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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⑧-팀푸]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부탄의 노력

찰라777 2014. 1. 6. 15:49

 

 

▲ 세계적으로 희귀 새인 '붉은목코뿔새'(Rufous-necked Hornbill)

-사진제공, RSPN-부탄왕립자연보호협회)

 

미니동물원에서 괴상하게 생긴 타킨Takin을 보고 호텔로 돌아오니 반가운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체텐 도르지Tcheten Dorjee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오질 않겠는가! 그는 몇 해 전 한국에서 만난 기자의 유일한 부탄 친구이다.

 

도르지는 현재 부탄 환경NGO단체인 RSPN(Royal Society for Protection of Nature-부탄 왕립자연보호협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도르지를 2009년 10월 유엔환경계획(UNEP)이 한국 용평에서 주최한 '아태환경포럼'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도르지는 부탄 NGO대표로 참석을 했고, 숲해설가인 나는 한국숲해설가협회(FIA) 회원으로 포럼에 참가했었다.

 

부탄 전통복장 고Gho를 입고 부탄의 수자원관리에 대해서 발표를 하는 도르지의 모습은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순간 부탄에 가면 저 멋진 부탄전통복장인 고Gho를 꼭 한번 입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는 어쩐지 낯설지가 않고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친숙한 모습이었다.

 

 

▲ 아태환경포럼에 부탄 NGO대표로 참가한 도르지가 부탄 전통복장을 하고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나는 이 포럼에서 도르지를 처음 만나는 인연을 가졌다(2009년 10월 26일. 한국 용평리조트).

 

나는 당시 부탄 여행을 꿈꾸고 있었든 참이라 용평리조트에서 2박 3일을 지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도르지와 친해졌다. 포럼이 끝난 이후에도 우리는 페이스 북을 통해서 수시로 안부를 주고받다가 이렇게 팀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도르지는 나를 보자 마치 타킨처럼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늘 미소를 짓는 도르지를 보기만 해도 저절로 마음이 행복해진다. 그는 팀푸에서 60km 떨어진 숲에서 일을 하다가 나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팀푸까지 왔다고 했다. 나는 마치 친동생을 만난 듯 반가웠다. 사람의 인연이란 이렇게 묘한 것이다.

 

▲나를 만나기 위해 60km떠어진 숲에서 팀푸까지 온 체텐 도르지

 

"미스터 도르지, 부탄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다니 너무 기뻐요!"

"미스터 초이, 저 역시 이곳 팀푸에서 초이 부부를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우리는 차를 한잔 마시며 그동안에 쌓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이란 만남의 연속이다. 풍경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 먹 거리와의 만남, 문화와 종교와의 만남, 풍습과 기후와의 만남… 그 중에서 뭐니 뭐니 해도 사람과의 만남이 가장 기쁨이 크다.

 

부탄왕립자연보호협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도르지는 부탄의 가장 위대한 자연유산인 숲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보호를 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자연을 보호가기 위해 부탄은 개발을 극도로 억제하고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고 한다.

 

▲ 세계적으로 희귀동물인 붉은색 랑구르(Golden Langur, 사진제공 체텐 도르지)

 

부탄의 남부에는 시멘트 공장이 있고, 동(銅)을 비롯한 풍부한 지하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수많은 채굴현장에서 볼 수 있듯이 광산 채굴은 토지와 자연을 철저하게 파괴하기 때문에 지하자원의 채굴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한다.

 

"미스터 도르지, 부탄에서는 송전탑을 별로 볼 수 없던데 전기를 어떻게 공급을 하지요?"

 

"아하, 그거요. 우리나라는 수력자원이 매우 풍부에서 개발을 하면 당장 16백만 가구가 사용을 할 수 있는 수력발전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큰 댐을 만들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 개발한 수력발전소는 잠재적인 수력자원의 3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지요. "

 

"그럼 그걸 어떻게 각 가정에 공급을 하지요?"

 

"우리는 아주 작은 소규모 댐을 각 지역 요소요소에 만들어 필요한 만큼의 전력만 생산을 하여 그 지역에 공급을 합니다. 따라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송전탑을 만들 필요가 없지요. 또 큰 댐을 막으면 숲이 사라지게 되어 그만큼 생태계가 파괴되기 때문에 개발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신이 내려주신 자연유산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개발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거 참 좋은 아이디어이군요. 천연 그대로의 자연을 보존하고 있는 당신네 나라가 정말 부럽습니다." 

