품어대며 숨가프게 슬로우 모션으로 기어간다. 기차와 자동차, 자전거와, 사람, 가게와 주택, 개들과 짐승들이 철로와 길을 공유하고 있다.

 

 

 

 

언덕길을 숨가쁘게 기어가는 증기기관차를 바라보니 갑자기 고향생각이 난다. 나는 기차 길 옆 시골 마을에서 태어 났다. 기차는 항상 나의 꿈이었다. 세살적부터 나는 김을 뿜어대며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기차를 타고 먼 세상으로 떠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기차는 언덕길을 오르다가 힘이 겨우면 평지로 내려갔다가 다시 힘을 내서 언덕길을 올라가곤 했다. 마치 스윗치 백을 하듯이... 지금 다르질링에서 바라본 기차가 바로 내가 어린 날 보아왔던 바로 그 증기기관차이다.

 

 

 

 

“호호, 어디 동화 속에 나오는 소인국 같아요!”

“정말이네! 우린 지금 동화 속의 마을로 들어가고 있는 거야.”

 

장난감 같은 기차에 사람들이 빼꼭이 들어 앉아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풍경은 정말이지 꼭 동화속에나 나오는 그런 풍경이었다. 빛바랜 열차의 색깔, 난간을 잡고 밖을 내다보는 사람, 창문을 열고 언덕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느리게 기어가는 기차에 탄 사람들은 기차보다 더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우와~ 천지창조네! 여기서 잠깐 포토타임을…”

 

 

 

 

 

 

 

 

 

 

 

 

 

 

메인스트리트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 먹구름에 가린 하늘에서 가린 하늘에서 빛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이 나타났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언덕에 한줄기 빛이 선명하게 비추이고 있다. 모두가 카메라의 렌즈를 하늘로 향했다. 구름이 발아래 둥둥 떠다닌다. 흐음~ 여긴 한라산 보다 높은 곳이지않아. 질서와 무질서, 혼돈과 정돈, 자유와 부자유, 뭐 이런 짬뽕된 풍경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아휴! 저 쓰레기!”

 

청정남 님이 언덕에 버려진 끝없이 버려진 쓰레기 더미를 가리키며 카메라의 렌즈를 들이댄다. 다르질링에서는 쓰레기마저 자유스럽게 굴러다니는 것 같다. 하기야 이런 언덕에 쓰레기 처리장을 따로 건설하기도 힘들 것 같다. 그렇지, 여기는 한국이 아니야, 깨끗함과 더러움이 공존하는 인도가 아닌가? 사물을 보는 잣대를 한국식으로 보아서는 안 될 일. 이곳에서는 버려진 쓰레기들 조차 정제되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보여지는 것은 왜일까?

 

 

 

 

 

 

 

 

 

스님 두 분이 슬리퍼를 신고 한가롭게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언덕에 펼쳐진 풍경을 시름없이 바라보며 걸어가는 스님의 모습에서 쉬어가는 <쉼표>를 느낀다. 그래 인생은 바쁘게만 살아서는 안 돼지. 바쁘게 살며 돈을 더 번다고 그 인생이 꼭 행복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신작로는 양쪽에 가게들이 빼꼭히 들어차 있고,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없다. 더군다나 그 좁은 길에 철로까지 놓여 있다. 그 길을 자동차와 자전거, 기차와 사람, 개들이 용케도 잘 피해가며 각자 제 갈 길을 찾아간다.

 

빵빵빵빵~ 빠방 빵~ 빠~앙~, 피빵피빵~ 빼빼빵~ 삐빼삐빼~ 비비빼엥~

 

발도 딛을 틈이 없는 길을 인도의 운전사들은 갖가지 경적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마치 경적소리 대회를 하는 것처럼 저마다 요란한 소리를내며. 우리의 운전사 다성도 예외는 아니다. 

 

 

 

▲긴 여행 끝에 드디어 다르질링의 다운타운 초우라스타 거리에 도착했다.

 

 

"어휴~ 귀가 다가워요! 왜 이렇게 요란하게 경적소리를 낼까?"

"여긴 인도야, 인도! 한국이 아니라고. 그러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

 

우리를 태운 지프는 피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초우라스타 거리 입구에 빵빵~ 빠방빵~ 요란 한 경적소리를 내더니 드디어 멈춰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