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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기행⑮]요강나물, 그 검은 꽃의 매력에 빠지다!

찰라777 2014. 7. 22. 06:10

 요강나물, 그 검은 꽃의 매력에 흠뻑 빠지다!

 

 

 

 

야생화 천국 설악산 서북능선을 가다

 

아침 7시, 소청대피소를 출발하여 중청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중청에서 끝청을 지나 서북능선을 타고 한계령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원래 계획은 수렴동계곡을 통해서 백담사 코스로 가기로 했으나 어제 대청봉주변의 야생화에 매료되어 야생화가 천국을 이루고 있다는 서북능선을 타기로 변경했다.

 

 

▲ 끝청에 만개한 철쭉위로 대청봉이 보인다. 

 

 

▲고산지대에 피는 철쭉은 색깔이 곱고 아름답다

 

 

어제 그렇게 극성을 부리던 바람도 잔잔해지고 산행을 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다. 용아장성릉과 공룡능선이 아침 운무에 싸여 신기루처럼 보였다가 사라지곤 한다. 설악산에서만 불 수 있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끝청에서부터 철쭉이 만개하여 마치 야생화 천국을 예고하는 것 같다.

 

 

신기루처럼 보이는 용아장성릉의 아침 풍경

 

 

▲귀때기청봉의 운무

 

 

중청을 지나 끝청으로 가는 길목에는 어제 바람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야생화들이 풀숲에서 보석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령초의 청초한 모습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약으로 썼을 때 수명을 연장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연령초라는 이름이 붙은 꽃이다.

 

▲ 연령초의 청초한 모습

 

이른 아침인데도 대청봉 정상에는 인증 샷을 찍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대청봉을 뒤로하고 끝청갈림길(해발 1600m)에서 묘하게 생긴 검은 색 꽃을 발견하였다. 마치 종처럼 생긴 검은 꽃에는 꽃받침이나 꽃턱잎도 없었다. 꼿꼿이 선 줄기에 종처럼 매달린 꽃잎에는 수많은 잔털이 머리카락처럼 돋아나 있었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것은 타원형으로 둥글게 목화다래처럼 달려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검은 요강처럼 보였다. 꽃잎이 막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검은 종 모양으로 다소곳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요강나물 꽃>임에 틀림없다!

 

 

▲ 꽃잎이 벌어지기 직전의 요강나물. 거의 검은 색이나 자세히 보면 흑갈색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이 요강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요강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 종처럼 생긴 꽃잎에 수많은 잔털이 붙어있다. 꽃부리가 종 모양을 하고 있어 <선종덩굴>이라고도 한다.

 

 

요강나물꽃은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듯 수없이 많은 검은 털로 이루어진 꽃봉오리 아래쪽이 꽃잎이 네 갈래로 갈라져 있다. 꼿꼿이 선 줄기 가지 사이에 꽃이 하나씩 달려있는데, 그 모습이 종과 비슷하다고 하여 <선종덩굴>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강나물(Clematis fusca var. coreana, 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은 설악산 이북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원산지가 한국이다. 어찌하여 <요강나물 꽃>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그것은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이 요강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말 꽃이 피어나기 전의 모습이 꽃 요강을 닮았다. 그것도 검은 요강을…

 

 

▲ 꽃잎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요강나물꽃. 검종덩굴과 혼동하기 쉬우나 요강나물은 검종덩굴과 달리 꽃받침이 없고 가지사이에서 바로 피어나는 낙엽활엽관목이다.

 

 

이 세상에 검은 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들어왔다. 만약 검은 색 꽃이 존재하려면 가시광선을 모두 흡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빛의 파장을 흡수하는 색소나 또는 그러한 색소의 조합을 갖는 꽃잎은 없다고 한다.

 

꽃이 화려한 이유는 나비나 벌 등 곤충을 유인하여 수정을 하기 위함인데, 곤충의 눈에 잘 띄지 않아 모든 식물은 본능적으로 진화에 불리한 검은 색을 가지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 꽃잎이 벌어진 요강나물꽃. 색갈이 검정색에서 점점 흑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요강나물도 자세히 보면 완전히 검은 색은 아니다. 얼핏 보면 검은 색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흑갈색으로 꽃잎 안쪽은 연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열매는 9월경에 길이 약 3cm 정도 갈색으로 된 깃털 모양의 털을 달고 달걀을 거꾸로 한 모양으로 달린다고 하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다. 가을에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아 꼭 보고 싶다.

 

 

 

 

 

요강나물꽃은 자칫 검종덩굴꽃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을 해보면 검종덩굴은 꽃잎 밑에 두 개의 포엽(꽃받침)이 있고, 줄기가 옆으로 기는 덩굴성을 띈다. 반면에 요강나물은 포엽이 없이 꼿꼿이 선 나무줄기에 꽃이 한 송이씩 피어난다.

 

서북능선에서 요강나물과 비슷한 모양의 자주색 꽃을 발견했는데, <세잎종덩굴꽃>은 진한 자주색으로 색깔부터 다르다. 세잎종덩굴은 꽃자루에 두 개의 포엽이 달려있다. 세 장의 꽃잎이 종 모양처럼 밑으로 처지며 달린다.

 

댕댕댕~ 종이 울리네!

요강나물, 선종덩굴, 검종덩굴, 세입종덜굴...

