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38선에도 산수유가 활짝 피었어요!

찰라777 2013. 4. 3. 09:31

 


 

꽁꽁 얼어붙어 버릴 것만 같았던 38선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4월 2일, 이곳 연천군 임진강변에도 드디어 산수유가 활짝 피어났습니다. 봄비를 함초롬히 머금고 곱게 피어난 산수유가 귀엽기만 합니다. 산수유는 결코 구례 산도마을에만 피는 꽃이 아닙니다.

 

 

▲38선에 활짝 피어난 산수유(4월 2일)  

 

38선상에 위치한 우리 집 텃밭에는 세 그루의 산수유가 정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입춘 때만해도 폭설이 내려 산수유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습니다. 과연 눈에 묻힌 꽃봉오리가 터져 나올지 반신반의할 정도로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었으니까요.

 

 

▲ 입춘시 폭설로 얼어붙은 산수유(2월 4일)  


 

남쪽 구례에서는 2월부터 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3월 중순이 넘어가도 이곳 연천 동이리 우리 집 텃밭에 있는 산수유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습니다. 산수유는 잠시 꽃봉오리가 살짝 벌어지려고 하다가, 때 아니게 불어 닥친 추위로 다시 입을 오므리는 듯 하였습니다.

 

 

▲3월 중순 경 꽃봉오리가 벌어지려고 하다가 추위로 잠시 주춤하고 있는 산수유(3월 13일)  


 

그런데 산수유는 해가 점점 길어지고 햇볕이 따스해 지는 것을 감지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 한반도의 중심지역인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는 북위 38도선 상에 위치한 최전방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모든 농작물도 아랫녘보다는 10일에서 2주 정도 늦게 파종을 합니다.

 

 

▲ 잠시 10여일간 집을 비운 사이 꽃봉오리가 살짝 벌어지고 있는 산수유(3월 31일)  

 

서울 나들이를 갔다가 지난 3월 31일 10여일 만에 돌아오자, 입을 굳게 다물었던 산수유가 드디어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꽃받침이 꽃잎을 단단히 부여잡고 마지막 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영하 3~4도의 기온에 아침마다 하얗게 내리는 서리때문인 것 같습니다.  

 

 

▲ 날씨가 따듯해지자 하루만에 꽃봉오리가 터저나오는 산수유(4월 1일)   


 

4월 1일, 만우절날 날씨가 따뜻해지자 하루 만에 산수유는 꽃받침을 열고 노란 산수유 꽃잎을 밖으로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이곳 38선에도 산수유가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구례 산동마을처럼 많지는 않지만, 세 그루밖에 되지 않는 산수유나무에서 피어난 꽃이 오히려 더 귀하고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노란 색동옷을 입고 피어나 산수유가 수줍은 처녀처럼 귀엽기만 합니다.

 

 

 

 

▲ 봄비를 머금고 활짝 피어 있는 산수유(4월 2일)   
 

 

 

 

▲몇 그루 안 되지만 곱게 피어난 산수유가 38선의 봄을 알리고 있다(4월 2일)   


 

4월 2일, 아침에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텃밭에 나가보니 산수유가 봄비를 머금고 청초하게 피어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만 탄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봄비를 머금은 노란 산수유가 활짝 웃으며 38선의 봄을 알리고 있습니다.

 

산수유 꽃 사이로 바라보이는 동이1교 다리가 오늘따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임진강 주상절리를 남과 북으로 이어주는 동이1교는 한반도의 중심 중부원점에 건설되는 평화의 다리이기도 합니다.

 

 

 

 

▲ 38선에 피어난 산수유가 한반도 중심 중부원점에 건설되는 평화의 상징 동이1교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4월 2일)   

 

 

 

▲봄비를 머금고 아름답게 피어난 산수유처럼 남북관계도 하루속히 정상화 되었으면 좋겠다(4월 2일)  

 

 

봄이 오자 겨우내 침묵을 지키던 산수유도 입을 열고 활짝 웃으며 38선의 봄을 알리고  있는데, 남북한의 관계는 점점 더 꽁꽁 얼어붙고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렇게 노란 산수유처럼 활짝 웃으며 가슴을 열면 모든 것이 해결 될 터인데 참으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마 이제 산수유는 38선 넘어 북한 땅에도 피어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노란 산수유의 미소처럼 남북한의 해빙무드가 빨리 다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3.4.2 봄비 내리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