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풀잎여행]잡초야 미안하다-풀베기, 토마토 수평심기

찰라777 2013. 5. 4. 06:54

[풀잎여행]

 

잡초야 미안하다

 

 

5월 2일 목요일, 흐리고 소나기

 

 

아침 8시 50분에 <해땅물 농장>에 도착하니 홍 선생님이 벌써 도착하여 작업을 하고 계셨다. 매일 7시 30분에 농장에 도착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 7시경에 농장을 떠난다고 하는데, 그러면 무려 12시간 동안 농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샘이 된다. 농장과 작물에 대한 홍 선생님의 애정과 열정이 어떠한 지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홍 선생님은 내가 어제 풀을 베어냈던 이랑으로 함께 가서 풀베기에 대한 강평을 해주었다.

 

▲어제 풀을 베어낸 밭.풀을 너무 짧게 베어냈다.  

 

▲오늘 베어낸 밭. 상추 주위만 짧게 베어내고 주변은 절반만 베어낸다.

 

 

“풀을 너무 짧게 베어 냈어요. 풀을 중간쯤 베어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작물 주변은 좀 짧게 베어내고 나머지는 중간쯤 베어내어 작물과 풀이 계속 생명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보습효과가 뛰어나지요.

 

그리고 반드시 작물주변의 흙을 호미로 일구어서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북을 하는 것은 흙과 작물이 좀 더 밀착되어 모세혈관처럼 흙과 작물이 하나되어 생명이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풀을 베실 때에는 항상 <풀아 미안하다. 고맙다> 등 감사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풀도 생명을 가지고 있으므로 잘려 나가면 아프겠지요. 그러니 풀을 베어내는 인간은 풀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풀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합니다. 다만 풀을 베어주는 것은 작물이 풀보다 다소 우성이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풀이 죽게 되면 땅도 건강을 잃게 됩니다. 풀이 건강하게 자라야 벌레도 많이 오게 되고 땅속에서도 생명이 자라 땅속과 땅밖으로 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것입니다.”

 

홍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내가 베어낸 풀은 너무 짧게 베어져 있었다. 홍 선생님은 손수 풀을 베고 흙을 북돋아 주는 방법을 시현해 보여주었다. 베어낸 풀은 작물 사이사이에 놓아두어 보습과 거름효과를 동시에 주도록 한다. 홍선생님은 풀을 베어 낼때 항상 "풀아 미안하다. 고맙다"고 대화를 한다고 한다. 잡초이지만 생명이 있는 풀을 베어내기가 미안하다는 것이다.

 

 

 

나는 홍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 준대로 작업을 진행했다. 풀잎들이 이슬이 잔뜩 머금고 있어 몇 포기를 베어내자 장갑이 이내 젖어버리고 말았다. 풀들은 이렇게 아침이슬을 함초롬히 머금고 있다, 마치 물을 머금고 있는 스펀지처럼 보였다. 풀을 만지면 이슬바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그러면 주작물이 그 이슬을 받아먹는다.

 

만약에 작물 주변에 잡초가 없고 흙만 있다면 작물은 이슬을 받아먹지 못할 것이다. 바람이 불면 이슬이 작물 주변에 떨어지고, 해가 떠오르면 풀들이 김을 모락모락 내어 주변을 천천히 습하게 만든다. 그러니 풀들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작물 사이에 수없이 끼어들어 있는 작은 잡초들을 베어내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주작물인 오크 상추 잎에 상처를 주거나 베어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추 사이에 끼어 있는 잡초들은 거의 하나하나 손으로 가려내서 베어내야 했다.

 

그러니 대량재배에 의한 대량생산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농경사회처럼 모두가 농사를 짓는다면 자급자족 방식으로 자연재배농법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고, 도 가능한 일일다. 그러나 현재 농사를 짓는 인구보다 짓지않는 인구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는 자연농법에 의한 식량 보급은 부족하게 될 것이다. 

 

원리와 이치상으로는 지극히 타당한 이론이지만 농기계 등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영농법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농법이다. 시간과 정성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자연농법으로 과연 식량기근을 해결할 수 있을까? 리타이어를 해서 귀촌을 한 사람들이 자녕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일은 건강과 취미, 무료함을 달래고 자연과 함께 보내는 시가는 참으로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4000평 농사 원가 1년에 50만원

 

원가도 매우 저렴하게 들어간다. 자신이 노동만 제공하면 되는 일이다. 밭을 갈지않고, 비료와 퇴비를 주지않고, 농약도 치지않으며, 풀도 뽑지않으니 원가가 들어가는 것이 없다. 해와 땅과 물, 그리고 사람의 노동만 필요하다. 홍선생님은 4000평 농사를 짓는데 들어가는 돈이 1년에 50만원 정도라고 했다.

