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천금 같은 소낙비 맞으며 덩실덩실 춤을...

찰라777 2014. 6. 14. 17:01

천금 같은 소나기가 내리다!

가뭄 끝에 내린 소낙비를 맞으며 덩실덩실 춤을...

 

 

 

▲ 6월 13일 밤 8시 가뭄끝에 천금같은 소나기가 내렸다.

 

 

13일 저녁 8시, 금굴산 위로 먹구름이 몰려왔다. 먹구름은 임진강을 휘감고 동이1교 사장교에 닿을 듯 소용돌이 쳤다. 아내와 나는 창밖으로 먹구름을 바라보며 한줄기라도 좋으니 소나기가 후련하게 내려오시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저건 소나기를 내려줄 비가 확실해요."

"정말 한 줄기라도 좋으니 시원하게 내려주었으면 좋겠어요."

 

 

▲ 미산면 동이리로 몰려 오는 먹구름, 그리고 천금 같은 소나기

 

 

지성이면 감천일까? 곧 콩알 같은 빗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들리자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떨어지는 빗방울 그대로 맞았다. 소나기는 제법 세차게 내렸다.

 

아아, 임진강 남계리 벌판 건너 동산에는 둥근 보름달이 걸려 있는데 금굴산 자락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다니… 이건 위대한 축복이다. 소 왼쪽 등에는 비가 내리고 오른쪽 등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더니... 자연의 조화는 참으로 묘하고 묘하다. 동네일기 예보에는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전혀 없는데도 이렇게 갑자기 비가 소나기가 내려 주시다니…

 

 

 

 

▲ 임진강 건너 비가 내리지 않는 동산에 걸려 있는 둥근 달.

밑에는 소낙비를 맞다가 흔들려서 잘못찍은 사진인데 번개처럼 멋지게 보인다!

 

 

왼쪽 소등에는 비가 내리고 오른 쪽 등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더니...

하늘이 내려주신 천우신조, 소낙비

 

빗방울이 제법 차갑다. 나는 비를 맞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 동안 가뭄으로 먼지가 덕지덕지 낀 내 마음을 때를 씻어내려 주는 것 같다. 이리도 좋을까? 텃밭에 작물들도 소나기를 맞으며 덩달아 춤을 추고 있었다.

 

 

▲ 소나기로 양동이에 가득 채워진 빗물

 

곧 처마에서 물줄기가 콸콸 쏟아져 내렸다. 소나기는 굵어졌다 자지러졌다 하며 약 30분 동안 내렸다. 정말 천금 같은 소나기다. 처마에서 떨어진 빗물은 금방 큰 양동이를 가득 채우더니 이내 넘쳐흘렀다. 이 정도의 강우량이면 지난 6월 2일 하루 종일 내렸던 가랑비 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그러다가 감기 들겠어요. 빨리 들어오세요."

"감기 좀 들면 어때? 귀한 빗님이 오셨는데 쌍수를 들어 맞이해야 하지 않겠소? 콩 싹이 곧 돋아나겠는데. 내일은 들깨를 부어야겠소."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천금 같은 소나기네요."

 

이마에 맺힌 빗방울을 닦으며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렇다. 자식처럼 키우는 작물들이 목이 타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속이 타들어 간다. 그런데 그렇게도 귀한 비가 가뭄 끝에 오셨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날이 밝자 마자 텃밭으로 나갔다. 호미로 땅을 파보니 약 15cm 가량 젖어 있다. 이만하면 상당한 양이다. 어제 내리 소나기를 맞은 작물들이 모두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토마토는 그새 알이 더 굵어져 싱싱하게 달려있다. 토마토는 제7화방까지 꽃이 맺히고, 한 화방에 열매가 4~5개씩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금년에 가장 잘되는 농사는 단연 토마토다. 과연 저 무거운 열매를 토마토 줄기가 버티어 줄지 걱정이 된다. 토마토 원줄기를 5번째 묶어 두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지않는다.

 

▲ 터질 듯 생생하게 매달려 있는 토마토

 

수박은 덩치가 훨씬 더 커져 있다. 한 그루에 하나 내지는 두 개씩 달려 있는데, 한 개 달린 수박이 훨씬 크고 싱싱하게 자란다. 오이는 잎이 활기차고 길이가 부쩍 더 길어져 방망이처럼 튼실하게 뻗어 내리고 있다.

