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성탄절 이브에 만든 찰라표 메주

찰라777 2012. 12. 26. 05:35

성탄절 이브에 만든

찰라표 무공해 메주

 

찰라가 콩으로 메주를 쑤었다면 믿어줄까?

 

콩으로 메주를 쑤어도 믿지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찰라가 콩으로 메주를 쑤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믿지 못할 사람들이 많겠지요.

순 도시에서만 살았던 사람이 어떻게 메주를 쑬수 있느냐는 반문이...

허지만 실제로 찰라는 콩으로 메주를 만드는 작업을 했답니다.

이제부터 순 무공해 <찰라표 메주>를 만드는 방법을 선보이겠습니다.

 

 

▲성탄절 이브에 탄생한 <찰라표> 무공해 메주

 

 

콩대와 솔잎으로 불을 지펴 콩을 푹 삶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날인데, 농사를 지어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콩대를 다시 한 번 두들겨 이삭을  거두고 나니 메주콩이 한말 반 정도 되었습니다. 아랫집 현희 할머니는 벌써 메주를 두 가마나 쑤었다고 했습니다.

 

 

 

 

현희 할머니는 워낙 메주를 잘 담그는 분이시라 여기저기서 주문을 받아서 메주를 쑤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현희 할머니에게 부탁을 하려고 하다가, 겨울철에 별로 할 일도 없고 하여 현희 할머니를 사부님으로 초청(?)을 하여 메주를 한번 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 말씀을 전했더니 현희 할머니는 흔쾌히 수락을 하여 주셨습니다. 고마운 현희 할머니...

 

메주를 쑤기 위해서는 우선 콩을 삶을 큰 솥이 필요했는데, 마침 저희 집에는 구례에 살 때에 친구들이 토종닭을 삶아 먹는 용도로 사준 큰 솥이 있습니다. 아직 라벨도 떼어내지 않는 채로 창고에 넣어둔 솥을 꺼내어 콩을 삶아보기로 했습니다.

 

 

 

다음에는 밖에다 솥을 걸 화덕이 필요했습니다. 제대로 된 화덕은 진흙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땅이 꽁꽁 얼어서 만들 수가 없습니다. 화덕은 내년 봄에 만들어 보기로 하고, 우선 시멘 블럭으로 담을 쌓아서 만들어 화덕을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현희네 집에 쓰다 버린 블럭이 있어서 주어 와 임시로 화덕을 만들어 솥을 걸었습니다. 콩을 한꺼번에 다 삶아야 하기 때문에 화덕을 두 개를 만들어 큰 솥과 작은 솥을 화덕에 나란히 걸었습니다.

 

 

 

 

 

아내는 콩을 씻는 작업을 하고, 나는 불을 땔 땔감을 준비하여 솥에 물을 붓고 불을 지폈습니다. 땔감은 마침 콩 타작을 해서 나온 콩대와 정원에 떨어진 소나무 낙엽을 긁어모으니 훌륭한 땔감이 마련되었습니다.

 

솔잎과 콩대를 섞어서 부지깽이로 밀어 넣으며 불을 때는 느낌을 상상해 보셨나요? 아궁이에 타닥타닥 타 들어가는 불꽃을 온 몸에 쬐는 느낌은 말과 글로는 이루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이곳 연천은 대낮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매서운 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기운은 아랫도리로부터 온 몸을 뜨뜻하게 쪼여와 추위를 녹여주며 짙은 향수에 젖어들게 합니다. 몸 앞면은 불기운으로 따뜻하다 못해 더운데, 등 뒤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마치 냉탕 온탕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더구나 콩대를 태우니 고소한 냄새가 번져 나옵니다. 콩대 자체가 고소하기도 하지만 콩깍지에 하나씩 남아 있는 콩들이 불기운에 통통 튀어나오며 고소한 냄새를 더욱 짙게 풍겨주고 있습니다.

 

 

 

 

물이 펄펄 끓어오르자 아내가 씻은 콩을 솥에 붓고 콩을 삶기 시작했습니다. 현희 할머니의 말로 4시간 정도는 진득하게 삶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솥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오자 콩이 읽는 고소한 냄새가 천지에 진동을 합니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콩이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부지깽이로 불을 지피고 있자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불꽃, 고소한 콩 냄새… 타들어 가는 불꽃에 마음 속 번뇌마저 타 들어가 버려, 이 순간만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마음이 펑~ 비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  빈자리가 바로 행복의 자리가 아닐까요?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마태 5:3).'란 성경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이는 불교의 반야심경에 '시제법공상 불생불명(是諸法空相 不生不滅-존재가 공하면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공한 상태가 바로 욕망과 번뇌가 없는 자리, 천국이 된다는....

 

 

 

 

불을 지피는 것도 요령이 늘어 가는 군요. 처음에는 불을 너무 싸게 지펴 김이 너무 세게 나오고, 물이 넘어 자꾸만 솥뚜껑이 열렸습니다. 땔감을 적당히 조절하여야 솥뚜껑이 열리지 않습니다. 넘치지 않게, 타지지 않게, 불을 서서히 지펴야 합니다. 센 불, 중간 불, 약한 불을 적당히 혼합을 시켜 콩이 진득하게 천천히 익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선발로 밟아서 메주를 만들다?

