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막힌 홈통 뚫는 일 장난이 아니네!

찰라777 2014. 6. 16. 06:09

귀농귀촌 남 보기엔 부러운 낭만,

그러나 그 낭만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평생을 도시에 살다가 오지로 귀농이나 귀촌을 하는 경우에는 거의 맥가이버 수준이 되어야 한다. 어지간한 집수리나 수도꼭지 고장, 집기, 가구 등을 수리를 하려고 읍내 등에 위치한 수리 센터에 전화를 해도 잘 오지를 않는다.

 

▲ 처마 홈통에 가득 차 있는 낙엽 퇴적물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고 가는 거리가 멀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 품삯을 주지 않으면 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리를 하는 시간은 고작 1~2시간 걸리더라도 거의 하루치 품삯을 주어야만 수리가 가능하다. 그런 실정이다 보니 서투른 솜씨이지만 어지간한 수리는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한다.

 

오지에 귀농귀촌을 하여 전원생활을 하는 것은 공기 좋고 산수 좋은 곳에서 살고 있으니, 남이 보기엔 부러워 보이는 낭만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낭만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생필품을 구입하는 불편, 문화생활의 불편, 교통의 불편은 물론이고, 파리, 모기, 뱀, 지네 등 벌레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텃밭이나 집안 여기저기에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잡초와의 전쟁도 만만치가 않다.

 

 

▲ 나사를 여섯 개나 풀고 굴절 된 홈통을 뜯었더니 ...

 

▲ 홈통에 낙엽 등의 퇴적물이 꽉 차 있어 배수가 안 된다.

 

 

지난 6월 12일 천금 같은 소나기가 내리던 날 처마를 바라보니 홈통으로 물이 흘러내리지 않고 넘쳐서 마구 쏟아져 내렸다. 뭔가 홈통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사다리를 놓고 조심스럽게 올라가 보니 맙소사! 홈통에 낙엽과 지붕 퇴적물이 가득 차 있지 않은가?

 

홈통의 나사를 어렵사리 풀고 뜯어보니 구부러진 연결부위에 퇴적물이 꽉 차 있었다. 작년 가을에 떨어져 내린 낙엽과 아스팔트 싱글 기와가 마모되어 씻겨 내려온 퇴적물이 홈통을 꽉 메우고 있었다. 퇴적물을 일일이 빼내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귀촌을 하기 전 도시에서 생활을 했을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 지붕 위 수평 홈통에도 낙엽과 지붕 마모 퇴적물이 가득 고여 있다.

 

지붕 위를 살펴보니 홈통 배수관에도 역시 낙엽과 아스팔트 싱글 퇴적물이 가득 쌓여 있다. 작년에 청소를 했는데도 1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퇴적물이 쌓인 것이다. 사다리를 안전하게 설치하고 지붕으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사다리는 뒤뚱거리지 않게 수평으로 설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다리가 넘어져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높은 지붕을 올라 갈 때는 사다리를 수평으로 안전하게 설치를 해야 한다.

 

 

▲ 꽉 막힌 지붕위의 배수 홈통

 

 

▲ 지붕에 떨어진 낙엽이 홈통을 막는다

 

처음에는 꽃삽만 들고 올라갔는데 홈 통 깊숙이 들어간 퇴적물을 도저히 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길고 가는 철사를 꼬챙이로 만들어 집게와 함께 들고 다시 지붕을 올라왔다. 그런데 퇴적물이 생각보다 많아서 이번엔 이것을 담을 용기가 필요했다. 다시 지붕을 내려가서 양동이를 가져왔다.

 

지붕 홈통 청소 경험이 없는데다가 나이가 들어가니 작업에 대한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잘 돌아가지 않는다. 꼬챙이로 퇴적물을 파내고, 집게로 집어서 들어냈다. 홈통 배수관에 쌓여 있는 아스팔트 싱글 퇴적물은 꽃삽으로 긁어냈다.

 

 

▲ 홈통 막힘을 뚫는데 필요한 도구들. 긴 꼬챙이, 집게, 꽃삽, 양동이, 빗자루, 쓰레받기 등이 필요하다.

