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흙 냄새와 신선한 우주의 기를 마시자!

찰라777 2013. 3. 11. 10:07

봄이 왔네

봄이 왔네

이 강산 삼천리에 새 봄이 왔네

밭 갈러 가세

씨 뿌리러 가세

우리들의 논밭에

어리어루 상사뒤여

씨 뿌리러 가세~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서리가 하얗게 내려 있다. 서리가 내린 것을 보면 오늘 날씨가 따뜻할 것 같다. 꿩꿩~~ 하고 아침부터 뒷산에서 꿩이 울어댄다. 배가 고픈가?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행복하다.

 

 

▲땅속을 밀고 나오는 야생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부터 매일 200여 평의 텃밭을 조금씩 파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오늘 아침도 거르지 말아야 한다. 해빙이 되어 언 땅이 녹았으니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어제는 열 평 정도의 텃밭을 파냈다. 그곳에는 상추, 오이 등을 심을 자리다.

 

 

오늘 아침에는 현관문 앞에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작년에 한 번 파내고 돌을 골라냈기에 땅을 파기가 훨씬 수월하다. 쇠스랑으로 땅을 찍어 흙을 파내 뒤집으니 풋풋한 흙냄새가 향긋하게 콧속으로 스며든다. 흙냄새를 맡다보면 언제나 아련하고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우리에게 흙은 마음의 고향이요, 향수다.

 

땅을 갈지 않고 비료를 쓰지 않고,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잡초를 적으로 여기지 않고, 제거하지 않더라도 채소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간이 그때그때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말을 하면 게으른 농부나 하는 소리라고 하겠지.

 

일본의 자연농법 철학자 가와구치 요시카즈 씨는 말한다. "땅 갈이, 비료 뿌리기, 농약뿌리기, 김매기, 농업시설 설치하기, 토양 개량하기 등은 수많은 헛된 일이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대자연의 변함없는 절대적인 법, 신의 뜻에 따라 부족함이 없는 대자연 활동에 모든 것을 맡기면 농작물이 잘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고...

 

대자연의 섭리, 즉 신의 뜻 그대로 따르는 것은 참眞이며, 선善이며, 아름다움美이자, 신비함妙 그 자체라는 것. 밭의 채소들, 들에 있는 풀들, 산에 자라는 나무들,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새들, 꽃을 찾아 춤을 추며 날아드는 나비들, 야산에 뛰노는 동물들, 풀 속과 땅속에 있는 작은 벌레들, 그리고 지구 위에서 생명을 구가하는 인간도 모두 마찬가지다. 거기에 인간이 손을 댈 필요도 없고, 손을 대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겨울을 이겨낸 임진강변 이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세상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지않아도 자연스럽게 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대부분 쓸데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좋다'고 생각해 왔던 일들이 오히려 그 반대로 대자연의 활동에 장애가 되거나, 신神 그 자체인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려운 일, 헛되고 쓸데없는 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헛되고 쓸데없는 일을 해서도 안 된다. 쓸데없는 것을 바라서도 안 되고, 쓸데없는 데 영혼을 맡겨서도 안 된다. 언제부터인가 인류는 쓸데없는 일을 많이 저질러 왔고, 최근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전쟁이 그렇고, 북한의 핵무기가 그렇다. 쓸데없는 일 때문에 인간은 이러니저러니 소리를 질러대고, 그 결과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 활동에 장해를 불러오고, 상처를 입히며 병들게 만들고, 파괴하여 마침내는 파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

 

▲연천 평화습지에 자연발생적으로 자라나는 물풀

 

경운기나 트랙터 농기계 하나를 만들려면 수없이 많은 불필요한 일들을 하게 된다. 기계에 대한 설계를 해야 되고, 기계를 만들 쇠를 파내기, 공장, 도구, 연료, 자동차, 굴착기... 단지 몇 배미의 논밭을 갈기 위해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농약이나 비료를 주면 농작물은 커진다. 그러나 커보여도 속은 허하다. 야생의 산삼이 왜 효험이 있으며 비싸겠는가? 이는 자연 그대로 우주의 기를 마시며 자라났기 때문이다. 점점 내성에 약해지기 때문에 농약을 점점 더 많이 치게 되고, 농약은 생명활동을 침해 하여 농작물과 그것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을 더욱 약하게 만든다. 농약, 제초제, 비료 등에 의해 발생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해로부터 이미 모든 생명은 노출되어 있다.

