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오줌물로 가지를 심다

찰라777 2013. 5. 5. 06:33

오줌 물로 가지를 심다

 

5월 3일, 금요일, 흐리고 소나기

 

아침이슬을 머금은 쇠뜨기의 아름다움

 

 

▲아침이슬을 머금은 쇠뜨기 

 

어제 한바탕 소나기가 와서인지 대지가 촉촉이 젖어있다. 땅은 한층 부드럽지만 장갑에 물이 금방 젖어 손이 시리다. 이곳 연천은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하다. 면장갑을 고무장갑으로 갈아 끼고 풀 베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직 쪼그리고 앉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엉덩이뼈가 욱신거린다. 그런데 홍 선생님은 하루 12시간 정도를 이렇게 앉아서 작업을 하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그것은 수행의 도가 깊어서일 것이다.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니 근육도 힘이 들 것이다.

 

이곳 해땅물 농장에 자라는 여러 가지 풀 중에서 가장 많이 눈이 띠는 풀은 쑥, 말냉이, 쇠뜨기인 것 같다. 수없이 많은 풀잎 사이로 떠나는 여행은 역시 싱그럽다. 풀잎 하나하나에 다 생명이 있고 세상에 인연을 지어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쇠뜨기 가지에 영롱하게 맺혀 있는 이슬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수정처럼 빛나고 있는 쇠뜨기가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다니… 참을 놀랍다.

 

▲쇠뜨기 포자

 

쇠뜨기는 양치식물로 꽃이 피지 않고 포자로 번식을 하는 식물이다. 포자낭이 달린 생식줄기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영양줄기가 자라는데, 그 모습이 너무 달라 서로 다른 종류로 오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쇠뜨기는 갈참나무에 잎이 나기 시작하면 생식줄기가 스러지고, 초록색 영양줄기가 올라온다. 소가 즐겨 먹어서 <쇠뜨기>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공방초(空防草), 뱀밥, 마초, 필두채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말꼬리(Horsetail)라 부르기도 한다.

 

쇠뜨기는 방사능의 열선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뿌리줄기가 땅속 깊숙이 뻗는다. 그만큼 강인한 식물이어서 제거하기가 매우 어려운 잡초이다. 쇠뜨기는 부드러워서 손으로 뜯어도 그냥 잎이 부러진다. 논두렁 밭두렁에 흔해빠진 쇠뜨기는 여러 가지 약으로도 쓰이는데 이유미 박사의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약효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만해도 쇠뜨기는 그저 흔한 잡초거나 간혹 문형(門荊)이라는 생약명으로 한방에서 사용했는데 이뇨, 혈압강하, 지혈, 심장 수축력 증가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다. 최근 일본을 비롯해 독일ㆍ영국 등에서 쇠뜨기에 대해 깊이 연구한 결과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주성분인 규산염은 뼈의 성장과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작용을 하고, 면역기능을 활성화한다.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이런 효과가 알려지자 뽑아도 뽑아도 뿌리의 끝을 모르겠다며 귀찮아 했던 잡초가 하루아침에 귀한 약초로 변신했다. 이런 소문이 나던 때는 들에서 쇠뜨기를 볼 수 없는 겨울이어서 시중에 남아 있던 쇠뜨기는 가격이 갑자기 치솟았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곧 제 2의 쇠뜨기 파동으로 이어진다. 쇠뜨기를 잘못 먹고 탈이 난 사람들이 사방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쇠뜨기는 박과 식물등과 함께 먹어야 하는데, 이를 모르고 잘못 섭취하거나 과용했을 경우에는 폐진증이 발발하고, 갈비뼈 사이에 종양이 생기며, 저혈압 환자는 극도로 쇠약해지는 등 무서운 독약으로 변한다. 이 같은 부작용을 모르고 그저 좋다는 말만 듣고 과용해 탈이 났다. 잘 먹으면 약이요, 못 먹으면 독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한 엄청난 식물 파동이었다.

 

쇠뜨기는 먹기도 하는데, 생식경을 쪄먹거나 껍질을 벗겨 양념장에 찍거나 조림을 하면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기거나 장에 박아 두었다 장아찌를 해먹어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외국에서는 화장품, 샴푸, 린스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또 가정에서는 세발용, 세탁물 표백용, 그릇 닦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환경 제품인 셈이다. 최근에는 다소 습한 지역의 지피식재로도 고려되고 있다. 녹색의 늘어진 영양경의 모습이 독특하기 때문이다(이유미 박사-우리풀 우리나무 중에서).

 

이렇게 흔해빠진 쇠뜨기가 약으로 쓰인다니 놀랍다. 그러나 어떤 약아는 과하면 독이 된다. 나는 이슬에 촉촉 젖은 쇠뜨기를 뜯어서 상추에게 거름이 되도록 주변에 놓아두었다. 상추가 쇠뜨기의 성분을 빨아 먹을 것이니 상추를 먹으면 쇠뜨기의 성분도 먹는 것이 되겠지. 잡초를 뽑아서 제거하지 않고 이렇게 주 작물과 함께 자라도록하고 거름으로 주면 서로가 좋은 성분을 섭취할 수 있지 않을까?

