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블루베리나무가 살아났어요!

찰라777 2013. 5. 22. 20:53

아내의 정성으로 다시 살아난 블루베리나무

 

이번 5월 9일과 10일 사이에 봄비가 내린 뒤 블루베리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죽은 가지에서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블루베리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다니! 봄비는 죽은 식물도 살린다고 하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 죽어있던 블루베리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2011년 12월 지리산 섬진강변에서 이곳 연천 임진강변으로 이사를 올 때 10그루의 블루베리나무를 가져왔었다. 섬진강만하여도 이곳보다 훨씬 따뜻하다. 그래서 승주에 있는 <깨비농장>에서 남부종 블루베리 묘목 10그루를 구입하여 2010년부터 화분에 키우기 시작했었다. 이듬해 블루베리는 꽃을 피우고 탐스런 열매를 열어주었다.

 

 

▲ 섬진강변에서 키우다가 가져온 10그루의 블루베리나무 중 작년 극심한 가뭄으로 4그루는 완전히 죽고 6그루만 겨우 살아났다.

 

 

그러나 이곳 휴전선 인근 연천은 추은 겨울에는 영하 25도까지 내려간다. 남부종인 블루베리는 영하 10도까지는 그런대로 견뎌내지만 이곳 최전방 추운 곳에서는 사실상 키우기가 어렵다. 너무 추워도 안 되고, 너무 더워도 생장을 하기 어려운 것이 블루베리 나무다.

 

아내와 나는 지난 겨울 현관에 블루베리 화분을 들여 놓고 애지중지 돌보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 덕분에 그렇게 추운 겨울에도 우리들의 정성으로 블루베리는 죽지 않고 살아났다.

 

 

▲ 작년에 불볕 더위와 가뭄으로 타버린 블루베리나무

 

그런데 작년 6월, 104년 만에 찾아왔다는 극심한 가뭄 때문에 그만 블루베리나무가 햇볕에 타 4그루를 죽이고 말았다. 아내가 서울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일주일 동안 물을 주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불볕을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타 죽고 만 것이다.

 

10그루 중에서 제일 작은 화분에 심은 어린 묘목은 완전히 죽어버렸고, 중간 화분에 심은 1년 반 생 묘목은 두 그루가 가뭄에 고사를 하고 말았다. 그래도 가장 큰 화분에 있는 마그노리아는 시들하기는 했지만 온전히 살아있었다. 역시 뿌리 깊은 나무는 생명이 강하고 끈질기다.

 

 

▲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기 시작한 블루베리

 

아내는 죽은 나무에도 계속해서 물을 주자고 했다. 혹시 뿌리가 새로 돋아나서 살아날 줄도 모르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블루베리나무에서 정말로 새싹이 돋아나고 있지 않은가!

 

죽은 블루베리나무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엘리옷의 시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비가 잠든 뿌리를 흔들어 깨웠을까? 아내는 나무와 화초의 생명을 마치 자식처럼 돌본다. 거실에도 40여 개의 화초를 키우고 있는데 그 추운 겨울에도 물을 잘 주어 모두 생생하게 자라나고 있다.

 

 

▲ 죽은 블루베리나무에도 상토를 보충하고 솔잎 낙엽을 덮고 계속 물을 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나 식물이나 생명은 하나다. 하찮하게 보이는 잡초의 풀잎에도 생명이 흐르고 있고, 그들만의 대화와 생각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토양학자 조지프 코캐너는 <잡초는 토양의 수호자이다>(Weeds:Guardians of The Soil)란 책에서 잡초를 땅을 살리는 마법사라고 칭송한다.

 

아내는 나머지 죽어 있는 블루베리나무에게도 계속 물을 주고 있다. 물을 주다보면 언젠가 침묵을 깨고 살아날줄 모른다는 것이다. 죽어있는 블루베리나무 곁에는 잡초들이 싹을 내며 자라나고 있다. 이 잡초들이 저 죽어있는 블루베리나무를 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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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줄로만 알았던 블루베리나무에 돋아난 새싹. 거름을 주고 낙엽을 덮어두었다.

 

 ▲ 나머지 죽은 블루베리나무에도 계속 물을 주고 있다. 잡초들이 싹을 내며 돋아나고 있다.

 

 

나는 죽어 있는 블루베리나무를 비롯하여 모든 블루베리나무 화분에 상토를 보충하고 솔잎 낙엽을 뒷산에서 긁어다가 덮어주었다. 자연계 모든 생명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들은 말은 하지 않지만 사람들과 교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 블루베리가 꽃이 지며 열매가 열리고 있다.

 

그러니 식물도 사랑을 준만큼 더 건강하게 성장을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블루베리나무에서는 꽃이 지며 블루베리 열매가 하나 둘 열리고 있다. 죽었다 살아난 저 여린 싹도 잘 보살펴주면 내년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