 

 

▲한눈 팔다 그만 풀속에 숨어 있는 오크 잎을 베어내고 말았다. 상추야 미안하다.

 

그런 의문으로 잠시 한 생각에 팔려 있는 동안 나는 그만 풀 속에 들어 있는 오크 상추 잎을 두 잎이나 베어내고 말았다. 무성한 개망초 잎이 상추를 덮고 있어 상추 잎이 전혀 보이지 않아 개망초를 한 움큼 잡아 낫질을 했는데 그 속에 상추가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이거 또 사고를 쳤군. 상추야 정말 미안하다!”

 

나는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풀베기에 집중했다. 풀을 베어내기 전에 무성하고 긴 풀은 풀잎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풀을 베어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5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밭두둑 한 두둑을 베어내는데 오전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작물을 베어낼까 봐 잔뜩 긴장을 했던지 허리와 엉덩이 고개가 아팠다. 나는 풀베기를 멈추고 잠시 뒷산으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자연농법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산에는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큰 나무 밑에는 산붓꽃, 둥글래, 양지꽃, 제비꽃들이 한참 다투어 피어나고 있었다. 천남성도 고고하게 그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다. 키가 큰 나무들은 잎을 내는 것을 잠시 미루고 키가 작은 식물들이 햇빛을 받아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그리고 키 작은 식물들이 꽃을 피워 꽃가루받이를 할 즈음 키가 큰 나무들은 잎을 내고 무성해진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요 이치이다. 자연농법도 이와 같은 순리를 따르고 있다.

 

 

 천남성

 

 둥글레

 

 산붓곷

 

진달래

 

 

일체의 생명은 하나다

 

가와구치 씨에 의하면 농약, 제초제, 비료로 인해 건강한 자연, 건강한 채소, 건강한 인간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땅갈이, 김매기, 비료 주기, 농약 치기 등에 의해 불행이 불행을 낳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도 인간도 자연의 이치에서 벗어난 인위적인 치료를 함으로써 병을 더욱 깊게 만들고, 건강한 정신까지 고사 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하늘은 원래 맑고 우주는 정기에 가득 차 있다. 태양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온 누리에 햇빛을 비추이고, 야산에는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계곡에는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 바다에 이른다. 바다는 수많은 생명을 기르고 스스로를 정화한 뒤 하늘 위로 올라가 비가 되고 문이 되어 다시 산과 들에 떨어져 만물에 단비를 내려준다.

 

 

▲키 큰 식물들은 잎을 늦게 내어 키 작은 식물들이 꽃을 피우도록 배려를 해준다.

 

 

일체의 모든 것은 거대한 대자연의 활동 속에 있고, 대조화 속에 있다. 인간도 대자연의 조화 속에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식물, 동물들이 건강하게 생존해야 지구도 건강하게 유지된다. 우리 인간은 그런 건강한 생명의 순환 고리 속에 태어났다. 그러니 적당히 서로 먹고 먹히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야 한다. 그런 조화가 깨지면 지구의 균형이 깨지고 대 혼란이 일어난다.

 

식물, 즉 풀들의 생명 없이는 벌레의 생명도 있을 수 없고, 벌레의 생명 없이는 벼나 채소 등 식물의 생명도 있을 수 없다. 벌레와 식물의 생명 없이는 인간의 생명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일체의 생명은 하나다. 개개가 완전한 생명이자 동시에 하나의 커다란 생명의 부분인 것이다.

 

 

▲홍려석 선생님이 부추가 자라나는 땅을 어루만지며 풀의 고마움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그 한 부분에 쓸데없이 손을 대고, 죽이지 않아도 좋은 생명을 죽이고 있다. 인간만이 여분의 것에 탐을 내고 끊임없이 죽이기를 지속하고 있다. 인간만이 독을 만들어내며 그 독을 지상에 마구 퍼뜨려 뿌려대고 있다. 인간만이 몸과 마음에 독을 쑤셔 넣고 있다. 한 없이 집어넣으며, 한없이 먹기를 계속하고 있다. 인간만이 제멋대로 굴고, 한없이 방자하며, 터무니없는 짓을 계속하고 있다. 가와구치 씨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렇게 노래한다.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바보짓을……

