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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⑩] 부자를 꿈꾸지 않는 불국토의 나라

찰라777 2014. 1. 9. 05:29

[부탄여행⑩] ‘이것으로 충분하다’며 나눔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

 

국립 메모리얼 기념탑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 팀푸 중심가에 세워진 국립기념탑

 

 

▲국립기념탑 코라를 돌고 있는 팀푸의 불자들

 

팀푸 시의 중앙에는 국립기념탑National Memorial Chorten이 우뚝 서있다. 메모리얼 초르텐은 팀푸에서 가장 비주얼이 강한 불탑이다. 이 탑은 불심이 돈독했던 지그메 도르지 왕축 3대 국왕의 명으로 세워진 불탑으로 전통 티베트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초르텐에는 불교 탱화와 신상들이 화난 표정과 평화스런 표정으로 새겨져 있다.

 

팀푸 시민들이 초르텐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사람들은 티베트의 코라(탑돌이)와 마찬가지로 시계방향으로 돈다. 모두가 손에 손에 작은 마니차나 염주를 들고 '옴마니 반 메훔'이나 다른 주문을 지극 정성으로 독송하며 탑을 돌고 있다.

 

▲ 불탑 앞에서 간절하게 기도를 하고 있는 팀푸의 노인. 그녀으 간절한 소망는 무엇일까?

 

 

탑 주변에 가부좌를 틀고 하고 앉아 간절하게 염불을 하며 기도를 하는 노인들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하다. 그 간곡한 기도가 지나가는 사람의 가슴까지 사무치게 파고 들어오는 것 같다. 그들의 표정엔 욕심도 성냄도 초월한, 오직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며 내세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부탄인들이 다툼 없이 평화롭게 살아올 수 있었던 행복의 근간에는 불교의 가르침이 가장 크다. 그들에게는 삶은 일시적인 것이며, 사후에도 내세가 존재한다고 믿는 윤회관이 깊이 뿌리 박혀 있다. 다음 생에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지는 현세에 좋은 일을 얼마만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내세를 굳게 믿는 사람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잘 살고 싶고 더 많은 재산을 향유하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우리와 또 같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의 삶은 잠깐이며, 어느 누구도 죽을 때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있다.

 

▲ 삶을 초월한 팀푸노인들의 기도는 '이것으로 족하다'는 표정이 담겨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고 점점 많은 것을 바라기보다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만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오랜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서 깨닫고 있다. 물론 부탄에도 빈부의 격차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만일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위에서 반드시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오랜 공동체의 정신이 깔려 있기 때문에 어려울 때 서로가 의지가 되는 것이다.

 

국왕이 땅을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나라

 

부탄의 농부들은 대부분 경작을 하며 먹고 살만한 자신의 밭을 조금씩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작농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땅이 없는 농민들에게 부탄의 국왕들은 대대로 국왕소유의 땅을 논밭을 갖지 못한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고 한다. 3대 국왕은 농노를 해방시키고 귀족 계급 소유의 땅을 일반 국민에게 분배해 주었다. 4개국왕은 땅이 없는 국민에게 자신의 소유지를 분할해주어 자립을 지원했다. 현 5대국왕도 동부탄에서 땅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유지를 나누어 주고 있다고 한다.

 

국왕의 이런 나눔 정신도 '가진 것을 베풀라'는 불교적인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다. 부탄은 넉넉한 나라가 아니다. 지금도 인도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밝고 여유가 있다. 산간지방의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가면서도 생명을 결코 해치지 않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다. 작은 것에서 만족함을 알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불국토의 나라가 부탄이다.

 

▲ 불탑에 정성스럽게 절을 하는 불자

 

부탄연구센터 카르마 우라 소장은 부탄 사람들의 마음에는 끈끈한 정을 나누며 서로 돕고 살고 있는 미덕이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활에 '좀더, 좀더'하고 욕심을 내면 차츰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게 되고, 자신만의 만족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것은 고독으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 우리는 주위와 교류하며 공동체에 머물러야 합니다. 원만한 인간관계야말로 행복의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간관계가 돈 다음의 순위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 매우 개인적인데, 무엇이 인간의 자유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의미에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자유란 '행복한 생활'로 바꿔 말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인간의 자유가 세상을 개인주의로 만들어버린다면, 그것은 사회전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 한다. 자기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생각은 자신을 외롭고 고독하게 만든다는 그의 말을 우리는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 언젠가는 '구루 린포체로 태어나고 싶다는 가이드 쉐리가 부탄 노인들과 정겹게 대화를 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부탄의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것도 바로 이러한 욕심 없는 불교의 사고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필요이상으로 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갖고 있다면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이상으로 자꾸만 욕심을 내는 데서 여러 가지 번민과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부탄인들의 믿음이다.

 

그래서인지 초르텐 앞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떤 욕심을 초월한 경지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지금 살아 숨 쉬며 기도할 수 있는 것에 행복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세에는 더 좋은 세상에서 더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어떤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쉐리 저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 행복 하느냐고 물어 볼 수 없을까?"

"그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 것입니다. 그들은 저 상태대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아하, 그렇기도 하겠군요."

 

쉐리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런 질문을 하려고 했던 내 자신이 괜히 부끄러워졌다. 어떤 잣대로든 인간의 행복을 함부로 측정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하고 묻는 것 자체가 아주 어리석은 질문이 될 수밖에 없다.