 

▲농약이나 비료 없이도 잘 자라나는 이끼

  

자연의 이치에서 벗어난 인위적인 치료를 함으로써 병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점점 더 인위적인 작용을 가하거나 약이나 의료 기구를 개발하여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치료를 행하는 일이 일어날수록 병의 내성의 더 강해지고 마침내는 인간이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혼돈의 시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이미 그 독에 감염되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선과 악의 진위를 가리지 못하고 판단력을 상실한 채 헤매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은 모두가 평화롭게 공생 공존하는 제 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 지구는 원래 인간이 있기 전부터 낙원이었다.

 

태고에 태양은 골고루 온 누리에 비추이고, 산과 들에는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계곡에는 맑은 물이 철철 넘쳐 흘러내렸다. 바다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존재하고 스스로 정화되어 하늘로 비상하여 비가 되고 눈이 되어 다시 땅에 떨어져 새 생명을 길러 주었다. 말 그대로 이 세상에는 지상 낙원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 인간이 만든 온갖 해악과 개발로 지구는 균형을 깨뜨리고 병들어 가고 있다.  

 

▲연천 평화습지원에 자라나는 물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다. 햇빛, 물, 땅, 바람이 없이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식물의 생명 없이는 인간의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풀들의 생명 없이 벌레들이 생존 할 수 없고, 벌레의 생명 없이는 식물과 꽃이 존재할 수 없다. 하나하나가 연골고리가 되어 완전한 생명인 동시에 모두가 한 덩어리로 된 생명체이다. 자연은 우주의 섭리대로 굴러가고 있는데, 오직 인간만이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에 독을 마구 쑤셔 넣고 있다. 인간만이 제멋대로 굴고 있다. 한없이 방자하고, 끝없는 욕심의 늪에 빠져 무고한 생명을 죽이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적량을 알고 대자연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것만 먹어야 한다. 인간을 빼고는 자연의 모든 생명들은 그것을 알고 지키고 있다. 그래야 지구의 자원이 보존되고 지상 낙원이 영속될 수 있다. 지나치면 언젠가는 부족하고, 전쟁과 파괴를 불러들인다. 대자연의 조화로부터 벗어나서 의식주 행위를 하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

 

▲스스로 자라난 냉이. 냉이와 사람은 하나다.

 

주인 없는 집에는 곰팡이가 슬고, 생명은 멈추고 만다. 잠자는 생명은 연약한 생명으로 독을 정화시킬 수 없다. 점점 더 정화능력이 결핍되어 생명은 상처를 입고 상실되어 간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쓸데없는 일로부터, 그릇된 일로부터, 미혹으로부터, 탐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나는 삽 한 자루와 쇠스랑으로 밭을 일군다. 여기에는 농기계도, 이름도 필요 없다. 비료나 농약도 필요 없다. 나는 내 스스로의 에너지를 동원하여 밭을 일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자연이 준 에너지 파장이다. 햇빛, 물, 바람, 땅이 나에게 준 고귀한 에너지가 내 몸속에 감돌고 있다. 작년에도 자연농법으로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었다. 금년에도 그리하리라.

