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사랑교로 갈까? 삼화교로 갈까?

찰라777 2014. 9. 4. 12:07

사랑교로 갈까? 삼화교로 갈까?

 

“여보, 저기 우리 집 큰 대문이 보이네요.”

“벌써요?”

 

남양주 도농역에서 출발을 한지 1시간 20분 만에 동이리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서울 봉천동에 살 때에는 자유로를 통해서 오는 거리가 약 100km에 달했는데, 지난 2월 남양주시 도농동으로 이사를 한 뒤로는 약 65km로 줄어들어 훨씬 오가기가 수월해졌다.

 

 

서울의 전세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감당을 못하고 부득이 남양주시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봉천동 집 주인은 2년 전보다 전세금을 무려 20퍼센트나 올려달라고 요구를 해왔다. 그래서 견지지를 못하고 서울보다 값이 훨씬 싼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으로 아이들 집을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샘이다.

 

 

▲동이리 마을로 진입하는 입구에 구축된 군 방어진지.

우리들은 이 방어진지를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큰 대문이라고 부른다.

 

 

마을 입구에는 방어진지가 높게 구축되어 있다. 미산면 동이리로 가기 위해서는 38선을 넘어가야 한다. 동두천쯤 도착을 하면 사랑교를 건너갈까? 아니면 삼화교를 건너갈까? 하고 잠시 망서려 진다. 전곡에 볼일이 있는 경우에는 사랑교를 건너고, 그렇지 않으면 어유지리를 통해 삼화교를 건너간다.

 

사랑교를 건너오든 삼화교를 건너오든 동이리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방어진지를 통과를 해야 한다. 내가 처음 이곳으로 처음 이사를 올 때에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는데다가 강을 몇 번이나 건너 이게 북한 땅인지 남한 땅인지 분간을 못하고 정말로 낯선 땅에 발을 들여 놓은 느낌이 들었는데,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흐르게 되니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

 

 

 

▲3면이 임진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동이리 마을

 

동이리 마을로 진입하는 길은 방어진지로 통하는 이 길 밖에 없다. 동이리 마을은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왼쪽으로는 북한 땅에서 발원한 임진강이 주상절리 적벽을 휘돌아 치며 남계리 벌판 끝에서 한탄강과 만난다. 두 강이 합수되며 임진강은 숭의전지를 지나 파주 쪽으로 흘러간다.

 

 

▲임진강이 3면으로 둘러싸여 있어 반도처럼 생긴 동이리 마을에 37번 국도 연장선인

거대한 '동이1교' 사장교가 완공단계에 있다. 이 다리가 개통되면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소음과 공해가 유발될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37번 국도의 연장선인 동이1교가 완성되면 전곡에서 바로 진입하는 인터체인지가 동리마을 입구에 생겨 자동차의 소음과 가스 공해가 많아질 것 같다. 개발은 편리함을 가져오지만 전원의 고요함을 앗아간다.

 

방어진지를 들어서면 나지막한 금굴산 자락이 펼쳐져 있고, 논밭이 좁은 길 양편에 늘어 서 있다. 이 방어진지를 지나 금굴산 자락으로 들어서면 마치 나만의 비밀의 화원에 들어선 느낌이 들곤 한다.

 

 

▲고구랴 시대에 축성을 했다는 당포성. 임진강을 가로지르고 있다리는 삼화교이다.

 

방어진지 오른 쪽으로는 고구려 시대에 구축했다는 당포성이 고요히 서 있다. 고구려, 신라, 백제가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렸다는 당포성을 가만히 바라보면 창과 칼을 들고 고함을 지르던 삼국시대 병사들의 환영이 성위로 치닫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