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교육기부와 여행강의

찰라777 2013. 7. 11. 06:44

교육기부와 여행강의

 

 

파주에 위치한 금촌고등학교에 강의를 하기위해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37번 국도를 타고 임진강변을 따라 가는데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는 와이퍼를 아무리 빨리 돌려도 앞이 뿌옇게 보인다. 비가 너무 거세게 내리자 와이퍼가 그만 꼬이고 만다.

 

 

▲파주 금촌고등학교. 1400여명의 학생과 110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자동차를 멈추고 꼬인 와이퍼를 잡아당겨 겨우 풀어냈지만 얼마가지 않아 또 꼬이고 만다. 와이퍼가 작동이 되지 않으면 앞이 안 보여 한 치도 나갈 수 없다. 꼬인 와이퍼를 세 번이나 풀어내느라 옷이 흥건히 젖고 말았다.

 

 

도로에 물이 고여 속도를 반감을 했는데도 자동차 바퀴에 물이 튀어 올라 유리창가지 닿는다. 집에서 8시 이전에 출발을 했는데 9시 30분에 시작하는 강의 시간에 도착할지 의문이 된다. 금촌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에게 전화를 하여 비 때문에 늦을 지도 모르겠다고 전화를 했더니 거긴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문산 인터체인지에서 좌회전을 하여 금촌 고개를 넘어가자, 정말 비가 언제 내렸나는 듯 거짓말 같이 그쳤다. 고개 하나를 두고 이렇게 날씨가 다르다니 평소에는 1시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반이 넘어서야 도착을 했다.

 

 

금촌고등학교 강의는 특별히 청정남님의 추천으로 부득이 하게 되었다. 청정남님은 자녀 두 분이 다 이 학교를 졸업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학교교문에 들어서니 교훈을 새긴 탑이 세워져 있고, <창의 성실 자율>이라는 교훈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청정남님의 가족 이름이 기증자로 새겨져 있다. 교육에 남달리 관심이 많은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금촌고등학교는 2005년도에 설립되어 현재 약 1,400여명의 학생들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고, 110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꽤 큰 학교다. 그런데 청정남님의 장남은 이 학교의 1회 졸업생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기업체와 학교에 강의도 더러 나갔지만 요즈음은 연천 오지에서 농사짓는데 푹 빠져 그럴 시간도 없고, 또 강의를 별로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동안 주로 해온 강의는 여행관련 내용과 숲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번 금촌고등학교 강의는 고등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통해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는 시간이라고만 들었다.

 

 

학교에 도착을 하니 진학담당교사에 내 목에 "일일 명예교사"란 명찰을 걸어주었다. 시청각실에는 30여명의 명예교사들이 모여 있었다. 9시 30분에 <교육기부 증서 수여식>이라는 것을 진행했다. 처음 들어 보는 생소한 단어다. 생각지도 못했던 교육기부증서를 받고 10시부터 강의를 하기 위해 지정된 교실로 갔다. 공공기관에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원고나 강의를 한일을 있었는데 <교육기부>란 말은 처음 접해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육기부(Donation for Education)란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 사회가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유·초·중고 교육활동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비영리로 제공하여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교육부에서는 교육기부의 유형별로 개인재능, 시설기자재기부, 콘텐츠 제공, 활동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차후에 알게 되었다.

 

▲교육기부증서와 선물로 받은 USB

 

 

오늘 참여하는 30여명의 교육기부자들은 대학교수, 기업체 대표, 기자, 현역군인, 경찰, 배우, 작가, 카지노 딜러, 학원 강사, 마음수련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일주 이야기-부제 꿈은 이루어진다>란 타이틀로 강의 프로그램을 정했다. 학생들을 총 31개 반으로 구성하여 각 분야별로 강의가 진행된다고 한다.

 

 

106호 강의실로 들어가니 여학생이 꽃다발을 한아름 선물했다. 얼떨결에 여고생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나니 약간 쑥스럽다. 꽃처럼 젊고 싱싱한 젊음을 간직한 그들이 아닌가. 그러나 약 80여명의 남녀 학생들이 앉아 있었는데 반은 엎드려 누워 자고 있고 반은 잡담을 하고 있었다. 어제까지 중간고사를 치렀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사실 시험을 치고 나면 먹고, 마시고 좀 쉬어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 할지라도 지겹기만 할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시험을 치고 나서 학생들의 마음이 해이해 질까 보아서 바로 이런 기회를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쉬고 싶은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일방적인 강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아무튼, 이렇게 지쳐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나는 나름대로 고등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강의 내용을 미리 요약해 보았다. 2시간의 강의를 나름대로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일주일간 내용을 정리하고, 영상과 사진을 담은 CD와 파워포인트를 제작했다.