 

▲ 빅 붓다 상 언덕에서 바라본 팀부계곡. 멀리 히말라야 설산이 보인다.

 

부탄사람들은 결코 부자를 꿈꾸지 않는다. 비록 국민소득이 2000달러 수준이지만 부탄은 교육비도 무료이고, 병원비도 무료이다. 기근으로 굶주려 죽는 사람도 없고, 고아가 없으며, 노숙자도 없는 나라다. 또한 관리들은 절대로 뇌물을 받지 않는다.

 

채소는 대부분 무농약으로 재배하며, 어떤 장식을 위해서 무리하게 꽃을 꺽지 않는다. 부탄의 자연에는 꽃이 매우 풍부하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마당을 꽃으로 채우거나, 일정지역을 꽃으로 장식하는 경우는 없다. 그저 자연 그대로의 풀과 나무에 피어있는 꽃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그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한다.

 

그런 사상을 심어주기 위하여 어릴 적부터 교육을 공공문제로 여기고 정부는 어린이 교육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그 교육의 밑바탕에는 불교가 깊게 깔려 있다. 부탄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부탄 역사는 대부분 불교와 관련된 것으로, 여러 고승들의 활동과 업적을 가르친다고 한다.

 

특히 부탄에서는 구루 린포체Guru Rinpoche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다. 구루 린포체는 8세기경 부탄에 불교를 처음으로 전했다는 구루 파드마삼바바Guru Padmasambhava를 말한다. 부탄의 사원이나 각 가정에는 반드시 구루 린포체의 상이나 그림, 조각 등을 한 가지는 모시고 있다. 구루 린포체가 없는 부탄의 불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 구루 파드마삼바바 탱화(파로). 8세기 경 최초로 불교를

부탄에 전한 구루 린포체로 부탄 사람들의 절대적은 숭배를 받고 있다.

(사진 :  위키백과 인용)

 

"쉐리, 저 구루 린포체는 부탄에서 어떤 존재입니까?"

"우리는 누구나 다음 생에 저 구루 린포체와 같은 깨달은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저 역시 언젠가는 저 구루 린포체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몇 백 생을 두고 선행을 닦아야겠지요."

 

쉐리 역시 구루 린포체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다. 어느 사원을 들어가거나 그는 지극 정성으로 구루 린포체를 향하여 절을 했다. 그런데 구루 린포체 상을 자세히 보면 웃는 듯 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성난 모습을 하고 있다.

 

부탄 사람들은 구루 린포체의 상을 통하여 자신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음이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 구루 린포체를 보면 웃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마음이 악하거나 불순한 사람이 구루 린포체를 보면 성난 모습으로 보인다고 한다. 내 마음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저 구루 파드마삼바바는 이미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다.

 

 

불국토로 장엄한 극락정토

 

▲ 높이 51.5미터의 석가모니 불상(Buddha Dordenma Statue) 팀푸계곡 입구에 세워져 있다.

 

사실 이번여행은 다르질링에서부터 파드마삼바바의 흔적을 찾아 시킴을 거쳐 부탄까지 온 것이나 다름없다. 다르질링에서는 파드마삼바바가 남긴 보물 중의 하나인 '티벳 사자의 서' 필사본 '바르도 퇴돌'을 친견견하고, 험준한 계곡을 넘어 파드마삼바바가 명상할 장소를 찾기 위해 화살을 쏘아 떨어진 자리에 세워진 나라 시킴왕국으로 갔다.

 

그리고 파드마삼바바에 의해 불교가 전래되었다는 부탄까지 오게 되었다. 구루 린포체가 이 지역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대단하다. 어디를 가나 구루 린포체의 상을 극진히 모시고 있었다.

 

▲ 팀푸시내를 자비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상. 불상 주변에는 125,000개의 작은 불상이 있다.

 

우리는 메모리얼 탑을 떠나 '부다 도르데마 상Buddha Dordenma Statue을 보기 위해 쿠엔셀포드랑 공원 언덕으로 올라갔다. 일명 빅 붓다라 불리는 거대한 석가모니 상이 팀푸 계곡을 자비의 눈으로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높이 51.5m에 달하는 부처상은 황금빛으로 도금을 하였는데, 그 주변에 125,000개의 작은 불상이 에워싸고 있었다. 이 불상은 최근 팀푸계곡 입구에 세운 것으로 세계 평화와 행복을 염원하기 위해 새워진 것이라고 한다. 부탄 사람들이 불교에 귀의하며 세계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모습이다.

 

 

▲ 자비와 나눔을 행하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인

 

▲ 석가모니 부처상은 우리나라 석상과 비슷하게 닮아있다.

 

룸비니에서 탄생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은 인도, 네팔, 티베트를 거쳐 시킴왕국과 부탄, 그리고 동남아시아와 중국, 한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다.

 

그 중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며 불국토로 장엄한 나라는 부탄이라는 생각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행복이란 무어일까? 많이 가진다고 해서, 전륜성왕(轉輪聖王) 같은 군주나 진시황제 같은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설산에 둘러싸인 팀푸계곡을 바라보며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화두가 허공에 맴돌고 있었다.

 

히말라야 설산에 둘러싸인 작은 '은둔의 땅'은 부탄이야말로 진실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지상에서 마지막 남은 극락정토가 아닐까? 자비와 나눔의 실천, 그리고 이웃끼리 서로 소통하며 어려움을 나누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메모리얼 탑과 빅 붓다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