 

아침 10시부터 불을 지펴 오후 2시까지 4시간가량 불을 지피고 나니, 우리의 사부님이신 현희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현희 할머니는 솥뚜껑을 열고 콩을 몇 알 건져내 보고 말했습니다.

 

"아주 잘 물러져 있네요. 불을 그만 때도 되겠어요."

 

 

 

 

 

 

현희 할머니는 자루를 하나 주면서 거기에 콩을 건져오라고 했습니다. 콩을 건져서 물이 쏙 빠지게 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을 자루에 담아들고 거실로 갔습니다. 나는 콩을 절구통에 찧을 줄 알고 마침 집에 절구통이 있어 깨끗하게 씻어 놓았는데, 현희 할머니는 절구통에 찧을 필요 없다며 자루에 담아 오라고 했습니다.

 

 

 


현희 할머니는 크고 넓적한 고무 자배기에 콩 자루를 넣고 비닐을 덮은 다음 버선을 신더니 자루위에 올라가서 콩을 잘근잘근 밟았습니다. 그러면서 나보다도 양말을 하나 더 포개신고 깨끗한 비닐봉지에 발을 넣어 콩 자루를 밞아보라고 했습니다.

 

 

 

현희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콩을 밟았더니 마치 진흙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발에 전달되어 왔습니다. 진흙과 다른 건 발이 따뜻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5분 정도를 밟더니 이제 다 으깨어졌을 거라며 현희 할머니는 콩을 자루에서 퍼냈습니다. 콩이 잘 반죽되어 찰떡처럼 한 덩어리로 붙어 있었습니다.

 

 

 

 

<찰라표> 무공해 메주 탄생!

 

현희 할머니는 은쟁반을 받치고, 그 위에 비닐을 깔더니 됫박처럼 생긴 사각형 메주 성혈틀을 놓고 그 상자 안에 콩 반죽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비닐로 반죽을 싸서 다시 버선발로 골고루 밟아주었습니다. 됫박에서 콩 반죽을 꺼내니 드디어 사각형으로 성형이 된 메주가 탄생되었습니다. 찰라표 무공해 메주가 탄생되는 순간입니다.

 

 

 

 

"와아, 메주다!"

"메주를 이렇게 만들다니 새로운 발명이내요!"

"요즈음은 방앗간에서 돈만 주면 삶아주고, 반죽을 해서 만들어주기도 해요."

  
현희 할머니는 네모난 메주를 다시 손으로 토닥거려 메주가 단단해 지도록 다듬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7덩이의 메주가 탄생하였습니다. 탄생된 메주는 방바닥에 짚을 깔고 그 위에 놓아 숙성을 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방의 온도는 사람의 체온에 가까운 30도 이상이 좋고, 수시로 통풍을 시켜주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햇볕도 쪼여 주면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두면 메주가 숙성이 되어 처음엔 하얀 곰팡이가 나오다가 점차 갈색으로 변하며 말라간다고 합니다. 메주를 잘 띄우려면 메주 누룩곰팡이인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이는 온도, 습도, 공기순환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메주를 잘 띄우는 3대 요소

-온도, 습도, 공기순환

 

 

 

 

사람의 체온인 36.5로 말리면 가장 좋고, 그 상태에서 며칠 말리면 메주가 어는 정도 굳어지게 되는데, 그 이후에는 온도를 20도 정도로 한 달 이상 말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처음 말릴 때 온도가 맞지 않거나 공기순환이 안 되면 메주가 썩어버려 못 먹게 된다는 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순환이라고 합니다. 황토방에 메주를 말리는 것이 금상첨화라고 하는데 황토방이 없는 저의 집은 그냥 방안에 짚을 깔고 그 위에 메주를 말려 놓았습니다.

 

이렇게 한 달 정도를 말려서 메주가 완전히 굳으면 짚으로 줄을 꼬아서 거실에 매달아 둘 생각입니다. 이곳 연천은 밖은 너무 추워서 걸어 둘 수가 없다고 하네요.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메주 일곱 덩이를 만들고 나니 해가 저물어 갑니다.

 

 

 

 

메주를 띄우는 작업은 의외로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군요. 가뭄과 태풍, 우박을 이겨낸 콩이 메주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자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 귀중한 메주를 겨우내 잘 묵히고 숙성을 시켜서 장을 담가 볼 생각입니다. 된장, 간장을 항아리에 담근 뒤에는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긴 세월을 보내야겠지요.

 

세상을 살다보니 손수 콩 농사를 지어서 메주를 쑤어보는 체험도 해보게 되는군요. 도회지에서만 살아온 아내와 저로서는 참으로 새롭고 신기한 체험입니다. 더욱이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메주를 쑤다니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메주를 쑤는데 사부님 역할을 톡톡히 해주신 현희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장님 댁과 현희 할머니는 저희들에게 이웃사촌보다 더 고마운 분들입니다. 아름다운 이웃이 있기에 휴전선이 가까운 오지 시골생활이 외롭지 않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어떠신가요?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든

<찰라표 메주>가 믿음직해 보입니까?

그래뵈도 저 7덩이의 메주는 순 무공해 콩으로 빚은 귀한 메주랍니다.

내년에는 연천콩을 심어 더 많은 메주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 기대하면서...^^

 

찰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