 

 

1시간의 강의를 위해서 한 달간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여행관련 콘텐츠는 그동안 강의를 성인들을 위하여 여러 차례 진행했기 때문에 대부분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대상에 다라 유형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나의 공부이야기>, <진로이야기>, <세계일주 여행이야기>, <성공과 행복>이란 타이틀로 내용을 재정리하였다. 물론 모든 주재의 중심에는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여행을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견문을 넓히고, 담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패키지여행이나 호화로운 여행은 효과가 없다. 한두 명이 짝을 지어 떠나는 배낭여행이나 다국적 여행(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하는 외국여행사 여행)이라야 한다. 나는 해외 배낭여행 길에서 주로 대학생 배낭여행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말이 한결같다. 나라 밖에 나오니 애국심이 절로 생기고, 부모님이 고마운 줄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나라가 강해야 해외에서 대우를 받는다. 부모님을 품을 떠나 보아야 부모님의 은혜를 알게 된다.

 

 

나는 강의를 할 때마다 학생들이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을 제도화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보름 내지 한 달 정도 딱 필요한 경비만 주어서 배낭을 꾸려 홀로 인도나 유럽 등으로 여행을 떠나 보내보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 학부형들은 <위험하다>는 불안한 생각부터 먼저 한다. 애지중지 아끼는 자식을 홀로 보내다니 위험천만이라는 것이다.

 

 

남미에서 이스라엘 대학생이 1년 동안 세계여행을 배낭 여행자를 만났는데, 그는 정부로부터 여행경비를 일부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대학생들이 군대전역을 하고 나서 1년 동안 세계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공공부문에서 상당부문 여행경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노원구에 있는 제자교회에서는 청년부 성지순례 여행을 떠날 때 여행 경비를 일부는 교회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아르바이트(의무화), 부모님의 지원 등으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현대모비스에서는 '대학생 해외배낭여행제도'를 도입하여 일반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 및 겨울 방학 기간에 14일간 해외배낭여행 경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보통 4명을 1팀으로 4개 팀을 선발하여 회사 직원 1명과 함께 배낭여행을 통해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과 국제 감각을 익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2000년부터 실시한 이 제도는 적은 인원으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매우 바람직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너무 많은 정보에 시달리고 있다. 강의도중에도 거의 모두가 스마트 폰을 책상 위에 놓거나 손에 쥐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카톡, 트위터, 페이스 북 등 SNS에 빠진 학생들은 정보의 노예가 되지나 않을까? 교육의 자율화인지는 몰라도 적어도강의 시간에는 핸드폰을 일체 꺼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집에 가면 컴퓨터에 또 시달릴 것이다. 물론 전부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몰라도 될 것을 노출된 정보 속에서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공부를 하는 데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공부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잡념이 없이 집중을 해야 데대로 되는 것이 공부다.

 

 

사실 에디슨은 어린 시절에 공부를 워낙 하지 못하여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구제 불능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장학사와 담임선생님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에디슨이 학교에 다니는 것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다"라는 말을 듣고 낙담을 한 에디슨이 그 말을 그의 어머니에게 전했다. 에디슨의 어머니는 그 길로 학교에 쫓아가 담임선생임에게 "우리 아이는 당신보다 훨씬 영리하고 유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에디슨은 그날부터 자신을 알아보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며 결심을 하고 공부에 집중을 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엉뚱한 생각으로 공부에 집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이 형편없었던 것이다.

 

 

요즈음 청소년들에게도 이런 격려가 필요하다. 공부를 하라고 닦달을 하기보다는 자녀들의 장점을 잘 파악해서 격려를 해준 것이 필요하다. 나는 주로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강의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지쳐있다. 사진을 보여주고 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여행관련 교육을 할 때에는 조는 사람이 거의 하나도 없다.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은 여행은 누구나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다르다. 공부, 공부, 공부... 학교, 학원.... 부모님의 잔소리... 이런 것들에 지쳐있다.

 

 

아무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도 학생들은 반은 여전히 엎드려 졸고 있고 반은 촉각을 세우고 열심히 경청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시험에 지친 학생들이 30%만 내 강의를 들어도 오늘 강의는 만족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절반이 경청을 하고 있으니 오늘강의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샘이다. 허지만 여전히 나는 강의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삼계탕을 점심으로 먹었다. 거기에다 <교육기부증서>와 16GB USB도 한 개 선물로 받았다. 시실 기업체 강의를 할 때는 상당한 강의료를 받는다, 그런데 교육기부를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삼계탕에 USB까지 선물로 받고나니 다소 황송한 마음이 든다. 그들은 내 강의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파주를 떠나 연천으로 넘어오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소의 등 사이를 두고 오른쪽 등은 비가 내리고 인족 등은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더니 고개 하나를 두고 날씨가 이렇게 다르다. 임진강은 안개에 가려있고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며 떨어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