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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기행⑫]눈잣나무 일렁이는 대청봉을 오르다!

찰라777 2014. 7. 12. 15:25

수직한계를 느끼며 오른 대청봉

 

▲ 설악산 대청봉 눈잣나무 군락지. 향기와 꽃가루가 천리를 간다하여 <천리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희운각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다시 대청봉을 향하여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대청봉에 오르는 마지막 깔딱고개다. 거의 수직으로 된 오르막은 허리를 구부리면 이마가 언덕에 닿을 것만 같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길을 오른다. 뒤돌아보면 숨이 멎은 듯 아름다운 암벽들이 앞을 가리고, 앞을 보면 거의 절벽에 가까운 가파른 언덕이 앞을 가린다. 까마득하게 이어지는 철 계단을 젖 먹는 힘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병풍처럼 아름다운 기암괴석의 절경에 그만 온 정신을 홀리고 만다. 설악산은 그런 산이다.

 

 

 

▲ 소청봉을 오르는 마지막 깔딱고개

 

 

▲ 소청봉을 오르다 뒤돌아본 설악산 천불동계곡 비경

 

이윽고, 공룡의 등뼈처럼 거대하게 솟아있는 공룡능선이 나타난다. 설악산을 지나가는 백두대간답게 괴이하면서도 우람한 바위들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공룡능선은 동쪽으로는 천불동계곡을, 서쪽으로는 가야동계곡과 수렴동계곡을 끼고 있다. 감히 접근 할 수 없는 어떤 위엄이 서려있다.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간 우람한 산줄기는 공룡능선과 마등령을 거쳐, 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봉-진부령까지 이어지며 남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를 형성한다. 설악산 백두대간 중 가장 험한 산줄기인 공룡능선은 내‧외설악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그 중에서도 1275봉의 암봉이 공룡의 뿔처럼 우람하게 솟아있다.

 

 

 

 

▲ 설악산 백두대간의 줄기를 이루는 공룡능선

 

공룡능선 위로 멀리 울산바위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울산바위는 전설처럼 금강산에 가다가 멎어버렸을까? 산은 전설을 낳고, 전설은 산을 오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래서 전설은 자주 들어도 흥미로운가 보다.

 

아주 먼 옛날, 하느님이 금강산 경관을 빼어나게 빚으려고 전국에 있는 잘생긴 바위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그 중에 경상남도 울산에 있었던 큰 바위도 부름을 받고 금강산으로 길을 떠났다. 그러나 덩치가 워낙 크고 몸이 무거운 큰 바위는 워낙 느리게 걷다보니 설악산에 이르렀을 때 이미 금강산은 모두 빚어지고 말았다.

 

 

 

 

▲ 공룡능선 너머로 신기루처럼 보이는 울산바위

 

울산바위는 그만 갈 곳을 잃고,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갈 체면도 없어 그냥 설악산에 머물고 말았다. 그때부터 이 바위를 울산바위라고 불렀다고 한다. 둘레가 4km에 이르는 울산바위는 여섯 개의 거대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소청에서 바라본 울산바위는 마치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청봉(小靑峰 1,550m)에 오르니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소청, 중청, 대청이란 명칭은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설악산장(중청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배낭을 두고 카메라만 들고 대청봉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중청을 거쳐 대청봉에 이르는 길에는 눈잣나무가 다닥다닥 붙어 일렁이고 있다.

 

 

 

 

▲소청봉에서 바라본 용어장성릉과 공룡능선

 

 

바람이 어찌나 거세든지 안전대를 잡아야만 겨우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바람 때문에 숨을 쉬기도 어렵다. 그래도 사람들은 줄기차게 대청봉으로 향했다. 정상을 목전에 두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과연 히말라야 정상을 정복하려는 산악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강한 바람 때문에 거의 수직한계를 느낀다. 그래도 기어코 정상에 올라야 한다!

 

 

▲ 설악산 대청봉 인근 털진달래

 

▲노랑제비꽃

 

▲철쭉

 

 

 

강한 바람 틈새에서도 노랑제비꽃을 살짝 웃어주고, 연분홍 털진달래가 유혹을 한다. 아무리 산행이 힘들어도 꽃이 있어서 피곤함을 덜어준다. 5월 말경이지만 대청봉 주변은 이제 막 봄을 맞이한 듯 야생화 천국을 이루고 있다. 연분홍 철쭉도 아름답게 피어나 길손을 반기고 있다.

 

정상 부위에 서식하는 눈잣나무가 강한 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눈잣나무는 북방계 희귀식물의 하나로 설악산까지만 내려와 자란다고 한다. 키 큰 잣나무와는 달리 옆으로 누워서 자란다. 잣나무와 비슷하지만 땅을 기듯이 엎드려 자라는 점이 다르다.

 

 

▲ 누워서 자라는 눈잣나무는 설악산 대청봉이 남방한계선이 된다.

 

눈잣나무는 소나뭇과의 상록침엽수로 누워서 자란다는 뜻의 <누운잣나무>를 줄여서 <눈잣나무>라 불린다. 다섯 장의 잎이 뭉쳐진 줄기에 꽃이 암수한그루에 피는데, 향기와 꽃가루가 멀리 퍼지기 때문에 '천리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푸른 잎이 싱그럽게 일렁이는 눈잣나무 군락지는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이 보인다.

 

 

 

▲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대청봉. 그러나 강한 바람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대청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워낙 강한 바람 때문에 거의 기어가듯 기를 쓰고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정상을 눈앞에 두고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 으음~" 숨을 쉬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정상에는 올라가야 한다. 내 생에 일곱 번째 오르는 대청봉 정상이 바로 코앞에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