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개망초 천지로 변한 두포리 오갈피나무 밭

찰라777 2014. 5. 23. 10:21

개망초 천지로 변한 두포리 오갈피나무 밭

 

▲ 개망초 일색으로 변한 오갈피나무 밭

 

3년 전 오갈피나무를 심어놓은 파평 두포리 밭에는 망초와 개망초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개망초는 밭 초입에서부터 콩나물처럼 입추의 여지없이 빽빽이 들어 차 있었다. 더구나 오갈피나무가 있는 주변은 개망초들이 오갈피나무를 호위하듯 촘촘히 들어 차 있다.

 

"원, 이렇게 개망초 일색으로 변하다니…"

 

원래 망초는 북아메리카 원산지의 귀화식물이다. 망초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경위는 구한말 개항(1876년)이후 유입되어 철도공사를 할 때 철도침묵에 묻어나 전국에 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치욕적인 경술국치(1910년)를 전후하여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풀이 전국에 퍼지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 하여 사람들은 이를 '망국초(亡'國라草)'부르게 되었는데 이후 '망초'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 얼기설기 얽혀진 망초의 뿌리

 

망초는 농약을 쳐도 잘 줄지 않는다. 뿌리가 어찌나 튼튼하던지 어지간히 가물어도 잘 죽지 않는 잡초 특유의 근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농부들은 '망할 놈의 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잡초를 뽑아보면 뿌리가 얼기설기 얽혀 땅 속 깊숙이 박혀 있다. 

 

개망초는 망초와 유사한 종인데, 이 역시 일제 강점기에 전국의 온 산야를 하얗게 덮어버렸다고 한다. 나라를 잃은 설움도 참을 수 없는데, 거기에다 뽑아도 뽑아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풀을 보자 농부들은 "개 같은 망할 놈의 풀"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그후 이를 '개망초'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갈피나무를 심은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잡초의 종류가 매년 달라져갔다. 첫해 봄에는 주로 쑥과 망초류를 주종으로 여러가지의 잡초들이 온 밭을 덮었다. 그해 5월경에 잡초를 한 번 뽑아 주었는데, 여름이 되자 억새종류가 오갈피나무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뒤덮었다. 

 

▲ 억새풀 속에 파묻힌 오갈피나무(2012)

 

억새류를 일일이 뽑아서 오갈피나무를 겨우 찾아 살려놓았다. 그런데 그 다음해에는 야생콩 등 줄기 식물이 얼기설기 얽혀 오갈피나무를 꽁꽁 동여매고 말았다. 그 야생콩을 일일이 뽑아내어 오갈피나무의 숨통을 겨우 트여 주었다.

 

그런데 금년에는 개망초가 수많은 군사들처럼 오갈피나무를 에워싸고 있다. 이제는 잡초들과 경쟁력이 생겨날 정도로 오갈피나무들이 제법 생장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오갈피나무 주변에 있는 개망초를 뽑지 않고 낫으로 베어주기만 했다.

 

 

▲ 오갈피나무를 동여맨 야생콩(2013)

 

같은 밭인데 매년 잡초의 종류들이 달라지는 것은 왜일까? 식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변천해 가는데, 이를 식물 천이((遷移, succession) 과정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나지의 상태에서 맨 처음 나타나는 것은 냉이 같은 1년 생 풀들이다. 그러다 망초 같은 다년생식물이 나나타고, 이어서 싸리 같은 양수성을 띤 관목이 나타난다.  

 

양수성을 띤 나무 밑에 활엽수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양수성 교목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활엽수 숲이 되고, 서어나무나 단풍나무 같은 음수성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하면 활엽수도 자리를 내어 주게 되어 극상림(極相林, climax)을 이루게 된다. 이를 숲의 천이(遷移, succession)과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어떤 생육지에서 자라는 식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변화하게 된다. 어떤 원인이 의해 형성된 나대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식물(개척자)이 이입, 정착하여 개체수를 늘리고, 또 다른 종의 식물들도 계속 유입되어 초원, 관목림, 교목대를 이루게 된다. 이곳 오갈피나무 밭도 잡초류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며 천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잡초를 3년 동안 정리를 해 주었더니 밭이랑 사이에 심지도 않는 돌미나리들이 치천에 돋아나고 있다. 돌미나리는 해독작용이 뛰어난 식물이다. 특히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 철분 등이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몸속의 노폐물을 제거해주고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돕는다고 한다.

 

▲ 신이 선물해준 돌미나리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돌미나리들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간이 약한 나에게 신이 선물을 주신 것일까? 친구와 함께 오갈피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개망초를 제거하고 돌미나리를 캐기 시작했다. 돌미나리 향기가 온 몸에 그윽하게 퍼진다. 1시간가량 캐고 나니 돌미나리가 바구니에 가득 찬다.  

 

3년 동안 잡초를 정리하느라 땀께나 흘려야 했는데 신은 그런 정성을 알아주었는지 해독이 뛰어난 식물인 돌미나리를 선물해 주시다니.... 바구니에 가득 찬 돌미나리를 들고 나오는데 돌미나리 특유의 향이 나를 즐겁게 해준다. 3년 동안 정을 쏟아 온오갈피나무 밭은 그대로 두면 어떤 식물들이 극상림을 이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