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아내에게 바치는 생일 선물, 황금텃밭

찰라777 2013. 3. 19. 07:46

 황금텃밭

 

금굴산 정기 받은

금가락지에서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북위38도 동경 127도

한반도 중심 명당터에서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북에서 흘러내린 임진강

동에서 흘러 온 한탄강

강이 합수되는 중부원점

황금텃밭에서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어리어루 상사뒤여

어리어루 상사뒤여

밭 갈로 가세 

씨 뿌리러 가세

 

금가락지 황금텃밭으로

밭 갈로 가세

씨 뿌리러 가세.

 

-2013. 3.16 금가락지 황금텃밭에서, 찰라

 

 

 

▲금가락지 명당 터에 일군 황금 텃밭

 

 

과연 올해도 황금알을 낳아줄까?

 

나는 왕초보 농사꾼이다. 농사라고 해보아야 모래땅과 자갈밭을 쇠스랑과 삽으로 손수 일구어 만든 200여 평의 텃밭이 전부다. 나는 휴전선 인근 오지에서 난치병 아내를 돌보며 텃밭 농사를 짓는 전업주부(主夫) 생활자이다. 나는 아내와 함께 세계 일주를 했던 기행문을 책으로 펴내기도 하고 여행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수 차례 출연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 잡지사나 신문사에서 원고청탁이 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나는 글을 쓰는 전업 작가이기도 하다. 요즈음도 여행에세이 초고를 탈고하여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봄비가 내린 요즈음은 나는 텃밭 가꾸기에 바쁘다. 호박구덩이를 파고, 밭을 갈아 이랑을 치고, 퇴비를 뿌려 비닐멀칭을 하느라 바쁘다. 농사란 크던 작던 시기를 놓치면 꽝이 되고 만다. 그러니 시기를 놓치기 전에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한다. 사람도 때가 되면 짝을 이루어 아들 딸 낳고 잘 기러야야 하듯 농사도 인생사와 같다. 봄날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나는 왕초보 농사꾼이다. 마침 나의 농사 사부인 친구가 3일째 머물며 농사 왕초보인 나를 돌보아주고 있다.

 

▲아내의 생일선물로 바친 황금텃밭

 

친구와 함께 일군 텃밭은 금굴산의 정기를 듬뿍 받은 명당 터이다. 금가락지는 북위 38도, 동경 127도 선상 한반도의 중심에 자리잡은 귀한 터이다. 이곳은 또한 북에서 흘러내린 임진강과 동에서 흘러온 한탄강이 합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삼국시대부터 치열한 쟁탈전이 있었던 중부원점은 고려 태조 왕건의 혼백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명당 터에 자리잡은 금가락지에서 나는 2년 째 <황금텃밭>을 일구고 있다. 과연 올해도 황금알을 낳아줄까?

 

 

 

▲2년 째 한반도 중심 금가락지 명당 터에 황금텃밭을 일구고 있다.

 

 

아내에게 바치는 생일선물, 사랑의 황금텃밭

 

그런 상황에서 아내의 생일이 다가왔다. 이번 아내의 생일은 여러 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내는 그동안 난치병으로 여러 번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도 꿋꿋하게 살아오고 있다. 그 어려운 고비 고비를 넘기고 내 곁에 함께하고 있는 아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아내는 나를 존재케 해주는 원동력이다. 

 

며칠전부터 아내에게 생일선물로 무얼 해줄까를 고민ㅁ해 왔다. 그렇다고 나는 아내를 위하여 값진 선물을 사줄 경제적인 여력이 없다. 휴전선 인근 오지에서 살고 있기에 대도시로 나가서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벌려놓은 텃밭 일을 시기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서울에 있는 아이들이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서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그리고 아내의 생일 전날 전철을 타고 소요산역으로 온 아이들을 데려왔다.