 

내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우리 집 지붕엔 홈통 구멍이 7개나 있다. 그런데 홈통구멍이 생각보다 너무 작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장마철 폭우가 내릴 때는 물이 홈통을 넘치고, 낙엽 등 퇴적물이 밑으로 빠져 나가지 못해 쌓이면서 홈통이 막혀버린다.

 

또 수평으로 받친 홍통이 균형이 잘 맞지 않아 물이 순조롭게 흘러내리지 못하고 중간에 퇴적물이 자꾸만 쌓여가는 것이다. 당초부터 공사가 잘 못 된 것이다. 장맛비가 내리면 홈통의 물이 넘쳐흐르게 되어 지붕 누수의 원인이 된다.

 

▲아스팔트 싱글 기와의 단점은 오래되면 마모되어 누수의 원인이 된다.

 

아스팔트 싱글 기와의 단점은 기와가 오래되면 마모가 되어 엷어지면서 역시 누수의 원인이 된다. 이 지붕도 머지않아 아스팔트 싱글 기와를 걷어내고 보수를 해야 할 것 같다.

 

땡볕이 내리쪼이는 지붕에서 쪼그리고 앉아 일곱 개의 구멍과 홈통 배관을 청소를 하다 보니 온 몸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퇴적물도 생각보다 훨씬 많아 거의 양동이로 하나 가득 찬다.

 

"이런, 한 번 더 내려갔다와야겠군…"

 

 

 

홈통에 남은 퇴적물과 지붕에 흘린 퇴적물을 쓸어 담기 위해서는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필요했다. 결국 사다리를 4번 째 오르락내리락 해야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남은 퇴적물을 쓸어 담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작업을 홀로 하는데 거의 한 나절이 넘게 걸린 것이다. 그러니 수리센터에서 하루 품삯을 받아야하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 꽉 막힌 지붕 배수 홈통

 

▲ 말끔해진 지붕 배수 홈통

 

그래도 퇴적물을 걷어내어 구멍이 뻥 뚫리고 말끔해진 홈통을 보니 마음이 개운하다. 이 정도면 장마철에도 지붕의 물이 흘러내리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며칠 전 하수구 청소에 이어 홈통까지 청소를 하고 나니 장마에 대한 걱정이 덜어진다. 이렇게 집은 닦고, 조이고, 보수를 해주어야 살아나게 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막힌 곳은 뚫고, 더러워진 곳은 말끔하게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야 벌레도 적고 나뿐 균의 서식도 줄일 수 있다. 모름지기 항상 모든 사물을 깨어 있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주의 깊게 살피며 관리를 해야 한다.

 

 

귀농귀촌 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은 벌레를 조심해야 하고, 벌레는 사람을 조심해야 서로 다치지 않는다. 실내에서는 반드시 실내화를 신고, 옷을 입을 때나 잠자리에 들 때도 이불을 툭툭 털어 지네나 벌레가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텃밭에서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장화를 신고, 팔에 토시와 장갑을 끼어야 뱀이나 지네에게 물리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를 할 수 있다. 풀 속에서 작업을 하기 전에 지팡이나 긴 막대기로 주변을 툭툭 쳐서 혹시 뱀이 없는 지 살펴보아야 한다.

 

어제도 텃밭에서 풀을 깎다가 똬리를 틀고 있는 독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러나 독사를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 긴 막대기를 들고 와 주변을 툭툭 치니 녀석을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며 산으로 줄행랑을 쳤다.  

 

▲ 지붕 홈통에서 거두어 낸 퇴적물

 

사람이나 미물이나 생각은 비슷하다. 생존을 위해서는 서로 조심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항상 깨어 있는 자세로 주변의 모든 사물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야생에서 공생공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의 깊게 주변을 돌이켜 보고 기억하는 마음의 기능은 마치 쇠갈퀴와 같다. 마음이 삐뚤어져 온전치 못한 곳으로 방황할 때 이 쇠갈퀴가 그 떠도는 마음을 낚아채서 온전한 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소낙비가 오던 날 처마 밑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장마철이 올 때까지 홈통이 꽉 막힌 채로 놓아두었을 것이다. 모처럼 가뭄 끝에 소낙비가 내리자 집안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홈통이 막힌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붕 전체에 홈통이 막힌 곳을 말끔히 털어내고 뚫어서 장마철에 생길 누수 사고의 원인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소낙비가 이렇게 나에게 고마운 깨달음을 가르쳐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