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솥단지야 솥단지야

찰라777 2013. 3. 20. 08:11

부엌을 지키는 솥단지 신

 

시골에 살면 밖에 야생 솥단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콩도 삶아 메주도 만들 수 있고,  쑥 등 삶을 수 있으며, 닭죽도 쑤어 먹을 수 있다.  솥단지는 시골 사는 맛을 제대로 만끽하게 해주는 대명사와 같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솥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전에 솥단지를 만들어 놓았는데, 큰비가 오고, 풍화작용에 의하여 무너지고 말았다. 그 자리에 다시 솥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솥단지 재료는 기존에 있던 황토와 진흙을 구해와 짚을 잘라 짓이겨서 못 쓰는 벽돌을 조합해서 만들기로 했다.

 

 

 

 

 

 ▲재료-황토, 볏짚, 진흙

 

먼저 볏짚을 잘라 황토에 넣고 장화발로 짓이겼다. 역시 황토의 접착력을 대단하다. 짓이기는 장화가  벗겨지려고 한다. 벽돌로 솥단지 모양을 뼈대처럼 쌓아놓고 그 사이사이를 황토로 발랐다. 황토가 부족한 부분은 진흙을 사용했다.

 

 

▲장화를 신고 황토와 볏짚을 골고루 짓이겨 뒤집고 짓이기는 것을 반복한다.

 

진흙에다 역시 볏짚을 잘라 넣고 짓이기니 황토 못지않게 접착력이 강하다. 엉성하게 시작된 솥단지가 점점 모양을 갖추어 진다. 솥단지 안팎으로 황토와 진흙을 발라 흙손으로 다독거렸다. 솥단지를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친구와 함께 한나절을 걸려 낑낑거리며 완성을 했다.

 

 

 

 

 

 

 

 

마지막으로 굴뚝을 세웠다. 굴뚝을 비스듬히 세우고 나니 그럴듯한 솥단지가 완성이 되었다. 그 솥단지에 굴레에서 가져온 솥을 걸어 보았다. 이 솥은 구례 지리산 자락에 살 때에 친구 평수가 사온 귀한 솥이다. 솥이 딱 맞는다. 이제 아궁이를 막을 대문만 만들면 거의 완벽한 솥단지가 될 것 같다. 아궁이 대문은 무엇으로 하지? 사각으로 된 철판이나 아니면 사각형 돌 판이 제격이겠는데……. 어디선가 멋진 아궁이 문이 구해 질것도 같다.

 

"비가 올 것 같네."

"비닐로 덮어놓아야 할 것 같아."

"다 마르면 그 위에다 시멘트를 한번 발라야 무너지지 않을 걸."

"그래야 할 것 같아. 우선 비닐로 덮어 놓고 다 마르면 시멘트를 바르기로 하지."

 

 

비닐로 솥단지를 정성스럽게 덮어 놓았다. 금년엔 농사도 작년보다 배가 많으니 솥단지에 영양분이 듬뿍 나가는 것도 가끔 해 먹어야 지치지 않을 것 같다.

 

솥단지야 솥단지야

금가락지 솥단지야

지글지글 보글보글

영양보약 듬뿍주어

금년 농사 잘되게 해주오

 

ㅋㅋㅋ 솥단지에게 별걸 다 기원하네. 하기야 부뚜막 신은  예부터 부엌을 관장 하는 가신(家神)으로 여겨왔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조왕(王) 화신(火神)을 소중히 여겨 조왕각시, 조왕대신이라 부르기도 하며 정초에 깍듯이 제를 지낸다. 부엌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아궁이에서 불을 다룰 때 부정한 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부뚜막에 걸터앉거나, 다리를 올려놓지 않는 등의 풍습은 모두 조왕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다.

 

불씨를 소중히 여겨라!

 

 

우리민족은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고 각별히 치성을 드렸다. 예부터 조왕신은 가족의 질병과 액운을 막아주며, 가운이 불같이 일어나도록 도와준다고 믿어왔다. 불교에서 조왕신앙은 호법선신 중의 하나로 사람의 일을 관할하여 업(業)의 선과 악을 가려 화(禍)와 복(福)을 주는 신으로 조왕단에 모셔지기도 한다. 올림픽 경기 때 성화도 불을 소중히 여기는 데서 유래 된 것이 아닌가?

 

하여간 솥단지까지 만들어 놓고 보니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이제 이 솥단지를 가동하면 금가락지에 올 액운을 막아주고 복을 내려 줄 것이다. 중국에서는 12월 말이면 종이에 그린 조신 상 앞에 술과 음식을 차려 놓고 제사를 지내기도 하는데, 금가락지 솥단지를 첫 가동 시키는 날 큰 절이라도 올려야 할까 보다. ^^

 

(2013.3.17 솥단지를 만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