 

 

▲ 수박

 

 

▲ 오이

 

 

참외는 또 어떠한가? 아기 새끼손가락처럼 연약하던 참외가 조롱박처럼 커져 있다. 어미덩굴 순을 이미 잘라주고, 아들덩굴과 손자덩굴의 순을 부지런히 잘라주고 있다. 그러나 참외를 기르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 참외

 

단호박도 아기 팔뚝처럼 커져 있다. 호박은 땅이 척박해도 잘 자란다. 호박 넝쿨 사이에 있는 풀을 잘라 주었지만 금세 또 자라나 있다. 가지도 보라색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단호박

 

 

풀이 무성한 더덕 밭으로 가서 풀을 헤 짚고 살펴보니 더덕 싹이 비시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한 잎사귀에서 더덕 향기가 강하게 풍겨온다. 건드리면 향기를 발산하는 것이 더덕이 아니던가?

 

 

 

▲ 수풀 속에서 웃고 있는 더덕 새싹

 

이미 풀을 두 번이나 베어 주었는데 한 번 더 베어 주어야 할 것 같다. 풀에 치이면서 용을 쓰고 있는 더덕의 미소가 가상하지 않은가? 풀을 뽑으면 더덕까지 함께 뽑혀버린다. 밑이 굵어질 때까지 풀을 베어주어야 할 것 같다. 도라지도 수풀 속에서 맹렬하게 용트림을 하고 있다. 빗물이 마르면 힘이 들더라도 햇빛을 볼 수 있게 풀을 베어내고 정리를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마늘

 

마늘과 양파는 잎이 노랗게 시들어 가고 있는데 아마 수확기가 다 되어가는 징조일거다. 옥수수는 독일 병정처럼 날이 서 있고, 고구마순은 하루사이에 잎이 훨씬 무성해진 것 같다. 콩 싹도 함초롬히 빗물을 머금고 생글거리고 있다. 당근도 잎이 무성해지며 특유의 향을 발산하고 있다.

 

 

 

▲ 옥수수

 

 

 

▲ 서리태콩 새싹

 

 

연약하기 그지없던 여주도 가느다란 덩굴손을 뻗어내며 열심히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여주 옆에는 작년에 심었던 수세미가 저절로 싹이 돋아나고 있다.

 

 

 

▲ 여주

 

▲수세미

 

워낙 말라서 파삭파삭 하던 잔디밭도 물을 머금고 푸르러지고 있다. 이번 소나기가 잔디에게는 금상첨화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빗물을 머금은 잔디밭

 

소낙비를 맞은 돼지감자는 밤새 키가 훌쩍 자라나 정자와 울타리를 넘고 있다. 무성한 잎이 파랗게 날이 서 있다.

 

 

 

▲ 무성하게 자라나는 돼지감자

 

고구마 밭에 자생적으로 돋아난 들깨를 옮겨 심어 놓았는데 마냥 시들시들하더니 젖은 땅에서 줄기를 활짝 펴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당근

 

 

강남콩

 

 

오, 고고하게 서 있는 명아주는 어떠한가?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 튼튼하게 자생한 명아주를 몇 개 남겨 두었는데 마치 장승처럼 우뚝 서서 텃밭을 지키고 있다. 청려장(靑藜杖)을 만들기에 좋은 명아주다.

 

 

 

 ▲ 돌장승처럼 텃밭을 지키고 있는 명아주. 멋진 청려장 깜이다.

 

천금 같은 소나기를 맞은 텃밭의 모든 작물들이 생생하고 건강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작물들의 건강한 기운을 받은 금가락지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기가 돈다. 덕분에 아내의 건강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눈을 감으면 천금 같은 소낙비를 맞고 생생하게 자라나는 30여 가지의 텃밭 작물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파노라마처럼 교차 한다. 나는 38선 이북에소 진정한 귀촌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임진강 건너 동산에서 여명의 새벽이 밝아오는 아침, 나는 겸허한 마음으로 비를 내려 주신 하늘과 바람, 구름, 그리고 대지의 신에게 감사 기도를 드렸다.

 

 ▲고추

 

 ▲가지

 

 ▲상추

 

 ▲부추

 

 ▲미나리

 

 ▲늑제 심은 콩밭

 

▲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