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꽃뱀 입에 물린 개구리 목숨

찰라777 2013. 8. 12. 06:31

천적을 살리자

 

 

"꼬르륵, 꼴깍, 꼬르륵 꼴깍…"

 

어디선가 개구리가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앞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꽃뱀이 막 개구리를 입에 물고 식사를 하고 있다. 꽃뱀은 내가 다가가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개구리를 삼키고 있다.

 

 

▲ 개구리를 잡아먹고 있는 꽃뱀. 아가리에 개구리를 물고 있어 양쪽 볼이 툭 튀어나와 있다.

 

 

뱀의 입에 물린 개구리는 뒷다리를 허둥거리며 발악을 해 보지만 이미 머리가 뱀의 아가리에 물려 있어 이내 잠잠해진다. 나는 2~3발치 떨어진 곳에서 꽃뱀을 바라보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개구리를 삼킨 후에야 녀석은 스르르 사라져 간다.

 

무더운 여름철 장마가 지겹도록 지속 된 후 간간이 햇볕이 나면 온갖 파충류들이 밖으로 기어 나온다. 특히 이곳 해땅물자연농장은 농약을 전혀 치지 않아서인지 개구리, 두더지, 뱀, 나비, 사마귀, 거미, 등 파충류와 곤충들이 많다. 거기에다가 백로, 산비둘기, 꿩 등 새들도 자주 출현하여 논과 밭에서 무언가를 잡아먹는다. 때로는 고라니, 노루, 멧돼지도 출현을 한다.

 

뱀은 개구리와 쥐를 잡아먹고, 거미는 잠자리, 나비, 모기, 나방 등 곤충들을 잡아먹고, 백로는 논에서 우렁이와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새들은 밭에서 무당벌레 등 각종 벌레들을 잡아먹고,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이렇게 생태계는 천적들로 먹이사슬을 형성하며 평형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결코 인간처럼 욕심을 내서 먹이를 창고에 가득 채워 넣지 않는다. 다만 생존을 할 수 있을 만큼만 먹을 뿐이다.

 

 

▲ 논에서 우렁이 등을 잡아먹는 백로

 

 

천적이 적당히 존재하는 논밭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자연농법을 강조하는 후쿠오카 마사노부에 의하면 유기인제(인을 함유한 유기화합물로 된 살충농약)를 뿌리면 천적을 죽여 버리기 때문에 계속 농약을 살포해야 하는 악순환을 하게 된다고 한다.

 

'기적의 사과'를 생산하는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리의 사과 밭에는 농약을 전혀 치지않고 있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그의 사과밭에는 수많은 벌레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는 '자연속에는 해충도 익충도 없다'고 말한다. 인간이 해충이라 부르는 자가 있기 때문에 익충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기 때문에 자연은 균형이 유지 된다는 것.

 

 

▲ 거미줄에 걸린 호랑나비

 

 

천적은 특정 생물이 너무 많이 번식하는 것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자연계에 있는 모든 생물의 종들은 천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번식을 할 수 없다. 이것이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하는 비밀이다.

 

최근 고라니와 멧돼지의 개체수가 부쩍 늘어나는 것도 그들을 잡아먹는 호랑이 등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천적이 없으면 자연계의 균형이 깨진다. 그러므로 자연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적을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