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밤에는 무서워서 대문 밖 출입도 못해...금굴산 멧돼지들의 반격

찰라777 2014. 9. 18. 06:08

금굴산 멧돼지들의 무서운 반격

 

 

 

▲천적이 없는탓에 멧돼지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 농가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집에서 50m 떨어진 별도의 텃밭에 옥수수와 호박, 콩을 심었다. 그리고 호박을 수확하고 난 후 무씨, 쪽파, 강화무, 갓씨, 시금치 씨를 파종을 했다. 그런데 그 밭에 가보니 멧돼지가 쑥밭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고라니는 자주 나타났지만 아직까지 멧돼지의 출현은 없었는데, 드디어 멧돼지가 짓밟기 시작을 한 것이다. 고라니는 어느 정도 방어를 할 수 있지만 멧돼지가 드나들기 시작하면 이건 속수무책이다.

 

얼마 전에도 이장님이 신고를 하여 포수들이 출동을 하여 약 300kg나 되는 멧돼지를 금굴산에서 포획을 한 적이 있었다. 즉시 연천 군청에 신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포수들이 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멧돼지 출현 신고가 여기저기서 너무 많다보니 아직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 모양이다.

 

 

▲멧돼지들이 쑥밭으로 만들어버린 텃밭

 

▲푸르던 야채밭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쪽파밭도 막 파 뒤집어 놓고 있다.

 

 

멧돼지는 현재 남한에서는 가장 사나운 짐승이다. 말하자면 천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개체수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거대한 멧돼지에게 한 번 받치면 사람의 생명도 위험하다. 그래서 밤에는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자동차를 대문 앞에 세워 놓는 등 멧돼지의 공격에 대비하여 나름대로 방어진지를 구축해 놓고 있다. 밤에는 무서워서 대문 밖에 출입을 삼가하고 있다.

 

멧돼지들은 밭을 아예 쟁기질을 하듯 뒤집어 놓고 있다. 깊이 30~50cm의 구덩이를 사방에 파 뒤집어 놓고 작물을 작살내고 있다. 얼마나 주둥이 힘이 세면 저렇게 맨땅에 구덩이를 팔까? 멧돼지들은 홍교수 집과 윤 사장 집, 이 장로 집 앞까지 다가가 여기저기에 구덩이를 파 놓고 있다. 녀석들은 땅을 파며 지렁이도 먹고 닥치는 대로 먹잇감을 사냥을 한다고 한다.

 

 

▲멧돼지가 파 해친 구덩이

 

하기야 그 거대한 체구를 유지하려면 많은 먹이가 필요할 것이다. 어찌 보면 멧돼지들의 텃밭에 사람이 끼어 든 거나 다름없다. 멧돼지들의 먹이감이 절대 부족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영역에 사람들이 끼어들자 멧돼지들이 반란을 일으키며 반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멧돼지는 활엽수가 우거진 야산에서 살기를 좋아한다. 이곳 금굴산은 멧돼지들이 서식하기 좋은 참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멧돼지는 본래 초식동물이었지만 토끼, 들쥐, 등 작은 짐승부터 어류와 곤충에 이르기까지 아무 것이나 닥치는 대로 먹는 잡식성동물로 변화하였다.

 

멧돼지의 무기는 송곳니다. 부상을 당하거나 다른 동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날카로운 송곳니로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반격을 한다. 늙은 수컷은 윗송곳니가 주둥이 밖으로 10cm가 넘게 튀어나와 있다. 송곳니는 질긴 나무뿌리를 자르거나 전투를 할 때 큰 무기가 된다.

 

한반도에서는 호랑이나 표범 등 대형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멧돼지의 개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천적이 사라지자 늘어난 멧돼지들은 농작물을 먹어치우거나 쑥밭을 만들어 점점 멧돼지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산속의 먹이가 부족하여 논밭은 물론 민가나 심지어는 도심까지 내려와 피해를 주고 있다.

 

 

▲대파밭도 엉망진창

 

 

그런데 이 멧돼지들도 무척 귀여울 때가 있었다. 지리산 미타암에 머물 때의 일인데, 매일 공양시간이 되면 아기 멧돼지들이 암자 공양간(부엌) 앞에 나타나 밥을 달라고 졸라댔다. 녀석들은 밥시간에 딱딱 맞춰 나타나 꿀꿀꿀 애교 섞인 소리를 지르며 밥을 달라고 아양을 부렸다.

 

사연을 알고 보니 추운 겨울날 공양주 보살님이 어미 멧돼지에게 먹다 남은 음식을 주자 매번 공양시간이면 때를 맞추어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미가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아 새끼들을 데리고 왔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 아기 멧돼지들이 안쓰럽기도 해서 보살님은 음식물을 아기 멧돼지들에게 나누어 먹이자, 아기 멧돼지들이 식사시간을 맞추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

 

 

▲밥 달라고 조르는 지리산 미타암 아기 멧돼지들

 

그리고는 마치 보살님을 엄마를 따르듯 꼬리를 흔들며 졸졸졸 따라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아기 멧돼지들은 어떤 경계심도 없이 다가와 밥을 달라고 조르는데, 어미 멧돼지는 저만치 숲속에서 아기멧돼지들을 지켜보며 망을 서고 있었다. 내가 녀석들을 부르자 약간 시큰둥한 표정으로 낯을 가리듯 바라보더니 보살님이 나타나다 이내 꼬리를 흔들며 졸졸졸 따라다녔다.

 

 

▲토방까지 올라와 밥을 달라고 조르는 아기 멧돼지가 귀엽기만 하다.

 

 

멧돼지들도 자신을 헤칠 마음이 없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멧돼지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암자 주변을 산책을 할 때에도 그 멧돼지들을 만나곤 했는데, 녀석들은 우리 주변을 빙빙 돌다가 숲 속이나 계곡으로 유유히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곳 금굴산의 멧돼지들은 험악한 모양이다. 아마 포수들이 자신들을 포획하려고 하는 것을 알고나 있는 듯 밤에만 나타나 농작물을 먹어치우거나 논밭을 뒤집어 놓곤 한다. 드디어 우리 집 근처에도 멧돼지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멧돼지들이 출현하면 농사는 쑥밭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멧돼지를 포획하지않는 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