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명당 터와 金家樂地

찰라777 2013. 3. 18. 04:04

안개가 걷힌 후 오늘은 봄맞이 대청소를 실시했다. 금가락지 안팍을 쓸고, 닦고, 치우는 작업을 했다. 하수구와 수로를 정비하고 대문밖 토사와 잡초를 제거했다. 봄에 미리 청소를 해 놓아야 여름 장마에도 물이 잘 내려가 문제가 없다. 축대에 무성하게 자란 풀도 뽑아냈다. 특히 쑥부쟁이, 돼지단풍나무, 뽕나무 등을 뽑아내고 베어냈다.

 

 

 

▲봄맞이 대청소로 말끔해진 금가락지

 

 

축대에 나무뿌리가 깊이 박혀 커지기 시작하면 축대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왓트 사원들은 보리수나무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는 바람에 무너져 내린 경우가 많다. 우기에 나무들은 엄청나게 자라난다. 특히 캄보디아 같은 경우에는 우기가 6개월 동안 계속되는데 이 우기동안에 보리수나무가 자라나는 속도는 대단하다. 그 뿌리들이 담을 허물고 사원의 벽을 허물었다.

 

 

늘까지 친구 응규가 집에 머물며 대청소를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자시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친구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 그는 나무 박사이기도 하다. 한 때 그는 시골 집에 있을 때 나무를 키웠다. 금가락지는 3면이 축대로 싸여 있다. 그 축대에는 영산홍을 심어 놓았는데, 쑥부쟁이나 쑥, 돼지단풍나무, 뽕나무들이 어찌나 극성맞게 자라나는지 영산홍이 쪽을 피지못하고 있다.

 

 

축대에 올라가 잡초와 나무를 제거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런데 그 힘든 작업을 친구가 거의 다 해주었다. 잡초는 뽑나내고 나무는 베어냈다. 뿌리가 어찌나 깊이 박혔는지 뽑아내는 작업이 보통 힘든게 아니다. 그가 잡초를 뽑아내면 나는 그 잡초를 치우고 쓸어냈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오후 4시경에야 끝났다.

 

 

 

 ▲무성한 쑥부쟁이 뿌리

 

 

▲잡초로 무성한 도로 입구 축대

 

 

▲말끔해진 축대

 

 ▲훤해진 대문 앞길

 

 

 

 

 

  ▲잡초로 우거진 정면 축대

 

 

 

 ▲말끔해진 정면 축대

 

 

 

 

 

오랫만에 축대 정원석이 말끔해졌다. 축대가 말끔해지니 금가락지가 더욱 돋보였다. 금굴산을 배경으로 임진강이 앞으로 흘거가는 터에 자리잡은 금가락지는 전형적인 배산임수(水) 형 명당터이다. 정남향을 하고 있고 동쪽, 남쪽, 서쪽이 거침없이 터져 있어 하루 종일 햇볕이 들어온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도 하루종일 태양열을 받아 실내는 생각보다 춥지가 않다.

 

뒤로는 북쪽을 에워싼 금굴산이 북풍을 막아주고,  1km 앞에 임진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멀리 낮은 산들이 집터를 향해 읍소를 하듯 둘러싸인 금가락지는 앞이 툭 트여 전망이 좋고 통풍도 잘 된다. 집터는 무엇보다도 통풍이 잘 되어야 한다. 동이리 이장님은 금가락지에 올라오면 항상 "음, 금가락지는 명당터야." 하고 혼자말을 한다. 이장님 뿐만 아니라 금가락지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주위를 둘러보고 다 놀란다. 이런 곳에 이런 멋진 집터가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금가락지의 봄-푸른 보리에 둘러싸인 금가락지가 생동감이 넘친다.

 

 

▲금가락지의 여름-푸른 잔디가 돋보인다.

 

 

▲금가락지의 가을-노랗게 변한 잔디에 느티나무 단풍이 아름답다

 

▲금가락지의 겨울-금가락지는 특히 겨울 풍경이 아름답다.

눈덮인 금가락지 정자가 물안개 자욱한 임진강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눈 내리는 금가락지 풍경

 

금가락지는 사계절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푸른 보리밭에 둘러싸인 봄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넓은 잔디 정원이 푸르러지는 여름에는 시원스런 풍경을 연출한다. 가을에는 정자 앞에 느티나무 단풍이 멋스런 풍경을 보여하고, 집에서 바라보는 임진강 주상절리 담쟁이 단풍이 절경을 보여준다. 금가락지는 특히 눈 내리는 겨울풍경이 가장 멋지다. 사방이 흰 눈으로 덮이면 금가락지는 그만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무리 터가 좋아도 그곳에 사는 사람에 따라 명당은 기를 받아 제역할을 한다고 한다. 10대 종손이 살고 있는 지리산 구례 <운조루>가 좋은 본조기이다. 한 집에서 10대에 걸쳐 살아가는 것은 거의 기적같은 일이다. 조선 영조와 정조시대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柳爾胄)가 지은 <운조루>는 조선의 명당터로 알려져 있다.

(http://blog.daum.net/challaok/13740943 참조)

 

그는 명예와 부를 동시에 누린 사람이다. <타인능해>他人能解)" 철학을 가진 운조루는 집주인 유이주의 나눔과 배려기 깃든 집이다. 타인능해란 누구나 쌀뒤주를 열수 있다는 뜻이다. 유이주는 부엌에 쌀 3가마 정도 들어가는 쌀통에 항상 쌀을 가득 채워놓고 대문과 살뒤주를 열어두었다. 배고픈 사람들이 쌀을 가져가라는 뜻이다.

 

그의 타인능해 정신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230년 동안 불타지않고 <운조루>는 원형그대로 보존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명당이란 그런거다. 터와 집주인이 궁합이 서로 맞아야 비로서 명당이 되는 거다.

 

▲김씨 가문이 즐겁게 사는 터라는 뜻을 지닌 <금가락지>정자현판

 

 

<금가락지>의 주인인 청정남님도 알게 모르게 늘 남을 돕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천성적으로 '거절'을 못하는 인정미 넘치는 성격 때문에 큰 손해를 보기도 하고,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그는 7년 전 어느날 이곳에 드라이브를 왔다가 이 터가 마음에 딱 와 닿아 단번에 땅을 계약을 하고, 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자에는 '김씨 가문이 즐겁게 사는 집'이란 <金家樂地>란 현판을 걸어 놓았다. 그러나 어린 막내 아이 교육때문에 교육시설이 불편한 이곳 오지에서 살기에는 시기가 일러 아직 이사를 하지못하고 있다.

 

아무튼 내가 세 들어 사는 동안만큼이라도 이 <금가락지>를 쓸고 닦아 생기가 도는  집을 유지해 나가도록 힘쓸 것이다. 집 안팍 대청소를 하고 나니 내 가슴이 빵 뚫린 듯 시원하다. 길과 축대가 훤해지고 윤이 나는 것 같다. 머지않아 축대에 영산홍이 아름답게 피어나면 금가락지는 꽃 피고 새가 노래를 하는 더욱 아름다운 집으로 변해갈 것이다.

 

(2013.3.17 일요일 대청소를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