 

아내에게 바치는 생일선물.... 황금? 돈? 다이아몬드? 물론 다 좋은 선물이 되리라.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내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나일까? 그렇지. 내 사랑이 깃든 유기농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싱싱한 야채를 매일 밥상에 올리는 것이 아내에게 바치는 가장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어. 나는 가장 멋진 텃밭을 만들어 아내에게 생일선물로 바치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자투리땅도 빈틈없이 일구어 경작지를 넓혔다. 나는 미리 텃밭을 삽으로 파서 뒤집어 놓았었다 그 텃밭에 이랑을 치고, 퇴비를 뿌리며 친구와 함께 3일째. 드디어 씨만 뿌리면 될 텃밭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텃밭이 저녁노을에 황금빛으로 반짝거렸다. 나는 아내를 황금빛으로 반작거리는 텃밭 앞으로 아내를 불러냈다.

 

 

 

"여보, 황금 빛 노을에 물든 텃밭을 좀 봐요."

"와아, 드디어 완성이 다 되었네요!"

"이 황금텃밭을 당신의 생일선물로 바칩니다."

"호호, 이제 계속 신선한 야채가 황금알처럼 쏟아지겠네요?"

"그렇소. 저 텃밭은 올 1년 동안 황금알을 계속 낳아 줄 거요. 상추, 배추 등 각종 야채, 토마토, 가지, 고추, 콩, 당근, 무, 땅콩, 파프리카, 피망, 부추, 감자, 고구마, 수박, 오이…… 수없이 많은 생일선물이 쏟아져 나올 거요."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요. 그동안 땀 흘리는 당신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해 미안하기만  했는데..."

"세 끼 밥을 해주고, 수시로 술참거리도 해주었지 않았소."

 

 

▲한동안 멋진 포즈를 취해 주고 있는 딱새

아아, 황금딱새야!

 

 

딱새 한 마리가 황금텃밭 완성을 축하라도 해주듯 날아와 벗나무 가지위에 앉았다. 녀석은 우리와 무척 가까운 거리인데도 오랫동안 멋진 포즈를 취해주었다. 딱새의 배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황금텃밭에 황금노을, 그리고 황금색을 가진 딱새....

 

그렇다! 저 황금텃밭에서 황금보다 더 소중한 야채와 농작물이 식탁에 매일 올라올 것이다. 황금은 먹을 수 없지만 텃밭에서 올라온 야채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황금보다 더 소중한 텃밭 것이 이 텃밭이 아닐까?

 

 

▲들에서 캐온 냉이와 막걸리로 축배를...

 

그날 밤 우리는 아내의 생일잔치를 초촐하게 벌렸다. 들에서 캐온 냉이와 씀바귀로 냉잇국을 끓이고, 씀바귀나물을 묻혀 저녁상에 올렸다. 그리고 막걸리로 친구와 함께 축배를 들었다. 고급 와인은 아니지만 막걸리 잔을 들고 축배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둘째 경이가 만들어온 케이크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촛불을 밝히고 생일축하노래를 불렀다. 전등불이 꺼진 컴컴한 실내는 아내의 나이만큼 밝힌 촛불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였다. 생일축하 노래가 끝나자 아내는 촛불을 입김으로 불어 끄며 감격해 했다.

 

이 황금텃밭에서 멋진 농사를 지어 금가락지를 찾는 손님들에게 싱싱하고 맛있는 야채와 곡식 차려드려야지....이렇게 멋진 황금텃밭을 만들 명당 터를 제공해준 청정남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3일 동안 텃밭을 함께 가꾼 친구 응규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힘든 고비를 잘 넘기며 항상 내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텃밭에 뿌려준 퇴비

 

▲농구대 부근 자투리 땅 개간

 

▲퇴비를 뿌리다

 

▲퇴비를 뿌리고 흙을 뒤집어 이랑을 만들다.

 

▲수박, 참외를 심을 구덩이

 

 

▲상추를 심을 밭에 멀칭을 하다.

 

▲호박구덩이와 참외 구덩이를 깊게 파고 퇴비를 듬뿍주다.

 

 

▲감자밭에는 손수 만든 퇴비를 뿌렸다.

 

▲고구마 심을 밭

 

 

 

 

▲땅콩밭

 

 

▲토마토, 가지 심을 곳

 

 

 

▲고구마 밭 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