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멧돼지야 제발....

찰라777 2013. 6. 20. 08:06

멧돼지야 제발…

 

 

오늘도 멧돼지는 나타나지 않았군요. 멧돼지가 내 부탁을 들어 주는 것일까요? 군청에서 통지가 왔는데 엽사(사냥꾼) 내보내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멧돼지가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고추밭의 풀을 베면서 멧돼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멧돼지야, 제발 나타나지 말아다오. 네가 여길 오면 총살을 면치 못할 테니. 네가 죽는 모양을 진정 보고 싶지 않구나. 그러니 제발 나타나지 말아다오. 부탁이다."

 

 

 

 

나는 잣나무 숲을 향하여 경건하게 부탁을 했습니다. 숲속은 고요합니다. 한줄기 바람도 불지 않는 잣나무 숲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숲 앞에는 돼지감자와 개망초가 또 하나의 작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산밭의 고추는 그런대로 주렁주렁 열려가고 있습니다. 다만 땅이 너무 푸석푸석하여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두더지와 산쥐들이 열심히 땅 밑을 갈고 다닌 탓입니다. 그들이 밭을 대신 갈아주는 것은 좋은데 가뭄이 올 너무 때는 땅속까지 너무 말라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고 합니다. 나는 고추밭 풀을 베어주며 고추 주위를 밟아주었습니다. 너무 들떠서 고추가 쓰러질 정도입니다.

 

"내가 터줏대감인데 인간인 당신들이 왜 여기를 침범하여 농사를 짓지요?"

"허허허, 미안하구나. 그럼 함께 살아가자."

 

 

 

 

 

아래쪽의 적양배추는 점점 결구를 하여가고 있습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적양배추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회원님 한분이 방문을 하여 채소들이 크는 모양을 보고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을 하더랍니다. 그가 돌아간 뒤 적양배추와 브로콜리 등을 보내주었는데… 울먹이며 전화가 왔더랍니다.

 

 

"그 자리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대로 있어야 하는데, 그 아름다운 채소를 먹게 되다니 너무 미안해요…"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배추를 베어낸다는 것이 과연 너무 안타가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과 아름다움을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이 농장에 도착하면 어떤 기분 좋은 향기를 맡게 됩니다. 야생화와 함께 자라나는 작물은 과연 <먹을 수 있는 정원 Edible Garden>입니다. 나비와 벌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메리골드와 함께 자라나는 토마토, 노란 꽃을 피워주는 호박, 오이… 연보라 빛 꽃을 피워주는 가지, 짙은 보라색을 띠는 엉겅퀴… 그 꽃 위에 나비와 벌들이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심은 콩들도 싹을 내밀고 있습니다. 개망초 꽃과 함께 자라나는 콩 싹이 너무 귀엽습니다. 한 사람의 생각과 결심, 그리고 행동이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흙속에는 그 사람의 땀과 정성이 듬뿍 들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향기나는 정원

먹을 수 있는 정원

그 정원을 거니는 행복

아, 자연이 주는 혜택은 한량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