때로는 엉터리 분별지로……

때로는 신의 뜻 그대로인 영혼을 귀신과 축생에 맡기고 미친 사람이 되어……

 

우리는 다른 생명을 먹고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생명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적량을 알고, 대자연 속에서 최소한의 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빼고는 다른 생물들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지나치면 언젠가는 결핍되고, 파괴를 불러 마침내 전체로 파급되어 간다는 사실을……

 

 

▲무성한 잡초와 함께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는 적오크상추

 

 

산책을 하고나니 어깨허리 팔다리가 다소 이완이 되어 통증이 사라졌다. 나는 오후에도 풀베기를 계속했다. 이제 좀 익숙해 진 것 같기도 하다. 오후에는 이슬이 말라 풀을 베는 작업이 더 수월했다. 내가 풀을 베고 있는 사이에 홍 선생님과 사모님은 토마토 심기를 했다. 두 분이 건강하게 웃으며 다정하게 토마토를 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나는 잠시 풀베기를 일을 멈추고 토마토를 심는 방법을 배우기로 했다.

 

<해땅물 농장>의 토마토 심기-수평심기

 

 

<해땅물 농장>의 토마토 심기는 독특했다. 토마토 모종도 시중에서 파는 모종보다 크기가 3배는 되어 보였다. 손수 육모를 한 것인데 뿌리도 불기도 매우 튼튼하게 보인다.

 

먼저 흙에 구덩이를 파고 삭힌 오줌에 물을 반반 희석하여 한 바가지를 떠서 구덩이에 붓는다.

 

물이 다 스며들면 토마토 모종을 옆으로 뉘여서 심고 끝 부분만 하늘로 향하게 한다. 뿌리를 얇게 묻어 수분을 과도하게 흡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수분을 너무 과도하게 흡수를 하면 토마토가 금이 가서 터지게 된다. 이미 일본에서는 이 방법을 시도를 하고 있는데 <해땅물 농장>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를 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홍 선생님은 사모님과 함게 하루 종일 매우 정성스럽게 토마토를 심었다.

 

두 분이 다정하게 앉아 토마토를 심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종종 건강한 웃음 소리가 농장에 울려 퍼졌다. 잡초 한포기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을 자긴 두 분의 건강한 마음과 웃음이 잡초와 작물에게도 전달되지않을까? 인간과 잡초, 잡초 사이로 자리를 잡는 토마토가 하나되는 풍경이다.  모든 만물은 하나의 일체를 이룬다. 홍선생님 부부가 웃으니 잡초와 토마토도 따라 웃고 있다. 순간 해땅물 농장은 웃음바다를 이룬다.

 

하하하하하(홍선생님 웃음소리.......

호호호호호(사모님  웃음소리)........

히히히히히(잡초와 토마토의 웃음소리)......

크크크크크(바라보는 산천초목의 웃음 소리).......

 

 

 

삭힌 오줌과 물을 반반 섞어 한바가지 준다 

 

토마토 모종은 위에 세개의 순만 남겨둔다

 

옆으로 뉘여서 줄기가 땅에 닿도록 한다

 

맨 위 순이있는 부분만 하늘로 향하게 한다

 

 

오후 4시경에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 때서야 두 분은 토마토 심기를 멈추었다. 처음 보는 토마토 정식법이 몹시 궁금해진다. 앞으로 관찰의 대상이 되는 관심사다. 우리 집 텃밭에는 토마토를 12본을 심었는데 그냥 재래식 방법대로 곧게 심었다. 우리집 텃밭에 심은 토마토와 <수평심기>를 한 해땅물농장의 토마토가 어떻게 다르게 자라날지 매우 궁금해진다.

 

 

 

한 뿌리의 거룩한 생명이 새생명의 잉태를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토마토를 수평으로 심는 것은 과도한 수분 흡수를 방지하고 줄기에서 뿌리가 내려 적당한 수분을 흡수하여 토마토가 과도한 수분 흡수로 터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나는 오늘 작업을 중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늘은 때가 되면 이렇게 대지에 비를 내려준다. 아무리 인간이 발버둥을 처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거대한 우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무한이 내리쬐는 햇빛, 기구의 흙, 그리고 하늘이 내려주는 물이 있기에 만물이 생존하고 인간도 더불어 생존하는 것이다. 

 

아, 이 얼마나 고마운 비인가!

 

(20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