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오이 지주대를 세우며...

찰라777 2014. 5. 5. 09:58

5월 4일, 일요일

 

 

5월은 농부들에겐 참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는 나 역시 예외일수는 없습니다. 서투른 솜씨인지라 일손이 더욱 바빠집니다. 거기에다가 도심을 오가는 생활이니 더욱 바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즈음은 거의 7도7촌(7都7村-7일은 도시에서 살고, 7일은 촌에서 사는 생활) 생활을 하다보니 연천에만 오면 거의 하루 종일 텃밭에 나가 꼼지락 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아내가 요즈음 따라 병원을 자주가고, 서울에 가면 또 할일이 이것저것 있다보니 징검다리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일주일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아내 병원, 자비공덕회 법회, 안양 관음사 방문 등 바쁜일정을 보내고,  5월 1일 연천 금가락지에 온 후 잠시도 쉴틈이 없군요. 밭을 일구고, 고구마를 심고, 고추, 오이, 수박, 참외, 토마토, 파프리카, 생강, 도라지, 곰취를 파종했습니다. 그 와중에 윗집 장선생님 댁의 고라니 망을 함께 쳐주고, 소요산 등산까지 하였습니다. 하하, 이렇게 쉴틈없이 몸을 돌리다 보니 마음에 잡념이 잠길 없습니다.  

 

 

오늘도 도라지와 곰취파종을 하고 생강을 파종하는 틈새에 오이지주대를 세웠습니다. 작년에 지주대를 세울 때에는 애를 많이 먹었는데, 금년에는 수월하면서도 단단하게 지주대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경험이 최고 인것 같습니다. 오이라고 해보아야  고작 6그루이지만 그래도 지주대는 세워주어야 합니다.

 

긴 지주대를 비스듬히 꽂고, 짧은 지주대를 뒤에 삼각형으로 받쳐, 타이로 단단하게 묶었습니다. 그 지주대에 오이 망사를 씌우고, 다시 위 중간, 밑에 타이로 단단히 묶고, 양쪽을 팽팽하게 줄을 묶어 고정을 시켰습니다. 태풍이 불어와도 넘어지지 않을 것 같군요.^^

 

 

오이지주대까지 세우고나니 왠지 마음이 흡족해 집니다. 적게 바라고 적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간다면 부자가 부럽지 않겠지요. 오늘 심정이 그렇습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안다면 필시 그것은 우리 마음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줄것입니다.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한다면 쓸데 없는 것들을 얻으려고 애쓰지 않아 마음에 번뇌가 적어지겠지요. 무엇을 더 많이 가지려는 생각을 하면 어려움과 그것을 얻지 못하는 실망이라는 두 가지 괴로움이 따르겠지요.  

 

 

그대가 언제나 만족해 있다면

그때는 설령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도둑맞는다 해도

스스로를 가장 큰 부자로 여기리라.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른다면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그대는 그 돈의 노예일 뿐이다. --나가르쥬나

 

 

 

 

 

 

 

오늘은 또 서울로 가야합니다. 내일은 부처님 오신날이라 향운사 암자에 가서 등불을 밝히고, 이 땅에 부처님 오심을 감사드려야 겠지요. 성탄절에는 예수님 오심을 축하드리고, 감사 기도를 드리듯이...  다음주에도 아내가 징검다리로 병원에 가야 하니 또 일주일 후에나 금가락지에 올 것 같습니다. 해서 물을 충분히 주고 텃밭에 심은 씨앗들과 어린 싹들에게 잘 있으라는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애들아, 주인 없는 사이에도 씩씩하게 잘 자라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