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모판에 고라니 발자국이...

찰라777 2013. 5. 25. 07:19

모판에 고라니 발자국이…

 

5월 18일 수요일 맑음

 

16일은 서울에서 볼 일도 있고, 어제는 부처님오신 날이라 이틀을 쉬었다. 이틀 동안에 벼의 새싹이 꽤 많이 자라났다. 볍씨는 파종을 한 순서대로 자라나고 있다. 5월 4일 일부를 파종을 하고, 5월 11일, 12일 양일간에 걸쳐 파종을 마쳤는데, 먼저 파종한 볍씨들이 훨씬 크다.

 

"맙소사! 고라니 발자국이 보이네요!"

"네, 녀석들이 종종 내려와요."

"군데군데 쥐들이 볍씨를 가먹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들과 함께 타협하며 살아야지요. 원래 그들이 이 산 터줏대감 아닙니까? 허허허."

 

 

 

 

"녀석이 똥도 쌌어요.'

"천연 거름을 선물하고 갔군요."

"하하하, 그렇군요.

 

 

 

 

 

 

 

 

 

 

 

하긴 그렇다. 그들이 원래 이 땅의 주인들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일부를 내 주고 나머지만 인간이 먹어야 한다고 하며 홍 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고라니 발자국은 모판 여기저기에 마치 도장을 찍은 듯 선명하게 나있다. 백로의 발자국도 보인다. 이 땅의 터줏대감들이 밤새 시찰을 한 모양이다. 쥐들은 여전히 여기 저기 볍씨 알을 까먹고 껍질을 팽개쳐 놓고 있다.

 

백로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날아와 모판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홍 선생님은 백로를 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녀석은 높은 포복 낮은 포복을 하며 모판으로 다가가더니 먹을거리가 되지 않는지 다시 사라져버렸다. ㅋㅋㅋ 고녀석 참 재미 있네!

 

 

 

 

 

 

오늘은 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5월 11일 파종을 한 볍씨를 모판에 45일 간 길러 6월 25일 경에 모내기를 할 예정이다. 이곳 연천에서는 고시히까리 조중생 볍씨 모내기를 최소한 6월 21일까지는 끝내야 하는데, 4일 더 늦게 모내기 일정을 잡고 있다. 그래도 모포기 분열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관행농법에서는 볍씨를 물에 담가 싹을 틔운 다음에 모판에 파종을 하는데, 그는 싹을 틔우지 않고 그대로 직파를 했다. 그 이유는 모든 식물은 뿌리를 먼저 뻗고 그 다음에 잎이 나는데, 물에 담가 싹을 틔우는 것은 벼의 잎을 먼저 뻗게 한다는 것이다. 식물의 양분은 먼저 싹을 틔운 쪽으로 영양분이 더 많이 가게 되어 있는데, 이 경우에서는 뿌리보디 잎에 먼저 영양분이 집중되어 벼가 허약해진다는 것이다. 자연의 현상은 뿌리가 먼저이고 잎이 나중에 돋아나므로 뿌리를 먼저 돋아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해땅물 농장에서 볍씨를 파종할 무렵 관행농법에서는 이미 모내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래도 벼가 자라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일찍 모내기를 해 보아야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는 벼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늦게 심어도 모포기가 분열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

 

일본의 가와구치 씨는 볍씨 1알에서 20개의 모가 분열을 한다고 한다. 벌교의 강대인 씨는 3개를 심는데 역시 20개의 모가 분열을 한다고 한다. 관행농법에서는 10개 정도의 모를 이앙기로 심는데 역시 모가 20개 정도로 분열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일찍 모를 심는 모가 늦게 심은 모보다 훨씬 더 잘 자라거나 분열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앙기로 심는 모는 보통 10~15cm정도에서 심는데, 이곳 해땅물 농장에서는 20~25cm 정도 모가 생장을 한 상태에서 심기 때문에 성모 상태에 물을 충분히 주면 성장이 훨씬 빠르다는 것.

 

"첫째 이렇게 늦은 모내기는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작년 밀 재배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보리와 벼의 이모작을 시험해보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논에 보리를 뿌려서 키워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6월 중순에 보리를 수확한 다음 모내기를 할 예정입니다. 통상 충청이북지역에서는 이모작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지만, 기간 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토양의 비옥도, 건습의 문제로 다소 변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험 중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6월 하순에 모내기를 하면 그때까지는 밭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피 등 잡초가 생기기 어려워, 별다른 제초가 필요 없는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논에서 자라는 성장기간이 짧아 병충해 방지 등 어린 모가 논에서 자라나는 동안 여러 가지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관리상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홍 선생님이 설명해준 관행농법과 자연농사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관행농법

자연농사

비교

물못자리

빽빽한 파종

25~30일 육묘

이양기 모내기

콤바인 수확

 

논으로만 사용

상온보관

마른못자리

드문 파종

45일 육묘

손 모내기

손으로 베어 거꾸로 말림

탈곡기 털기

수륙양용 논밭

저온보관

뿌리 튼튼

튼튼한 육묘/장기육묘

초기신수관리 용이/분열촉진

5포기 이내 적은 모내기

벼 알 충격 감소/자연건조/마지막 영양분 흡수

물관리 용이

익년 추수 때까지 고품질 유지

 

그는 우리나라 최북단인 38선 이북에서 이모작을 시험하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포천, 연천지역까지 이모작이 북상하고 있어 한반도 전역이 점점 이모작 가능 선에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미니단호박, 애호박, 오이를 심다.

설치미술을 보는 듯...

 

오후에는 미니단호박, 애호박, 오이를 심었다. 길밭에는 9개의 이랑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7~9번 이랑에 미니단호박과 애호박, 그리고 옥수수를 심을 예정이다. 이랑에는 타원형의 아치를 세우고, 단단한 그물을 씌워놓았다. 넝쿨이 올라갈 아치다. 호박을 심을 이랑은 높게, 옥수수를 심을 이랑은 낮게 만들어 놓았다. 옥수수는 수분을 좋아하므로 이랑을 낮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호박과 오이 모종이 시들시들해 보인다. 홍 선생님은 정식을 하기 며칠 전에는 모종에 물을 주지 않고 뿌리가 갈증이 나도록 바싹 말린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이식을 해야 식물들이 본능적으로 본 땅에서 수분을 빨리 흡수하며 적응을 빨리 한다는 것이다. 그런 내가 보기에는 너무 혹사를 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게만 보인다.

 

 

 

 

6번 이랑에는 오이와 수세미를 심고, 그리고 오른쪽 자투리땅에는 미니단호박과 울타리콩을 심었다. 호박과 오이, 수세미, 울타리콩들이 타고 올라갈 아치가 멋지게 보인다. 마치 설치미술을 보는 느낌이 든다. 오이는 물을 좋아하고 천근성이 있으므로 깊지 않게  얕게 심어야 한다고 한다.

 

 

 

 

 

 

 

 

원두막 앞에 있는 민들레 홀씨는 오늘도 바람이 자손을 퍼뜨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어디론가 깃털처럼 하나 둘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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