 

 

오줌물로 가지를 심다

 

 

▲60일 동안 자란 가지모종

큰 포트에 영양을 듬뿍 빨아 먹은 가지모종이

건강하고 싱싱하다.

 

오후에 풀을 베어내고 있는데 홍 선생님이 가지를 심자고 했다. 왕초보 농사꾼에게 가지 심자고 하니 영광이다. 가지는 원산지가 인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대 중국으로부터 도입을 하여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어 온 작물이다. 홍 선생님은 먼저 가지의 파종과 이식, 그리고 정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가지는 25도에서 30도 전후에 가장 잘 자라는 작물로 17도 이하의 저온에서는 생육이 잘 되지 않습니다. 특히 서리에 약하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합니다. 우리농장에서 자란 가지 씨를 받아두었다가 2월 말이나 3월 초에 파종을 합니다. 상토 육모판에 파종을 한 후 두 개 정도 본 잎이 돋아나면 포트에 이식을 합니다.

이식을 한 후 이렇게 본 잎이 8장정도 돋아나면 정식을 합니다. 우리농장에서는 큰 포트를 쓰기 때문에 가지의 육묘도 튼튼하게 크지요. 파종에서 정식까지는 보통 60일이 걸리지요. 가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채소가 파종에서 정식까지 약 60일이 걸리지요."

 

 

▲파종 후 60일이 지난 가지 모종

 

 

아울러 홍 선생님은 자기를 정식하는 방법을 자세히 보여 주었다. 이랑에 줄을 치고 그 선을 다라서 호미자루 하나에 반 뼘 정도의 거리(약 40cm)에 가지뿌리가 넉넉하게 들어 갈수 있는 구멍을 판다. 돌을 추려내고 부드러운 흙을 밑에 깔고 오줌 물을 한 컵 정도 준 다음 물이 완전히 땅에 흡수 되면 가지를 싹이 튼 자리 깊이까지 심는다.

 

 

▲ 잡초밭에 정식을 할 자리에 줄을 친다.

 

 ▲1년 동안 삭힌 오줌물

 

 ▲호미로 구멍을 판다

 

 ▲40cm 간격

 

 ▲물 한 컵 정도의 오줌물을 붓는다

 

 ▲흙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때가지 기다린다.

 

▲가지 묘목을 조심스럽게 들어

 

 ▲구멍에 심는다

 

 ▲심은 후에는 잡초로 덮어 준다.

 

 

 

가지를 구멍에 심고 부드러운 흙으로 가지 사이를 채워주고, 위에는 마른 풀로 덮어 주어 보습이 되도록 한다. 홍 선생님의 시범 정식을 본 후 드디어 가지 정식을 시작했다. 물론 작년과 올해 우리 농장에도 가지를 정식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잡초로 우거진 땅에 손수 기른 육묘를 정식을 하기는 처음이다. 이곳에 실습을 나온 다른 사람들은 육묘 정식을 1년이 지나도 잘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주로 풀베기, 물주기 등을 시킨다고 했다. 육묘의 정식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실습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나에게 가지 정식을 체험하게 해 주다니 황송할 따름이다.

 

 

나는 홍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잡초를 헤집고 호미로 구멍을 두세 개 판 후 오줌 물을 한 컵 정도 부었다. 이 오줌 물은 작년 1년 동안 받아서 삭힌 것이라고 했다. 집에서도 요강을 써서 겨울 내내 오줌 물을 받아둔다고 했다. 그 오줌을 물과 반반 희석하여 밑거름으로 쓱 있다는 것. 사실 오줌 물은 그 어떤 비료보다도 영양가가 있을 것이다.

 

오물의 향기가 온 몸에 배어들었다. 나는 오줌물의 향기를 맡으며 땅속으로 완전히 스며들면 가지를 구멍에 조심스럽게 넣고 흙을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맨 위에는 잡초를 뜯어 덮어주었다. 금년 봄의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럽다. 우리는 잠시 가지심기를 멈추고 원두막에서 오미자차를 한잔 마셨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십시오. 천천히 심어야 이 애들도 놀라지 않고 새로운 땅에 적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이랑을 심는데 한나절이 걸렸다. 천천히 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그렇다! 모든 일은 쉬지 않고 천천히 하는 것이 실수가 없고, 결국 목표에 빨리 도달한다. 가지가 비닐하우스에서 종자로 싹을 트여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마치 인큐베이터나 어머니 배속에 있던 아기가 험한 세상 밖으로 아노는 것과 똑 같지 않겠는가? 나는 가지가 험한 세상에서 잘 자라나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천천히 심었다. 그렇게 한 이랑을 심고 나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소나기가 오고 나더니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풀밭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굿굿하게 서 있는 가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가지야 험한 세상에서 무쪼록 잘 적응하여 잘 자라다오."

 

드디어 험한 세상으로 가지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