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파대(凌波臺)
천길 절벽은 얼음을 치쌓듯
하늘나라 도끼로 만들었던가
부딪히는 물결은 광류처럼 쏟아지니
해붕이 목욕하는 듯한 이 광경 말로는 못하겠네
잔잔한 물결은 사전의 시문 같고
거센 파도에서 임승의 시를 연상케 한다.
선계로 가는 길이 훤히 트이었으나
물결이 두려워 갈 수가 없다.
-이식(李植, 1584~1647, 조선 선조, 인조 때 한문학 문장가)
능파대! 상촌 신흠(申欽), 월사 이정구(李廷龜), 계곡 장유(張維)와 함께 한문학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인 이식이 능파대의 절경을 묘사한 아름다운 시가 눈길을 끕니다. 과연 능파대 앞에 올라서니 광류처럼 쏟아지는 파도에 해붕이 목욕을 하듯 하얀 포말이 부서져 내립니다.
능파대는 동해 척추필경(陟州八景)의 하나로 산과 바다를 통칭하는 것으로 원래 용추(龍湫)라고 했던 곳입니다. '척추지'에 추암(湫岩은 삼척부 북쪽 15리 바닷가에 우뚝 솟아있는 것을 말하는데, 바다로 들어 갈수록 그 모습이 더욱 괴이 합니다.
정녕 미인의 걸음걸이인가! 능파대는 '미인이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 미인이 홀로 동해의 푸른 물에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한명회가 이곳 자연절경에 감탄하여 능파대라 불렀다는 곳. 동해 바다열차를 타고 추암역에서 내렸습니다. 철길 밑으로 뚫린 토끼 굴을 지나니 넓은 모래사장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추암해변입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곳의 하나. 추암해변은 동해안 삼해 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풍경이 빼어난 곳입니다. 맑은 물이 잘게 부서지며 하얀 모레사장에 스며듭니다.
해변을 가로질러 작은 동산이 하나 있습니다. 오작교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푸른 물결 앞에 바위 하나가 일자로 우뚝 서 있습니다. 이름 하여 <촛대바위>라고 불리는 바위입니다.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정동 쪽으로 가면 닿는 곳이 바로 이곳 촛대바위입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의 첫 소절에 등장하는 바로 그 촛대바위입니다. 이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거북바위, 부부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온갖 형상을 하고 동해의 푸른 물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촛대바위에는 예부터 전해내려 오는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옛날 추암 바닷가에 살던 한 어부가 어느 날 갑자기 첩을 얻었답니다. 그런데 그 첩이 천하일색이라, 정실의 시기를 사고 말았고, 밥만 먹으면 처와 첩이 서로 아옹다옹 싸웠다고 합니다. 결국 하늘도 노하여 그 꼴을 보지 못하고 벼락으로 징벌을 가해 그 두 여인을 저승으로 데려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망부석처럼 홀로 남은 어부가 지금의 촛대바위라고 합니다. 전에는 어부와 본처, 첩을 상징하는 3개의 바위가 있었다고 하는데, 100년 전 벼락으로 부서져 없어져 버렸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능파대 좌측으로 내려가면 해암정(海巖亭)이란 정자가 고즈넉이 나타납니다. 고려 공민왕 10년에 삼척 심씨 시조인 심동로가 낙향하여 지은 정자라고 하는군요. 조선의 문장가 송시열도 함경도 덕원으로 귀양살이를 가는 도중 이곳에 들러 그 아름다음에 반해 "풀은 구름과 어우르고, 좁은 길은 비스듬히 돌아든다(草合雲深逕轉斜)"는 시 한 수를 남겼다고 합니다.
해암정을 지나가면 좁은 길이 소나무 숲 사이로 나 있습니다. 바람거센 언덕에 올라 촛대바위를 바라보노라니 과연 절경입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동해의 푸른 물이 철석거리며 바위를 내려치고 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바다, 곡선으로 굽어지는 추암해변…… 예로부터 삼척에서 바다의 절경으로 소금강이라 일러오며 척주팔경으로 꼽아왔던 능파대는 동해의 숨겨진 비경 중의 하나입니다.
정말 한반도는 아름다운 국토입니다. 10년 전 이 아름다운 동해안을 따라 금강산관광을 갔던 추억이 떠 오릅니다. 만물상과 구룡폭포, 그리고 해금강을 따라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10년 전 금강산 여행 시 찾아갔던 해금강의 절경
그러나 지금 북한은 핵으로 한반도를 위협하고, 판문점 직통전화 차단한 채 전투준비를 하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 군은 이에 맞서 한미 합동으로 키 리졸브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랗게 아름다운 우리 땅을 오가지 못하고 같은 민족끼리 총뿌리를 겨누고 있다는 비극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해변과 능파대 앞에 서서 세속에 묻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습니다. 모진 세파에 시달릴 때에는 동해하고도 추암 촛대 바위 앞에 서서 동해의 푸른 물을 바라보며 찌는 마음을 세탁해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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