 

여기 연천군 미산면에도 완전 자연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 <해땅물>자연재배농장(http://cafe.daum.net/sameasme)이 그곳이다. 그는 삽 한자루로 4천 평의 거치른 야생의 땅을 일구어 농약, 비료, 제초제 없이 농사를 짓고 있다. 나는 앞으로 그에게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삽 한자루로 밭을 일군다

 

태양이 안개 속을 뚫고 희망의 섬광을 비추어 준다. 햇빛은 하얀 서리 속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흙을 뚫고 들어간다. 쇠스랑으로 땅을 찍어 뒤집을 때마다 햇빛, 맑은 공기가 흙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아, 마치 내가 숨을 쉬는 것 같다. 내가 흙이 되고 다시 흙이 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흙과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져 있다. 흙, 물, 햇빛, 바람 이 네 가지 요소는 만물을 존재케 하는 기본 요소다. 내 가지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생명체가 살 수 없다. 우리의 심신도 이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 네 가지 요소 중에 마음, 즉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몸체는 지수화풍으로 다시 돌려주고, 영혼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영혼이 죄에 따라 천당, 연옥, 지옥으로 간다고 하고, 불교에서는 완전한 도를 이루지 못하면 지은 업(業, 카르마)에 따라 끊임없이 육도윤회(六道輪廻-천상, 인간세상,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를 한다고 한다.

 

▲완전히 해빙이 된 임진강. 강물은 바다로 흘러 다시 하늘로,

그리고 눈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와 새 생명을 잉태한다.

 

어쨌든 흙을 파내는 작업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신성하다. 그것은 네 가지 요소 중에서도 사람이 두 발로 딛고 살 수 있도록 지탱을 해 주고, 야채와 곡식도 심어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물과 햇볕은 만물이 자랄 수 있는 에너지를 주고, 바람은 만물을 썩지 않게 통풍을 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햇빛, 물, 바람은 곧 실체가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땅은 그 실체가 상존한다.

 

1시간 정도 쇠스랑질을 하다 보니 20여 평 정도의 텃밭이 일구어져 있다. 하루에 열 평 정도만 일구기로 했는데 오늘 아침은 그 두 배의 작업을 했다. 작년에는 이곳에 가지, 토마토, 고구마를 심었는데, 금년에는 땅콩, 고추, 오이 등으로 작물을 바꾸어 심을 예정이다. 작물은 매년 터를 바꾸어 심으면 더 잘 자라기 때문이다.

 

 

 

▲자연이 준 에너지로 쇠스랑질을 한다.

 

그제는 유열열 선생님 부부가 다녀갔다. 유선생님은 밭을 일구는데 힘이 되어주고자 오셨단다. 10여 년 전 그가 홍천에서 농사를 지을 때 나는 그곳으로 가서 그를 잠시 도와 준 적이 있다. 유선생을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삽으로 밭을 일구었다. 그는 무려 30여 평이나 밭을 일구었다. 어제는 하은이 아빠와 학수 부부가 왔다. 그들도 한번 씩 삽질을 하며 땅을 팠다. 고맙다!

 

 ▲삽질로 땅을 일구는 유영렬 선생님

 

▲유영렬 선생님 부부와 함께

 

이것은 작은 공동체다. 서로 돕고 사는 것 자체가 공동체가 아닌가? 공동체의 힘을 빌리면 이렇게 일이 쉬워지게 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 살았다. 마을에 일이 생기면 모두가 나서서 도와주었다. 논밭을 갈거나 집을 지을 때나 인간대사를 치를 때에도 모두 나서서 내일처럼 도와주었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으며 행복했다.

 

햇볕과 바람이 스며드는 흙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다. 텃밭 한 쪽에는 마늘 싹과 시금치가 파랗게 돋아나고 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를 노지에서 견디어 내고, 파란 새싹을 돋아내는 마늘과 시금치가 위대하게만 보인다. 녀석들을 바라보노라니 없던 힘이 팍팍 솟구친다.

 

 

 

 

 

 

곡식을 먹는 자는 지혜롭고

고기를 먹는 자는 사납고

풀을 먹는 자는 우둔하고

기氣를 먹는 자는 장수한다

 

아, 상쾌한 아침이다!

금가락지는 우주의 기가 충만한 땅이다.

맑은 햇살, 신선한 공기, 축복 받은 흙이 존재하는 명당이다.

금가락지에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이 상쾌한 아침의 기를 나누어 주고 싶다.

상쾌한 봄날 아침, 우리 모두 우주의 신선한 기를 마음껏 마시자.

 

(2013.3.11 텃밭을 일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