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심봤다!"
친구가 엄청 큰 냉이 뿌리를 들고 환호를 질렀다. 정말 상상를 초월할만큼 큰 냉이다. 내 생애 이렇게 크고 많은 냉이를 캐보기는 처음이다. 냉이의 종류도 냉이, 물냉이, 말냉이, 논냉이, 좁쌀냉이 등 무려 20여 가지나 된다. 그 중에서도 내가 캔 냉이는 황새냉이다.
▲ 황새냉이 뿌리 심봤다! 단백질이 풍부한 황새냉이 뿌리. 꼭 인삼처럼 생겼다.
어찌 내가 황새냉이를 알 수 있겠는가? 아랫집 연이 할머니가 가르쳐 주어서 비로소 황새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철 여린 식물은 100가지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봄철 들에는 먹을 것 천지다.
연이 할머니는 황소냉이라고 일어 주었는데,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황새냉이라고 나와 있다. 황새냉이(Cardamine flexuosa)는 논밭 근처나 습지에서 자라는 두해살이 풀이다. 무더기로 모여 나는 줄기는 10~30cm 높이로 자라며 밑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져서 퍼진다. 줄기는 갈색을 띠며 줄기에 어긋나는 잎은 깃꼴겹잎으로 어긋난다. 4~5월에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에 십자 모양의 흰색 꽃이 핀다.
▲ 황새냉이 잎 황새냉이는 논밭근처나 습지에서 잘 자라는 두해살이 풀이다
황새냉이가 연이 할머니네 밭에 무더기로 나 있었다. 그러나 아무데서나 흔히 발견할 수 없는 귀한 냉이다. 연이네 밭에서 나는 친구와 함께 지난 3월 30~31일 이틀간 정신없이 냉이를 캤다.
어쩌면 산삼보다 더 효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뿌리가 깊어 호미로는 캘 수 없어 삽으로 냉이를 뿌리채 떠내어 캐냈다. 캐온 냉이를 씻어놓으니 산더미처럼 많다. 냉이 욕심이 많은 친구는 내가 캔 냉이의 3배정도는 될 것 같다.
▲이틀간 캐낸 황새 냉이. 친구 응규가 캔 것(좌), 내가 캔 것(우)
냉이는 채소 중에서 단백질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칼슘과 철분도 다량 함유되어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동의보감에는 '냉이로 국을 끓여 먹게 되면 피를 끌어다 간에 들어가게 하고 눈을 맑게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본초강목에도 '냉이는 뱃속을 고르게 하며 오장에 이롭고, 겨울에 냉이 죽을 먹으면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간을 도와서 눈이 밝게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입맛을 당기게 하는 냉이국
그러나 무엇보다도 냉이 국이나 냉이무침은 봄철 나른하고 식욕이 없을 때 없을 때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의 나물이다. 냉이 뿌리를 3~4개 넣어 국을 끓이면 벌써 냉이 향이 집안에 가득 찬다. 주의할 점은 냉이가 좋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이름 그대로 몸을 차게 할 수 있으므로 적당히 섭취하는 이 좋다.
▲입맛을 확~ 당기게 하는 냉이무침과 씀바귀 초장 무침
황새냉이와 함께 씀바귀, 민들레도 캤다. 씀바귀는 남쪽지방에서는 '싸랑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뜻은 사나운 뿌리, 혹은 사랑하는 뿌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씀바귀는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토코페롤 함유량이 많아 몸에 유해한 박테리아를 없애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벌써 노루나 고라니들이 씀바귀를 잎을 여기저기 뜯어 먹은 흔적이 보인다. 토끼나 노루들이 새끼를 가졌거나 병에 걸렸을 때 씀바귀를 찾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소도 씀바귀를 보면 결코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어릴 적에 소를 데리고 들에 나갔을 때 씀바귀를 발견하면 아무리 잡아당겨도 기어코 한 입 물어뜯어 먹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 씀바귀 항암효과에 뛰어나다는 씀바귀로 초장에 묻혀 먹으면 없던 입맛도 생겨난다.
옛말에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 해 여름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씀바귀는 우리네 선조 때부터 그 효능을 인정받은 나물이다. 무엇보다도 고추장과 초장에 묻혀 입에 넣으면 씁쓰름한 맛이 입맛을 확~ 당기게 한다.
내이와 씀바귀를 씻어놓으니 마치 노다지를 캔 기분이 든다. 냉장고에 두고두고 조금씩 국을 끓여 먹거나 무침을 해먹을 생각을 하니 입에 침이 저절로 나온다.
오늘 점심을 연이 할머니가 초대를 하여 아내와 응규랑 함께 가서 먹었는데, 밥상에 오른 반찬이 전부 입맛을 독구게 하는 나물종류다. 냉이, 씀바귀, 달래, 원추리 무침에 손수 만든 순두부까지... 너무나 입맛을 돋구어 그만 과식을 하고 말았다. 맛있는 점심을 먹게 해준 연이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연이 할머니 같은 이웃이 없었더라면 황새냉이도 몰랐을 텐데... 이렇게 정다운 이웃이 있다는 것은 무지 행복한 일이다.
▲연이 할머니네 점심상에 오른 반찬들. 냉이, 달래, 씀바귀, 원추리 나물이 입맛을 확 돋게하여 과식을 하고 말았다. 맛있는 점심을 초대해준 연이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봄철 입맛이 없으세요? 그럼 냉이 국이나 씀바귀 초장 무침을 한 번 먹어보세요. 없던 입맛도 확~ 돌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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