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사과밭에 콩을 심다

찰라777 2013. 6. 15. 22:07

날씨가 정말 우라질 나게 덥다. 아마 다음 주에 다가올 장마 때문일 거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해땅물자연농장에서는 사과밭에 콩 심기를 강행했다. 농사는 시기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기를 놓치면 농사는 망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해땅물 자연농장의 콩심기는 개망초가 키를 넘는 사과밭에 심는 것이다. 호밀을 심어 놓았지만 수확을 거두기에는 제대로 자라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호밀과 개망초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콩을 심어야 했다.

 

 

 

먼저 예초기로 풀을 베어내고, 그 풀을 골고루 골라 땅을 덮었다. 그 다음에는 줄을 50cm 간격으로 반듯하게 쳐서 그 줄에 맞추어 콩을 심어야 한다. 한 이랑에 6줄, 간격 20~30cm, 깊이 3~5cm 구덩이를 호미로 파서 4~6,개의 콩을 넣고, 흙을 덮고, 그 위에 다시 풀을 덮는다. 홍 선생님은 줄을 반듯하지 않거나. 깊이가 너무 깊어도 얕아도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보기보다는 무척 엄격하신 분이다. 매주 마다 친구 분이 와서 도와주시는데, 그 친구가 잘못 심거나, 혹은 내가 잘못 심이도 호된 여지없이 질타를 받아야 한다.

 

 

 

 

콩을 심는 방법분만 아니라 예초기로 풀을 깎는 일, 깎은 풀을 골고루 땅에 덮는 일, 그 어느 것 하나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콩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비지땀을 흘리며 콩심기를 강행했다. 정심은 2시경에 군남면 막국수로 먹고 오후에 다시 콩심기를 계속하여 저녁 8시에 콩심기가 일단 끝냈다. 그래도 겨우 두 이랑을 심는데 그쳤다. 손으로 짓는 자연농사는 이처럼 더디고 힘들다.

 

"저는 이 농장에 오기만하면 마음이 저절로 힐링이 됩니다. 땀을 흠뻑 흘리며, 산소의 강에서 일을 하고나면 몸과 마음이 정화가 되는 것 같아요!"

 

 

 

 

 

홍 선생님 친구이신 감사장님의 말씀이다. 그는 정말로 일을 즐겁게 하였다. 이렇게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는 분이 있으니 육체적으로 힘이 들지만 더불어 마음이 즐거워진다. 우리는 콩심기 일을 마치고 노을이 지는 콩밭에 거개를 숙이고, 사과밭의 자연령과 데바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사과밭과 콩밭에 계시는 자연령들이시여, 이 농장을 자연령을 주관하시는 데바님시여, 오늘 심은 콩이 모쪼록 잘 자라도록 보살펴 주소서, 그리고 개망초와 호밀의 자연령이시여, 오늘 그대들을 잘라내서 황송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먹을 콩을 심기 위하여 부득이 뿌리는 그대로 두고 몸만 잘라냈으니 양해를 해 주시옵서서.'

 

 

이 기도를 과연 자연령님들과 데바님이 들으셨을까?

그런데 사과밭에서 발견된 새집을 보니 집을 짓는 새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집을 짓고 계시는 새여, 본의 아니게 집을 망가뜨려서 미안합니다." 나는 새집을 다시 사과나무 밑에 걸어주고 새가 오기를 빌었다.

 

아무튼 기도란 지극히 심신을 낮추고, 자연과 오늘 심은 곡식에 정성을 들이는 일이니 자연의 신들님께서도 조금은 우리들의 마음을 이해 해 주셨으리라 믿는다. 맨땅에 콩을 심는 것 아니라, 풀밭은 땀에 흠뻑 젖어들엇지만 향기로웠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늦은 저녁 먹고 나니 잠의 여신이 기분 좋게 눈을 감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