설악산에 꽃종이 울리네.

 

 

▲ 세잎종덩굴

 

 

야생화의 보고, 서북능선을 걷다

 

꽃들의 세계는 보면 볼수록 오묘하고 신비하다! 이번 설악산 등반에서 여러 가지 희귀한 야생화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설악산은 1982년 8월 12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수려한 경관에 무려 1,000여 종류가 넘는 식물이 생육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남북한을 합쳐 대략 3,5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설악산은 그 4분의 1쯤 해당되는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다.

 

 

▲ 삿갓나물

 

 

설악산은 우리나라 특산식물 400여 종류 중에서 60여 종류가 자라고 있는 희귀식물의 보고다. 자주솜대, 솔나리, 털개불알꽃, 한계령풀, 기생꽃, 연잎꿩의다리, 천마, 솜다리, 산작약, 깽깽이풀 등은 설악산에서 법으로 보호하는 희귀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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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개승마(좌)와 자주솜대(우)

 

 

이 식물 중에서 설악산 등산로를 따라 볼 수 있는 것은 솔나리, 자주솜대, 천마, 연잎꿩의다리, 한계령풀, 기생꽃, 솜다리 등이고, 1,400m이상의 고지대 중청봉과 대청봉 일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솜나리, 자주솜대, 기생꽃 등이다.

 

특히 대청봉에서 끝청을 통해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서북능선은 설악산 야생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긴 능선 길에 숨어 숨 가쁘게 피어있는 야생화는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 힘든 산행을 즐겁게 해준다.

 

 

▲?

 

 

이 지역에는 털진달래를 비롯하여, 요강나물, 세잎종덩굴, 자주솜대, 삿갓나물, 초롱꽃, 솜나물, 큰앵초, 눈개승마, 벌깨덩굴 등 수없이 많은 야생화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 흑갈색으로 요염하게 피어나는 요강나물 꽃을 이 번 산행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행운이다.

 

 

▲ 은방울꽃

 

 

▲ 풀솜대

 

설악산에 자라나는 희귀식물들은 높은 지대에서 최악의 기후에도 적응하며 자라온 야생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가 높다. 이런 희귀식물은 한번 훼손되면 인위적으로 복원이 불가능하다. 법으로 보호를 하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생태계를 길이 보호하고 보전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정된 탐방로를 절대로 벗어나지 말고, 보호식물을 채집하지 말아야하며, 식물의 서식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조심스럽게 자연을 관찰하고 발견하는 감동, 체험의 기쁨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속세에 찌든 심신을 재충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늘 자연에 감사를 드려야 한다.

 

 

▲ 나도옥잠화

 

▲ 나도옥잠화

 

 

▲ 나도옥잠화

 

 

큰앵초

 

 

큰앵초

 

 

▲ 큰앵초

 

 

아름답고 희귀한 야생화가 없었더라면 서북능선을 따라 한계령으로 내려오는 길은 지루하고 매우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려한 풍광 속에 보석처럼 빛나며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야생화를 구경하며 내려오다 보니 지루 한 줄도 모르고 어느덧 한계령 휴게소에 다다랐다. 아침 7시 소청대피소에서 출발을 하여 6시간이 넘게 걸린 산행이다.

 

 

오후 1시 30분, 우리는 강원도 특산물인 사임당 막걸리 한잔에 황태국으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하다가 오후 2시 30분, 한계령 고개에서 2박 3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동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산을 오른 뒤에는 그 산의 정기를 그대로 지니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자연에서 체험한 감동과 정기를 집안에 가득 풍겨주어야 한다. 

 

버스좌석에 자리에 앉으니 저절로 눈이 감긴다. 몸은 노곤하지만 마음속에는 설악산의 수려한 풍경과 아름다운 야생화의 미소가 꿈결처럼 다가온다. 나는 끝청 고지에서 흑갈색으로 요염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요강나물꽃>을 그려보다가 그만 깊은 잠에 빠져들어 갔다.

 

 

 

 

 

  ★서북능선에서 만난 야생화와 풍경들

 

벌깨덩굴의 미소

 

 

  벌깨덩굴

 

 

  벌깨덩굴

 

 

▲ 붕어입을 닮았네! 벌깨덩굴도 보면 볼수록 재미있게 생겼다.

 

 

▲ 서로 키스를 하고 있는 <관중>

 

 

▲소청에서 중청으로 가는 길

 

 

 

 

 

▲끝청 갈림길

 

 

▲박새

 

 

▲한계령 옛길

 

 

▲만물상을 닮았네!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갈림길

 

 

 

 

▲마가목도 꽃이 피고

 

 

▲풀솜대

 

 

▲큰앵초

 

 

 

 

 

 

 

 

노랑제비꽃

 

 

 

 

금마타리

 

 

 

 

함박꽃

 

쪽동백

 

 

정향나무

 

 

눈개승마

 

▲버섯바위?

 

▲부부바위?

 

 

▲미이라?

 

 

▲주목

 

 

▲나폴레옹 모자?

 

 

 

 

▲한계령휴게소에서 사임당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황태국으로 점심을 먹고 서울로 직행

 

 

▲한계령휴계소에서 바라본 주전골 만물상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난 5월 28일 설악산 서북능선을 걸으며 만난 야생화에 대한 기행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