 

▲ 부탄은 낙차가 큰 물을 이용하여 소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요소요소에 건설하기 때문에 긴 송전탑이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잠재적인 수력박전량은 30,000MW에 이르나 자연보호를 위해 개발을 서두르지 않고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Hasache waterfall 부탄, 사진제공 체텐 도르지)

 

부탄은 30,000MW(megawatts)에 해당하는 풍부한 수력발전 자원을 가지고 있다. 부탄은 당장이라도 16백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수력발전소를 안전하게 건설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겨우 3퍼센트만 개발을 하고 있다. 이 발전량도 85퍼센트를 인도에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전력이 부족한 인도에서 수력발전에 필요한 댐을 막아 주겠다고 해도 부탄은 자연보호를 위해서 거절을 하고 있다. 부탄은 소규모의 댐 건설을 상류의 취수구에서 물을 퍼 올려서 도수로를 통해 하류의 발전소까지 물을 흘려보낸 후, 그 수압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한다. 그리고 발전에 사용한 물은 담수를 하지 않고 강으로 흘려보낸다.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나무를 채벌하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규모 댐을 막을 필요가 없다. 경사가 심한 계곡 곳곳에 소규모 발전소를 만들 수 있어 송전선을 길게 끌 필요도 없다. 그리고 아주 작은 댐 하나를 건설하는데도 NGO환경보호단체나 생태보호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자연을 그대로 최대한 보존하는 차원에서 지극히 제한적으로 개발을 한다고 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부탄인들의 노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부탄 헌법에는 "삼림 면적은 영구히 국토의 60퍼센트를 밑돌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보호 정신으로 부탄의 삼림면적은 64퍼센트에서 68퍼센트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동식물의 다양성도 더욱 풍부해져 붉은색 랑구르Golden Langur, 검은목두루미Black-necked Crane, 붉은목코뿔새Rufous-necked Hornbill 등 수 많은 희귀 동식물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검은목두루미(사진제공, 체텐 도르지)

 

도르지는 무척 겸손했다. 그는 항상 내 이름 앞에 '미스터'란 존칭을 붙였다. '숲해설가'인 나는 천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부탄의 숲에 대한 호기심이 무척 많아 생각 같아서는 그가 근무하고 있는 숲에 가서 며칠 함께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여행 일정이 너무 짧았다. 도르지는 헤어지기 전에 그가 공동집필 했다는 <부탄의 자연유산 Bhutan's Natural Heritage>란 책 한 권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미스터 도르지, 이렇게 귀한 책을 선물로 받다니 너무 고마워요."

 

"하하, 뭘요. 제가 소속되어 있는 RSPN에서 발간한 책입니다. 시간이 있으면 제가 근무하고 있는 숲을 한번 돌아보셔도 좋을 텐데…. 미스터 초이, 다음에 시간을 충분히 내서 한 번 다시 오세요."

 

"정말 그러고 싶은데 일정이 너무 짧아요. 그리고 당신네 나라에 다시 오려면 여행비용이 너무 비싸 집을 팔아야 할 것 같소. 하하, 미스터 도르지가 나를 견습생으로 초청하면 어떨까?"

 

"하하, 한 번 연구해보지요. 여행비용이 비싼 이유 중의 하나도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아, 그래요?"

"네, 부탄에서는 배낭족이 마구 돌아다니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부탄은 아주 작은 나라여서 많은 여행자들을 받아들이기도 어렵지만 여행객이 많이 올수록 자연이 그만큼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 도르지가 기자에게 준 '부탄의 자연유산'. 부탄왕립자연보호 협회에서 발간한 책으로 부탄의 자연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현재 부탄은 연간 약 2만 1천 명 정도의 여행객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제한하지는 않고 있지만, 하루에 250달러 내외를 내야 하는 여해비용은 여행자들에게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따라서 비싼 여행비용이 자연히 여행객 수를 제한시켜 주고 있다는 것.

 

▲ 붉은목두루미(사진제공, RSPN-부탄왕립자연보호협회)

 

부탄의 싱크 탱크로 불리는 부탄연구센터 카르마 우라Karma Ura 소장은 부탄이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적인 윤택함을 위한 생활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희생되고, 자연을 접촉하는 기회가 줄게 되어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근대화가 초래하는 폐해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근대화를 주의 깊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는 부탄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고 근대화로부터 오는 폐해를 막기 위해 근대화의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개인적으로는 결코 행복은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부탄은 개인들의 경제적인 윤택함을 위해서 결코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는다 한다.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사는 것이라는 것이다.

 

 

▲ 부탄의 마을사람들에게 나무 심기를 설명하고 있는 도르지 (사진 제공, 체텐 도르지)

 

개인의 행복보다는 국민 전체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부탄의 행복 정책이다. 자연환경을 천연 그대로 보호유지하고, 불교를 믿는 신앙생활, 그리고 부탄의 전통을 지켜가며 서서히 근대화를 추진하려는 것이 부탄인들이 믿음이다. 인구 약 70만 명의 작은 나라 부탄의 국민들이 왜 행복지수가 높은지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숲에서 버드 왓칭을 하고 있는 미스터 도르지

 

도르지가 돌아간 후 나는 다시 타킨과 도르지의 미소가 떠올랐다. 어쩐지 둘은 닮은꼴이다. 모든 생물이 윤회에 의해서 돌고 돌며 태어난다면 타킨이 도르지가 될 수도 있고, 도르지가 타킨으로도 태어날 수도 있다. 도르지와 타킨의 미소를 생각하면 지금도 저절로 마음이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